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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ungHee ] in KIDS
글 쓴 이(By): sinavro (시나브로)
날 짜 (Date): 1995년10월30일(월) 00시32분43초 KST
제 목(Title): [소설] 두 할머니 II


  할머니와 엄마는 그다지 좋은 고부지간은 못되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할머니께는 엄마의
모든 것이 마땅치 않은 것 같았다. 밥이 되면 누룽지를 준다고 타박했고,
질면 병들어 일찍 죽기를 바래서 죽을 먹이느냐고 했다.
음식 찌꺼기를 버리면 저러니 집안을 들어먹지...
혀를 끌끌 찼고, 좀 오래된 반찬을 올려놓으면 계집이 게을러서....
눈을 흘겼다.
저년이, 이 집안 대를 끊어먹구두..무신 구신이 씌였길래..
재수없이 내가 눈에 띄기라도 하면 할머니는 한층 기세등등해졌다.
엄마도 무작정  고분고분한 며느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말다툼이 있고나면, 아버지는 언제나 엄마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를 몰아세우는 아버지의 태도는 너무도 당당했다.
아버지가 한 두시간 씩 땀을 빼고 나서야 할머니는, 저녁은 묵어서 뭐할라꼬,
퍼뜩 죽었시믄하고 치성드리는 년이 채려준 상 묵어봤자..
하는 말을 입안 가득 우물거리며 상을 받았다.

  그 날도 엄마는 부엌에 앉아 울고 계셨다.
볼이 미어지게 상추쌈을 싸서 저녁을 드신 할머니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내가 퍼뜩 죽어부러야지...
입에 발린 푸념을 늘어놓고 계셨다.
방안에 잎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일찍 죽어야 할 낀데..
지지리 복도 없는 년이 맹만 길어서..
죽어야지..내가 퍼뜩...염불을 외는 듯 했다.
나는 할머니를 말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할매, 참말 죽고 싶나?"

  "그라모. 니 에미가 낼 눈엣 가시 취급을 않하나?"

  "참말이가?"

  "하모.."

  "할매, 참말, 참말이재?"

  "야..가?"

  나는 몇 번이고 할머니에게 다짐을 받았다. 할머니만 없으면 모든 것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날 밤, 나는 안방에서 가늘게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부엌으로 갔다. 칼은 가벼웠다.
엄마가 생선을 다듬을 때 쓰던 가늘고 날선 칼이었다. 
반쯤 입을 벌리고 자던 할머니가 눈을 떴다. 
그리고 내가 내민 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칼을 받지 않았다. 
이튿날, 나는 난생 처음으로 엄마에게 매를 맞았다.
                           E-mail Address sinavro@ss-10.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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