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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beom (김상범)
날 짜 (Date): 1993년05월08일(토) 20시29분57초 KST
제 목(Title): 7년전의 대덕에서는...

   지금이나 옛날이나 학생들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한창때의 학생들이 식당에서 주는 저녁밥
만으로는 새벽까지 공부하는데(?) 지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 1주일 동안은
기숙사 학생들에게 음료와 빵, 사과 1개씩을 매일 나누어 주었다.

    당시 학교 식당의 질도 엄청 뛰어 났는데, 예를 들어보면
유성이나 대전에서 놀다가도 식사때가 되면 학교에 들어와서
밥을 먹고 다시 나가서 놀았다.  1주일에 5번 정도는 양이 푸짐하게
고기가 나왔고 (돈까스나, 햄버그 스테이크등으로), 열흘에
한 번정도 ( 특히 여름,가을에는 1주일에 2번정도씩 )는 영계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긴 것을 주어서 학생들이 객지에서 몸보신
하는데 일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식사때는 부식으로 반드시
과일을 주었는데, 부사가 그렇게 큰 것을 처음으로 먹어보았다.
( 사과 한개를 먹다가 먹다가 남긴 적도 있음. )

    당시는 학생들과 식당아줌마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도 있었는데,
학생 수도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식당 아줌마들이 학생들 얼굴을
전부 알았고, 학생들도 밥을 받을땐 꼭꼭 인사를 했었다.
( 어느 정도였냐 하면, 내가 가면 "아이구 이 학생은 국을 잘 먹지"
  하면서 국을 더 많이 퍼주었다. )
그외에 안 중요한 것 같지 생각 될 수도 있지만, 밥을 푸는 아주머니는
줄이 길어지더라도 한 판에 밥주걱으로 꼭꼭 2 번 이상 밥을 퍼주었다.
( 왜냐구요? 음. 왜 1번만 퍼주면 정이 없다나요?  이런 이야기 못
들어 보았나? )   요즘 식당가면 밥 2번씩 푸는 아주머니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끼에 몇 번을 먹더라도 제한이 없었는데...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밥 많이 먹기 내기도 열렸다.. 흐흐흐....
한 번은 닭 통째로 한마리와 밥과 이것 저것.. 등등이 점심 메뉴로 나왔는데,
이상주군과 이호군이 서로 내기를 해서 상주가 5판, 호가 4판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물론 밥과 국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 )

    식당밥이 이렇게 잘 나올 수 있었던 데는 물가사정이 지금보다는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학교측에서 신경을 써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은 기성회비가 식비에 쓰이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알아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배려를 하겠다는 정책을 학교측에서 가지고
있었으므로...   특히 학장님을 비롯한 교수들이 불쑥 불쑥 식당에 
찾아와서 식사를 하곤 했으므로 ( 보직 교수님들도 )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식사에 질엔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점심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학장님은 아무자리에나 앉아서 학생들하고
같이 식사를 하셨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학장과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되
었다.  밥먹는 자리에서 학생들의 애로사항, 학교에 바라는 일, 학장님이
학생들에게 바라는 바... 등등이 이야기 되었고, 이러한 사항들은 곧바로
학교 행정에 반영되었다.   얼마전에 학교에서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대강당에서의 일과는 참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식사의 질이 좋다고 해도, 새벽까지 공부하거나 밤을 새우기 일쑤인
학생들에게는 밤참꺼리가 참 문제가 된다.  지금처럼 궁동으로 뭘 시켜
먹을 수도 없었고 ( 그 당시 궁동엔 지금과 같은 주택단지가 없었고, 
그냥 아주 산골 마을이었다. ) 밤새 하는 24시간 편의점도 있을리가
만무했다.
    다행히 학교안은 아직 공사중이 부분이 이곳 저곳 있었으므로,
( 건물 공사가 아닌 땅 고르기 등의 공사가 조금씩 있었다. ) 
학교 앞의 벌판을 몇백미터만 가로질러가면 공사장의 인부 아저씨들이
이용하는 이른바 '인부 매점'을 찾을 수가 있었다.  (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주말연속극 아들과 딸에서 후남이 한때 일했던 공사장
매점 분위기와 비슷함.  하지만 실제론 훨씬 더 허름했음. )
그야말로 다 쓰러져가는 얽기 설기 엮은 판자집안에 공사장에서
남은 나무토막이랑 판자로 의자와 식탁을 대충대충 만들어 놓은 것
이었는데, 학생들은 여기서 라면이랑, 새우깡이랑, 소주를 먹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가난한 학생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었고,
새벽까지 라면을 먹으러 오는 학생들과, 소주를 먹는 학생들이
끊이질 않았다.  여기서의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찾아오는 학생들이 전부 아는 사이였고.. 또 다 같이
집을 떠나 객지 생활 하는 외로운 처지 였으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정을 주고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술을 먹으러 가면 먼저
술을 먹고있던 팀들과 자연스레 합석이 되었고, 잠시뒤에 찾아온
다른 팀들과 또 역시 어울려서,  인부 매점은 곧 학생들간의
떠들썩한 한 판  술자리로 되었다.   ( 뒤에 이 인부 매점은
현재의 도서관 뒷편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옛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내었다는 평을 들었다. )
    현재 교내에 마땅히 술을 파는 데라고는 석학의 집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이 석학의 집 분위기 보다는 '인부 매점'의 분위기를
우리 학생들이 느껴 보았으면... 하고 바란다.

다음에 또 계속... ( 참, 영수야, 땡칠아, 이건 나 혼자 쓰는게 아니니깐,
옛날 이야기 생각 나는거 있으면 같이 좀 쓰자.  최학장님이 거미줄 털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내 처음 듣는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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