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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ungPookUniv ] in KIDS
글 쓴 이(By): artte (하늘마시기)
날 짜 (Date): 1996년02월15일(목) 17시48분58초 KST
제 목(Title): 영혼의 집...





오늘 아침 몇일만에 호출기가 울렸다.

내 호출기는 주로 울 엄마의 메세지를 전하는 역할이 거의 전부를

(거의 개목걸이야요. 호출기를 랩에 두고 다녀서 늦게서야 수신된 메세지를 보고

 전화를 해서 무지 혼나지요. 바로 연락 안했다구..흑흑...)

차지하는데 집에서 수신된 번호를 보니 친구 윤의 번호였다.

윤은 대학 생활에서 빼놓을수 없는 절친한 친구로 같은 과이고 현재도

같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서로  어느정도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단짝

친구이다.

번호를 누른후 예의 귀에 익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가라앉은 톤으로

미루어 뭔가 일이 생겼음을 미리 짐작할수 있었다.

" 아르떼야...나야...집에 일이 생겨서 며칠 학교에 못 갈것 같아서..."

" 무슨 일이니?  어디 아프니?  목소리가 가라앉았는데... "

" 아니...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오늘.... "

잠시의 침묵이 지속되고

" 그래...설이 며칠 안남았는데....아쉽게도....설이나 지났으면  좋으련만..."

그때 가장 먼저 내게 떠오른 생각은 설이라도  지내셨으면 이었다.

불과 설이  4일 남았는데...

" 학교엔 니가 말해줘..그리고 일 있으면 연락해 줘... "

" 알았어... 건강하신 분이었는데...등산도 자주 하시고... "

" 근데 아르떼야...나 하나도 안 슬프다....? "

" 음... 첨엔 그래..나도 그랬으니깐... 울 할머니가 돌아 가셨을때...

  고등학교 1학년때였는데 아침에 멀쩡하셨는데 학교 갔다오니 돌아가셨어...

  길모퉁이에서 초상집 앞에 달려있는 등(?)을 보았을때 설마 우리집이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날 아침에도 건강하셨거든... 그냥 장난같았어..

  첨엔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내 앞에 웃으시며 나타나실것 같아서...

  사람들은 그렇게 이승을 하직하는 게 무지 큰 복이라지만 울 엄마는 

  병원에 며칠이라도 입원이라도  하셨다면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을거라

  하셨어. 그런데 내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걸 실감한건 장지에서였어..

  그걸 느낀 순간 겉잡을수 없는 눈물이 났어... 그랬어... "

" 그래...  "

" 며칠 꿈에도 나타나실 거야...원래 그런거래... "

" 그래... 잘 있어... 일 있으면 연락 해.. "

" 그래.. 잘 지내... 며칠후에 봐...  "





아침에 윤과 나눈 대화는 학교 오는 동안 줄곧 내 머리속을 헤짚어 놓았다.

삶이란 또 죽음이란 단어와 함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이란걸 생각한게 아마 국민학교 3학년일때

인것 같다. 초여름으로 기억되는데  가만히 천정을 올려다 보다가 문득 든 

생각... 

' 내가 지금 살아있는 걸까? '

그냥 갑자기 든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난 한동안 정말로 내가 살아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곤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기억을...

어렴풋이 느껴지는 아주 평온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주위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적막한 느낌이었고 그 속에서 난 말그대로

평온함을 느꼈다.

어린 나는 그것을 죽음으로 연결시켰고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 느낌은 도리어 나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난 그 느낌이 옅어져 갔고 이젠 그때의 느낌은  남아있지 않고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느낌만이 남아 있을뿐이다.

아마 내가 그때 느낀 평온한 기억은 엄마의 뱃속에서 이거나 아니면

갓난아기때의 기억인지도 모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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