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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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09시 56분 00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2)


(( 스티커 사진 2 )) 

은미의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내가 아는 은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은미에 대한 첫인상은 예쁘고 얌전한 아이였다. 

영어, 수학이 남들보다 좀 떨어졌지만, 음악에는 소질이 있어 첼로를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영,수를 짬짬히 봐주게 된 것이었다. 

처음봤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농담을 던졌을 때 귀밑까지 

빨개지던 모습이 생각났다. 

부끄럼도 잘 탔지만, 숙제는 밤을 세면서도 할 정도로 내말은 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던 아이가 이렇게 되다니.... 

다른 애들은 다 죽었다는 것은 무슨 얘기며, 뭐가 무섭다는 것이며, 

언제 당할 지 모른다는 둥 통 짐작할 수 없는 얘기만 지껄이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은미도 입시 압박감을 못견뎌 정신이 좀 이상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하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은미의 집에 도착했다. 

어떻게 은미를 대할까 잠시 초인종을 누르기전에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냥 부딛혀 보기로 하고 한숨을 쉬고 초인종을 눌렀다. 

은미가 문을 열어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어머니께서 직접 문을 열어 주셨다. 

은미 어머니는 보기에도 눈에 뛸 정도로 뭔가에 시달린 것 같은 심난한 표정이었 

다. 

글자 그대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어서와요.. 

요즘 바쁠텐데, 우리 은미의 말만 듣고 이렇게 와서 고마워요.. 

은미는 요즘 통 잠을 못자서, 제가 진정제를 놓고 좀 재웠어요. 

선생님 오면 깨운다고 하고 재웠어요... 

그렇지 않으려면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아서요..." 

은미 어머니는 나를 응접실로 안내하고 커피를 내왔다. 

나는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호기심에 대해 해답을 알기 위해 얘기를 꺼냈다. 

"은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까 전화로 들으니 보통일은 아닌 것 같던데... 

하지만 무슨 일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요..." 

은미 어머니는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고 얘기를 꺼냈다. 

방에서 자는 은미가 깰까봐 걱정인지 조용조용 얘기를 시작했다. 

"요즘 걱정이예요.. 

한참 공부해야 할 시기에 저러고 있으니... 

몸도 상할까봐도 걱정이예요.. 

하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으니까요.. 

가뜩이나 한참 사춘기일 때 그런일을 당했으니... 

휴.... 

얼마전에 신문에도 났었는데... 

여고생 동반 자살이요.. 

2명이 손을 잡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일이 있었잖아요.. 

바로 그 2명이 은미와 가장 친한 애들이었어요. 

그것도 큰 충격일텐데, 그 자살한 애들이 바로 은미앞에서 뛰어내렸어요.. 

은미로써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겠죠.. 

그런데 그 이후에 우리 은미가 좀 이상해졌어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느둥.. 그 애들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둥... 

자기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둥... 이상한 사진이 있다는둥... 

문득문득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정상이라는 거예요. 

단지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 신경쇠약 증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했고...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은미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이였어요. 

무언가에 대해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그러더니 선생님에게까지 연락을 했네요.." 

그 동반 자살 사건은 나도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이제 좀 이해가 가는 듯 했다. 

친한 친구들의 자살을 목격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좀 의심가는 점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은미 친구들은 왜 그 심한 일을 택했죠? 

신문에는 그냥 단순한 자기들 성적이나 가정 형편에 대한 

비관자살 이라고 나왔는데...." 

"그건 좀 이상하긴 해요.. 

은미와 워낙 친한 친구들이라, 저도 그 애들에 대해서 잘 아는데요.. 

둘다 유복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부모님들도 훌륭하고 자상하신 분들이고... 

더구나 그 애들은 공부도 잘하는 애들이었요.. 

모르죠, 저도 모르는 사정이 있었는지도.. 

어떻게 보면 자기 복에 겨워 그런 험한 일을 저질렀느지도 모르죠. 

부모 가슴에 못을 박고... 

아니면 은미가 다니는 학교가 문제가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지난 달에도 3명의 여학생이 한강다리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거든요.. 

휴... 

그나저나 우리 은미 걱정이예요...." 

그때 신경질적이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예요! 선생님!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고 얘기한 거예요!" 

은미였다. 

어느새 잠이 깨서 응접실로 나왔는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은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얼굴은 초췌 해 보였지만, 한층 예뻐졌다. 

키도 많이 자랐고 아이티를 벗고 이제 어엿한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그 예쁜 눈동자에는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은미야 깼니.. 

더 자지... 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려 더 재우라고 했는데... 

여하튼 오랜만이다.. 

몰라 보게 예뻐졌는데..." 

은미는 나를 보고 인사할 생각도 않하고, 다짜고짜 내게 작은 수첩을 

내밀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얘기했다. 

"선생님, 

이걸보시면 선생님은 절 믿으실거예요... 

도와주실거죠? 

자 이것하고 이것 보세요..." 

은미가 내민 것은 수첩모양의 엘범이었다. 

펼쳐보니 거기에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스티커사진 자판기에서 찍은 

사진들이 수십장 붙어있었다. 나도 얼마전에 지영이 등쌀에 찍어서 삐삐에다 

붙여놓은 적이 있어서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 많은 사진 중에 은미가 보라고 한 것은 두장의 사진이었다. 

두 사진 모두 4명씩 찍었는데, 여고생들답게 한껏 웃으면서 사진을 찍혔다. 

그 중 한 장에는 은미의 얼굴도 보였다. 

그런데 그 두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같은 얼굴이 하나 양쪽 사진에 똑같이 찍혀있었다. 

나머지 6명은 다 다른 애들이었는데, 이 아이 하나만이 양쪽사진에 

다 나와있었다. 두 사진 모두 나머지 3명은 밝게 웃고 있는데, 

그 애만 음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비록 입모양은 웃고 있었지만 뭔가 비웃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고, 이유모르게 겁이 나는 얼굴이었다. 

그러고 있는데 은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나는 큰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잘 보시면 알겠지만.... 선생님, 

이 두 사진에는 두 개의 공통점이 있어요.. 

하나는 이 두 사진에 나오는 사람 중에 지금 살아있는 것은 

나뿐이라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은, 이 기분나쁘게 웃고 있는 애는 우리랑 

사진을 같이 찍은 애가 아니라는 것이예요...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사진을 찍을때는 3명이서 찍었는데, 

사진이 스티커로 나온 것을 보니 이 소름끼치는 얼굴이 찍혀 나온 것이예요..." 





계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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