MI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09시 56분 41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3)


(( 스티커 사진 3 )) 

...나는 은미의 말에 놀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귀신이 찍힌 사진이라니... 

은미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은미를 나무랐다. 

"너 또 이상한 소리하는 구나... 

은미야 세상에 그런 것이 어디있니? 

괜히 선생님 불러놓고 이상한 소리하면 어떡하니..." 

나는 뭐라고 말하기전에 은미의 눈을 살폈다. 뭔가 겁에 질린 눈빛이었지만, 

광기나 정신이 나가있는 사람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한 번 유심히 그 문제의 사진들을 잘 살펴보았다. 

은미가 귀신이라고 말한 그 사진의 주인공을 살펴보았다. 

우선 첫인상에서 느낀 것 처럼 그 아이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웃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진이 워낙 작아 그 아이의 눈빛은 볼 수 없었지만, 

쾡하고 무표정한 눈빛인 것 같았다.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이 그 미소와 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 어색했다. 

하지만 그 어색한 눈빛은 사진을 보고 있는 나를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는것 같았 

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그 아이가 정말로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사진 찍은 아이들의 모습과는 다른 섬찢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것 같았다. 

두 사진을 비교해봐도, 그 아이의 모습은 마치 복사해 놓은 것처럼 

똑같은 표정,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상한 것은 보통 3명이 사진을 찍게 되면, 세명이 삼각형을 

이루어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들에서도 3명은 삼각형을 이루고 찍었는데, 

그 아이의 얼굴은 오른쪽 윗편에 몰려 있었다. 

마치 억지로 사진에 끼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봐도 좀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인데, 은미의 말을 듣고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은미의 앨범에는 각기 다른 배경의 스티커 사진들이 수십개 모아져 있었다. 

그 중에 은미가 말한 사진 두 장 만이 같은 배경을 하고 있었다. 

사진 귀퉁이에 붉은 장미들이 넝쿨을 이루고 있는 배경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붉은 장미들은 기분나쁠 정도로 빨간 피빛을 

하고 있었고, 그 장미들도 시든 장미들이었다. 

보면 볼수록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진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은미에게 물었다. 

은미는 '거봐 내말이 맞지요!'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은미야... 

사진만 보니 좀 이상하긴 하구나... 

그런데 정말 이 아인 네 친구 아니니? 

어떻게 사진을 찍지도 않은 사람이 사진에 나올 수 있니? 

그것도 한 장도 아닌 두 장에..." 

"선생님이 보기에도 이상하죠. 

그건 정말이예요.. 

우리도 처음 사진을 봤을때는 무서웠지만, 그냥 사진기 고장이나서 

이 배경의 일부로 나오는 것으로 알았죠... 

처음부터 그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었는데... 

흐흑...흐흑.... 

너무 무서워요... 

언제 제 차례가 될 지 몰라요...." 

은미는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은미 어머니는 은미에게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 쉬라고 했지만, 

은미는 그 얘기를 듣자 오히려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괜찮다니까.. 엄마. 

선생님은 엄마와 달라 이 얘기를 믿어 주실꺼야. 

선생님 그렇죠?" 

은미 어머니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은미의 얘기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게는 은미가 이상한 얘기로 나를 붙잡고 있는 것에 대해 연신 미안해했다. 

나는 은미 어머니께 괜찮다고 하면서, 은미에게 한 번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은미의 얘기는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얘기였다. 

"선생님.. 

엄마는 절대로 제 얘기를 믿으려 하지 않아요.. 

단지 나를 미친 애로 취급하고 병원에나 보내려 하고 있고요.. 

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은 참 평범한 날이었어요. 

성주가 그 스티커 사진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한달전이었어요... 

쉬는 시간에 뒷자리에 앉아있는 성주가 새로운 스티커 배경이 생겼다며, 

내게 보여주며 자랑했어요.. 

아 참, 선생님은 잘 모르죠? 

요즘 애들사이에 스티커 사진 모으는 것이 유행이예요... 

그것도 전부 다른 배경으로 모으는 것으로요... 

이 앨범에 있는 것들도 제가 모은 것이고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딴 애들에 비하면 저도 조금 모은 것이예요... 

한참 경쟁적으로 모으고 있었는데, 성주가 희귀한 배경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예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성주가 그 쉽게 구할 수 없는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불안한 모습이었던 것이예요.. 

나와 친구들은 성주자리로 모여들어 그 사진을 보면서, 어디서 찍었느냐, 

예쁜 사진이라는 둥 떠들어댔어요. 

그런데도 성주는 대답은 별로 안하면서 애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애들에게 이런 배경의 스티커사진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어요. 

가진 사람도 없었고, 그런 배경을 본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자 

성주는 이상하게도 뭔가 좌절하는 듯한 모습 이었어요.. 

쉬는 시간은 금방 끝나고, 수업시간이 되자 모두들 자리로 돌아갔어요. 

나는 아무 것도 안 가르쳐주고 사진만 보여주는 성주가 얄밉기도 했어요. 

자랑할만 한 대 가만히 있는 것은 좀 이상하기도 했고요.. 

다음 쉬는 시간에도 성주는 자리를 옮겨가며 그 사진을 보여주며, 

똑같은 배경을 가진 사진을 가지고 있냐고 애들에게 물어보았어요. 

그리고는 어디서 찍었냐고 궁금해하는 애들에게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시무룩해져서 자리로 돌아왔어요. 

자랑하고 떠들만한대 아무얘기도 않고 가만히 있는 성주를 보니 좀 이상 

한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잊어먹었어요.. 

그날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가 집에 오던 길이었어요.. 

집으로 들어오는데, 저기 놀이터에 어떤 애가 앉아있는 것예요.. 

밤 10시쯤 되었는데, 가로등 불빛에 비친 모습이 좀 무섭게 보이더라고요.. 

못본 척하고, 그냥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어요.. 





계속...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