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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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ungHee ] in KIDS
글 쓴 이(By): sinavro (시나브로)
날 짜 (Date): 1995년10월30일(월) 22시47분43초 KST
제 목(Title): [소설] 두 할머니 VI


  내가 졸라대면 그네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숨을 골랐다. 고모할머니의 입에서 
느릿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면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였다. 가락도, 가사도 괴상했다. 그것들이 모두 일본노래라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 였다. 알아듣지 못해도 가늘고 카랑카랑한 고모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즐거웠다. 그네는 정말 노래를 잘 불렀다.

  "잘 한데이. 얼라 데리고 뭐하는 짓이고?"

  우연히 노랫소리를 듣게 되면 할머니는 정색을 하고 뛰어오셨다.

  "한두 살 먹은 아도 아니고, 와 그리 철이 없노?"

  할머니는 언제나 그네를 어린애 취급했다. 흉 반, 농 반으로 끄집어내는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고모할머니는 도무지 클 줄을 몰랐다.

  "부엌으로, 텃밭으로, 도랑으로, 빨래터로 성님, 성님 하고 쫓아다녔재. 아예 
치마 꼬랑질 잡고 다녔다 아이가."

  "몇 살이셨는데요?"

  "니 고모할매? 야가 그때..... 그랴, 첨 올 때가 열 셋이었지. 다 큰 것이 성님, 
성님 하고 쫄래쫄래 강아지 맹키로 쫓아댕기는데, 머리까지 올린 것이 그러니 
앵간히 징그러붜야재."

  "그만 하이소!!"

  내가 할머니 얘기에 한참 빠져들 쯤엔 고모할머니가 볼을 살폿 붉히며 막고 
나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가며 잡아도 고모할머니는 사흘 이상 우리집에 묵는 
일이 없었다. 이틀 쯤 되면 벌써 가시방석에 앉는 듯 불편한 기색을 보이다가 
보문도으로 돌아가셨다. 함께 모시고 싶다는 부모님의 권유에는 첫마디에 두 손을 
훼훼 내저으며 물러 앉으셨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에는 나는 숙제를 해가지 않았다. 고모할머니가 보문동으로 돌아가신 날은 
엄마도 하루종일 심란해 보였다. 내 기분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쨋건 
고모할머니가 계시는 동안 우리집안은 더할 나위 없이 조용했다.

 
                           E-mail Address sinavro@ss-10.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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