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darkman (아랑타불) 날 짜 (Date): 2005년 1월 22일 토요일 오전 08시 26분 58초 제 목(Title): KAIST위기 카이스트, 폭풍에 휩싸이다 [한겨레21 2005-01-21 18:12] [한겨레] 로플린 총장의 ‘사립화’발언으로 캠퍼스 술렁술렁… ‘학부모 수요 충족하는 종합대학’비전에 찬반 격론 폭풍 ▣ 대전=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한국형 휴먼로봇 ‘휴보’(HUBO)를 탄생시킨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오준호 교수(기계공학과) 기계제어연구실 사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2001년 오 교수팀에 들어간 김정엽씨(박사과정 5년)는 이듬해 8월 ‘KHR-1’ 플랫폼(몸체) 제작에서 부드러운 몸동작을 구현하는 휴보 탄생까지 불철주야로 연구에 매달렸다. 기숙사에서 잠들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연구실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다. 요즘은 시연회 과정에서 발생한 오작동을 개선하고 모션 캡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오 교수는 “논문용 작업을 금하라”며 시간과 비용 절감을 꾀했다. 일본 혼다사가 15년 동안 3천억원을 쏟아부어 개발한 ‘아시모’에 버금가는 휴먼로봇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학부생을 2만명으로 확 늘린다? 김정엽씨는 카이스트에서 국비장학생으로 휴먼로봇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무리 휴먼로봇이 빛나는 선행연구 과제라 해도 3년 동안 1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연구실은 드물다. 당장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휴보는 아시모처럼 계단을 오르내리고 걷기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김씨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SCI)에 박사 논문을 게재해야 하기에 후배 연구자에게 남은 과제를 맡겨야 할 처지다. 지금은 연구실의 후배들이 자리를 메우면 된다. 그런데 아시모를 뛰어넘는 휴보를 생각하면 걱정스럽기만 하다. 로버트 로플린(Robert B. Laughlin) 총장이 국내의 대표적인 연구 중심 이공계 대학인 카이스트를 ‘학부모의 수요를 충족하는 종합대학’으로 바꾸면 연구 환경이 지금보다 더 열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4일 카이스트 비전 워크숍이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교수와 팀장급 이상 교직원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로플린 총장은 ‘카이스트의 예산자율권을 확보하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립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비전 제안서를 제시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지난해 7월14일 카이스트 제12대 총장에 취임하며 “현재 연구 중심 대학이 처한 본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겠다”면서 “여러분의 꿈을 일궈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걸 돕겠다”고 밝힌 취임사에 관한 나름의 ‘해법’이 ‘재정 자립을 꾀하는 사립화’였던 셈이다. 당시 거론된 사립화 내용은 ‘의·법대 예비반 등을 두고 학부생을 현재 2900여명에서 2만명으로 늘려 연간 등록금 60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분임토의 발표자로 나선 한 교수는 “한국 축구를 살리려고 히딩크를 모셔왔는데 한국 축구가 대중의 인기를 모으지 못하니 종목을 야구로 바꾸자고 한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로플린 총장의 비전이 ‘사립화’라는 용어로 단순화되면서 연구실에서도 삼삼오오 모이면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 특별법’에 따라 과학기술부 소속으로 신입생을 무시험 전형으로 선발하는 등 독특한 제도를 정착한 카이스트가 혹독한 경쟁의 ‘시장’에 내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서는 ‘과학입국’이라는 구호 아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카이스트의 생명력을 강화하려는 과감한 결단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1970년대 초반 산업화를 뒷받침할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과학원(KAIS)을 모태로 30여년을 이어온 카이스트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서울에 대학원 과정만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전체 예산의 80% 이상이던 정부 지원금이 30%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나마 2000년대 들어 600억원에서 올해 926억원으로 늘어나 간신히 숨통을 틔웠다. 국가 지원금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교수들이 외부(기업·정부)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따와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연구원의 신분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돌출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 카이스트의 위기는 과학기술계의 위기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 중심 대학의 전형을 일구던 카이스트의 위상이 쇠락의 기미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의 파고를 피할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무시험 전형의 ‘특혜’에도 의과대를 지망하는 과학고의 인재들을 붙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평가에서도 카이스트를 벤치마킹해 포스코의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을 받아 설립된 포항공대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 다. 일반대학이 근래에 실시한 무학년 무학과 제도를 이미 20여년 전에 시행하고, 학·석·박사 연계를 통해 속진 교육제도를 도입해 선진적 학사행정으로 대학 발전을 선도했다는 자부심도 더 이상 카이스트 구성원들을 위로하는 데 역부족이다. 카이스트의 현실은 국내 과학기술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이 카이스트의 현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미 홍창선 전 총장(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취임 때 세계 톱10 수준의 이공계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카이스트 비전 2010’을 내놓았다. 당시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된 것은 글로벌 리더 양성, 학제적 교육연구 풍토 조성, 질적 평가제도 확립 등이었다. 이를 위해 리더십 프로그램과 M-Tech(Management of Technology)를 개설하고, 바이오시스템학과를 개설하면서 다양한 학제전공을 도입하며 의과학대학원 과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홍보용으로 발행하는 계간지 이름을 <카이스트 비전>으로 하는 등 카이스트가 국가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세계적 연구 중심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로플린 총장은 지난해 8월 중순 본격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카이스트 비전 2010’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로플린 총장이 ‘리모델링’에 초점을 맞춘 카이스트 비전을 ‘재건축’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라는 ‘간판’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바꾸려 한 것이다. 곧바로 보직교수 중심의 ‘카이스트 도약추진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도약추진위는 학부에 경영 마인드를 적용하는 교육 개혁, 다양한 학제 융합형 교육 확대, 연구성과를 벤처산업으로 연계하는 창업 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카이스트 레즈’(KAIST REDS)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당시 도약추진위에 참여한 한 교수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는 로플린 총장의 포부를 반영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약추진위의 카이스트 레즈 프로젝트는 로플린 총장에게 보고되면서 찢기고 말았다. 하나씩 검토가 이뤄지더니 급기야 지난해 10월 말 완전히 폐기됐던 것이다. 그러면서 로플린 총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12월이 되면 카이스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카이스트 뉴 비전’ 구상 방침을 밝혔다. 그것이 바로 ‘학부모의 수요에 따라 대학을 운영하는 카이스트’였다. 카이스트의 체질이 약화한 원인을 정부에 기대고 있는 재정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며 학부 정원을 늘려 등록금을 내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 인문사회과학 계열의 학부 과정을 확대하고 의대 진학에 관련된 교육과정을 도입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방안이다. “개혁의 계기로 삼자”자성의 목소리도 문제는 대다수의 카이스트 학내 구성원들이 비전 제안서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학부 학생 수를 2만명으로 늘린다는 게 한국적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한다. 물론 현재 144명인 외국인 학생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2500만원(포항공대는 5천만원)인 상황에서 학생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로플린 총장은 “카이스트가 종합대학으로 거듭나면 서울대가 긴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학부의 한 교수는 “카이스트가 로봇 연구로 성과를 올려도 우수 고교생은 로봇을 공부하러 서울대로 가려고 한다. 아무리 카이스트가 우수 프로그램을 도입해도 지방대의 한甕?뛰어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 설립 목적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현재의 틀을 뒤흔드는 개혁 방안에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회장 김경웅)는 전체 교수를 상대로 로플린 총장의 비전 제안서에 담긴 개별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교수협의는 250여명의 교수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수들은 ‘사립화’와 ‘법대 예비반’ 등에 대해 80% 이상이, ‘의대 예비반’에 대해 70%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사안에 대해 ‘모르겠다’고 응답한 교수들이 1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비전 제안서에 대한 찬성 의견은 10~20%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한편 카이스트에서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학과에서 교수들이 집단으로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학과장 이용훈) 교수 48명 전원은 비전 제안서의 카이스트 발전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연판장을 지난 3일 총장실에 전달했다. 연판장에 서명한 한 교수는 “로플린 총장의 제안서는 국가 지원에 의존하는 공학 분야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수험생들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게 사실이지만 과학기술을 도외시한 국가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사회 개혁의 흐름에 대학도 예외일 수 없지만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카이스트가 설립 이래 변화와 개혁을 모르고 지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더 이상 과거 명성에 얽매여 정부의 입김에 따라 움직인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선임된 카이스트 여인철 감사는 “로플린 총장이 카이스트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며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의 관행에 익숙한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로플린 총장의 미래에 대한 혜안에 화들짝 놀라고 있는 형국이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경각심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충격이 크더라도 가야 하는 길인 것만은 틀림없다. 다만 로플린 총장은 한국적 토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학부 정원 증원 등의 실행안은 가다듬어야 한다.” 사립화, 당장 현실화되기는 불가능 그렇다면 로플린 총장의 비전 제안서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당장 실행에 돌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찬성한다 해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카이스트는 기관장의 명칭을 원장에서 총장으로 바꾸는 것조차도 한국과학기술원 특별법에 따라 법 개정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설령 비전 제안서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로플린 총장의 임기 내에 실행하는 것은 버겁다. 카이스트 총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로플린 총장은 2년 동안 계약했다. 2년 뒤에 이사회와 로플린 총장은 연장 계약을 맺어야 하는 처지다. 물론 비전 제안서가 채택되고 이사회와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가 원만히 이뤄져서 법적인 뒷받침을 받으면 실행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이미 로플린 총장의 비전 제안서를 검토하고 세부 추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카이스트 비전 임시위원회’(위원장 최병규)가 신성철 부총장의 제안으로 지난해 12월22일 발족했다. 모두 21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비전 임시위원회는 자연과학장과 공학장을 제외한 19명이 평교수들이다. 지난 3일 두 번째 위원회는 총장과 면담을 했다. 이날 로플린 총장은 “비전 제안서의 실행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비전 임시위원회 차원의 ‘대체안’이 마련되면 충분히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비전 임시위원회 최병규 위원장(산업공학과)은 “카이스트는 상대적으로 잘 관리되는 대학이다. 교수들이 어디까지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나름의 해법을 2월 말까지는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카이스트의 발전 방향은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카이스트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의 조청원 과학기술기반국장은 비전 제안서를 “학교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는 방안”으로 여기며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무총리 산하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가 마련한 후속대책 3안 ‘교육과학연구도시’에 카이스트 관련 내용이 포함돼 관심을 끌었다. 이는 카이스트 정원을 2만명으로 늘려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비전 제안서와 연계하면 석·박사 과정은 지금 그대로 유지하고 학부 과정은 자족도시로 옮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고위 관계자는 “나름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채택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 정부 지원에도 일정한 변화 따를 듯 지금 카이스트는 일대 전환기를 맞아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그동안 카이스트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으며 ‘혜택’에 익숙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을 받는 경쟁자를 만나 양자대결을 벌이다 이제는 무한 경쟁의 시장에 확실하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카이스트의 재정 자립화와 맞물려 정부의 지원 방안에도 일정한 변화가 따를 수밖에 없다. 연구비 지원에 있어서 대형 국책사업이나 기초 연구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유경쟁 체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로플린 총장의 비전 제안서는 대학의 무한 경쟁에서 카이스트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나왔다. 그것이 ‘선구자의 혜안’인지 ‘이방인의 무지’인지를 카이스트 구성원 그리고 카이스트를 키운 국민들이 판단해야 한다. 관행과 비전 사이에서… ‘학·석·박사 토론회’ 설문조사 준비하는 총학생회… 홈페이지 게시판엔 “비전 반대”가 주류 카이스트 학생들은 과학 두뇌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해마다 신입생 가운데 3분의 2는 과학고를 2년 만에 마치고 특별전형으로 입학한다. 그런 ‘영재’들의 배움터로 자리잡은 카이스트의 명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영문 시사주간지 <아시아위크>가 주관하는 아시아 지역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1999년과 2000년(2001년부터 평가 미실시) 두해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고등공학교육평가기관은 석사 과정은 미국 대학의 상위 30% 이내, 석·박사 과정은 상위 10% 이내로 평가했다. 이런 학생들이 로플린 총장의 비전 제안서로 인해 과학 두뇌 산실의 소용돌이에 처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월10일 학부 총학생회실을 찾았을 때 학생들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비전 제안서에 대한 학·석·박사 학생 토론회’를 위한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2005학년도 총학생회장 당선자 김군훈씨(전산과)는 “아직까지 학생들의 입장을 정리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게 필요해도 설립 취지인 과학기술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미션이 완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학이 종합대학으로 바뀐다면 과학고 출신 신입생의 명맥이 끊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카이스트에서 ‘연구와 교육’(R&E)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산영재학교 학생들은 카이스트의 종합대학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비선형 광학 및 전기광학물질 연구실에서 만난 라웅배군(부산영재학교 3학년)이 “카이스트 진학을 생각하며 공부하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겠지만 대안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옆의 학생은 “로플린 총장이 학교에서 강연할 때 ‘과학자로만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0년 이상 연구 중심 대학으로 자리를 잡은 카이스트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로플린 총장의 제안을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에 충격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이정호씨(기계과 박사과정)는 “로플린 총장의 제안을 수세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카이스트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에 다양한 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동희씨(물리학과 박사과정)는 “아직 확실한 비전은 없는 듯하다. 시장경제 시스템만으로는 성공적 모델을 만들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일단 카이스트 학생들의 의견은 학생토론회에서 집단적으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카이스트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대체로 학교 특성을 무시한 채 경제 논리로 해결하려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에 대한 애착심이 있다면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간간이 올라온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오래된 관행과 혁신적 비전이라는 두 가지 상충된 가치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