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ungHee ] in KIDS 글 쓴 이(By): sinavro (시나브로) 날 짜 (Date): 1995년11월06일(월) 21시30분50초 KST 제 목(Title): [소설] 두 할머니 VIII 비가 오나? 대문을 들어서다가 나는 가볍게 눈을 찡그렸다. 서내개의 물방울이 갑작스레 얼굴에 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불볕 더위가 며칠째 기승을 부르던 여름 날이었다. 나는 책가방을 맨채로 문간을 서서 마당을 보았다. 고모할머니가 커다란 프라스틱 통 안에 앉아 있었다. "시원치, 차갑기는 뭐가 차갑다고 그러노? 가만 있거래이. 옳치.. 이짝 팔 들고.." "등만 밀어 주이소. 내가 한대도 그라요.." "니 참말로 가만 안 있나?" 자꾸만 몸을 움츠리는 고모할머니의 등을 할머니가 젖은 손으로 찰싹 때렸다. 할머니는 때수건으로 그네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까지 샅샅이 씻어내렸다. "참마로!!" 고모할머니는 앵돌아진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첨벙, 통안에 앉아버렸다. 졸지에 물벼락을 맞은 할머니가, 고모할머니 머리 꼭대기에 물 한 바가지를 부었다. 키들거리며 서로에게 물을 끼얹는 두 할머니를 나는 입을 벌리고 보고 있었다. "에그마니! 니, 언제왔노?" 나를 발견한 고모할머니가 후다닥 통 안으로 몸을 낮췄다. "현아, 잠깜난 딴데보고 있거래이.." 고모할머니는 붉그스레해진 얼굴로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 늙은것이 호도깝스럽기는! 새색시도 아니고, 와 낯짝은 벌게 가지고 지랄이고?" 도망치는 고모할머니의 등에다 대고 할머니가 면박을 주었다.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E-mail Address sinavro@ss-10.kyunghee.ac.kr ~~시나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