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yungHee ] in KIDS 글 쓴 이(By): sinavro (시나브로) 날 짜 (Date): 1995년10월30일(월) 22시39분28초 KST 제 목(Title): [소설] 두 할머니 V 간혹 할머니는 안방에, 엄마는 내 방에 머리를 싸매고 누워버릴 때가 있었다. 한바탕 싸움이 끝나고 나면 나는 고모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단단히 화가 났을 때는 아버지도 할머니의 화를 풀지 못했다. 고모할머니는 양손 가득 장을 봐가지고 오셨다. 고모할머니가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 혀에는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잘여문 감자와 파란 고추를 송송 썰어넣어 된장찌개를 끓이고, 간고등어 한 손을 굽고, 감자가루와 깻잎에 계란을 풀어 손바닥만한 전을 부쳤다. 고모할머니가 들어서면 부엌은 이내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김이 오르는 저녁상과, 감자전과 잣을 동동 띄운 수정과가 놓은 소반을 들여놓고, 고모할머니가 "성님, 성님" 하고 어깨를 흔들면 돌부처 같던 할머니도 일어나 앉았다. 누구의 손도 뿌리치던 할머니가 부시시 일어나 앉았다. 마술 같았다. 뜨악한 표정으로 입을 떼던 할머니는 오분정도면 고모할머니의 사근한 말솜씨에 빠져들었고, 십오분 정도면 "망할것!" 하면서도 기분좋은 웃음을 흘렸다. 기분이 좋아진 할머니가 연속극에 빠져들고 나면, 고모할머니는 슬그머니 엄마에게 갔다. 삼십분 정도가 지나면 엄마는 부시시한 머리를 매만지고 밀린 집안 일을 시작했다. 서울에 와서야 내게 고모할머니가 계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보문동에 두칸짜리 방을 얻어 혼자 사시는 고모할머니는 우리가 서울로 옮겨왔어도 자주 찾아오지 않으셨다. 엄마가 홧김에 일손을 놓아버려 모두 굶게 생겼을 때, 누구도 할머니의 비위를 맞출 수 없을 때, 우리 식구가 필요로 할 때만 고모할머니는 우리 집에 오셨다. 한 번 오시면 이삼일 정도를 묵고 가셨다. 나는 그럴 때면 전에 없이 친구들을 몰고 집에 왔다. 매번 다른 아이들을 데려왔다. "너희 할머니 정말 좋다." 아이들의 말은 한결 같았다. 할머니라는 호칭이 무색하도록 고모 할머니는 고왔다. 곱게 주름진 입매는 늘 웃고 있었고, 희뽀얀 젖가슴은 보드랍고 말캉거렸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했던 것은 고모할머니의 목소리였다. E-mail Address sinavro@ss-10.kyunghee.ac.kr ~~시나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