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09시 54분 52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1) 정신병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환청입니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는 아직도 그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어느 정신과 의사의 고백에서 날씨는 점점 쾌청해지고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날씨와는 반대로, 나는 IMF에 취업이라는 무거운 짐에 억눌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나섰다. 은미로 부터 삐삐가 온 것은, 같이 취업준비 하는 친구들과 담배 피우면서 잡담을 하고 있을때였다. 처음에는 누군지도 기억이 안났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 저 은미예요.. 저 무서워 죽겠어요.. 자꾸 무서운 소리가 들려요.. 다른 애들도 죽었고... 제발 도와주세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니...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삐삐에 찍힌 번호를 보니 어디서 본 번호 같기도 했지만 모르는 번호 같기도 했다. 단지 전화번호가 우리집근처라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잘못 온 삐삐 메시지려니 하고 친구들에게 돌아와서 다시 잡담에 꼈다. 자리로 돌아가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은미... 내게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이라면.. 은미는 내가 대학 2학년때 아르바이트 삼아 과외를 했던 중학생이었다. 예쁘장하고 영리해서 가르칠때도 즐거웠던 기억이 났다. 6개월 정도 가르쳤는데, 나를 잘 따랐다. 중3이 되자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학원을 다니게 되어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 후에도 두어번 밥을 사주었다. 그리고 연락이 끊긴지는 1년이 넘었다. 그런데 갑자기 황당한 내용으로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공중전화로 돌아가 삐삐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인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안녕하세요... 저 은미가 중학교 2학년때 영어, 수학 가르치던 학생인데요.. 예, 맞습니다. 저 유일한입니다. 은미에게 무슨 일 있나요? 갑자기 삐삐가 와서 연락하는데요..." 은미 어머니는 이내 나를 알아봤지만, 그리 반가와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은미에 대해 묻자,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 끝에 뭔가 결심을 한 듯이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고 은미를 바꾸어 주었다. 은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맞지요? 저 은미예요... 고마워요, 전화 주셔서... 선생님 무서워 죽겠어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엄마와 아빤 내말 안 믿어요... 그냥 병원에 보내려고 해요.. 선생님 무서워요! 이제 내 차례같아요..." 나는 은미의 얘기를 듣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은미야,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거든... 좀 차근차근 얘기해주렴... 내가 도와줄게..." "선생님, 다른 애들은 다 죽었어요. 이제 나만 남았어요... 너무 무서워요..." 나는 은미의 얘기를 듣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은미야,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거든... 좀 차근차근 얘기해주렴... 내가 도와줄게..." "선생님, 다른 애들은 다 죽었어요. 이제 나만 남았어요... 너무 무서워요..." 미친애처럼 떠드는 은미에게 슬슬 짜증마저 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공중전화 뒤에서 줄 서있는 사람들의 눈빛에서도 짜증이 느껴지기 시작했 다. "은미야, 나 지금 공중전화거든... 나중에 내가 집에 들어가서 전화할테니 그때 얘기해주겠니? 내가 무슨 얘기인 줄 알아야 도울 것 아니니..." "안돼요! 선생님... 언제 당할지 몰라요.. 부탁이예요. 선생님.. 당장 우리집에 좀 와주세요.. 전화로는 말 못해요. 보여드릴 것도 있어요... 죽을지도 몰라요.. 선생님 제발......" 은미의 절규같은 부탁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 당장 가겠노라고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심각한 일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은미가 미쳤던가 아니면 정말 무서운 일이 발생했던가... 자리로 돌아와 가방을 싸는데,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이 그냥 피곤해서 들어간다고 얘기했다.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나가자니 한심한 생각마저 들기시작했다. 지금 일분일초가 급한데,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듣고 시간을 낭비해야 하다니... 그래도 좋은 일 한다는 셈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