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1월 15일 토요일 오전 12시 50분 39초
제 목(Title): 언어능력의 기원 - 4. 말하는 새들


지구상에서 인간보다 먼저 말하는 능력을 진화시킨 동물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바로 나무 위에서 둥지를 치고 하늘을 날던 새들이다. 새는 나무 
숲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런 천적도 공격하지 못한다는 환경 덕에 울음소리를
자유자재로 만들고 배우는 능력을 쉽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덩치가 작은 새들은 뇌의 크기도 작아 울음소리도 본능적으로 타고난 몇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느 정도 뇌가 큰 새들은 많은 경우 
울음소리를 주위의 동료로부터 흉내내고 배우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그리고 
급기야는 인간과 동등한 형태의 발성능력을 진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친근한 앵무새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흉내만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많은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앵무새를 키우면서, 앵무새의 언어능력이 단지 흉내내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앵무새는 사람과 같이 처음에는 
흉내를 내면서 말을 배우나, 그 단계를 지나면 단어와 뜻을 연관시켜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언어구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과 동일하게 
먹이를 얻기 위해서나 주인과 더 친해지고자 하는 목적으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또한 앵무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언어를 습득하는 성장기가 있으며, 그때를 
지나면 사람이 외국어를 배우듯이 느리게 말을 배우거나, 혹은 거의 배우지 못하게 
된다. 말하는 앵무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덕택에 최근들어 앵무새에 말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정교한 기법들이 개발되었다. 알에서 갓 깨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시키고 하루 8번씩 이유식을 사람 손으로 직접 먹인다. 새끼는 사람을 
어미로 알고 따르게 되고 울음 소리까지 사람의 목소리와 닮아간다. 그리고 다른 
동료 앵무새 없이 홀로 사람과 함께 자란 앵무새는 사람만이 유일한 동료이자 
의지할 상대이기 때문에 사람과 친해지고자 더 열심히 말을 배우게 된다. 번식기 
일때조차 앵무새는 사람을 자신의 짝으로 여기고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 때도 사람의 말을 열심히 배우고 구사하게 된다. 

이런 여러가지 앵무새의 행동양식과 언어교육방법론이 자리를 잡게 되자 새의 
언어능력에 대한 연구는 더 진척될 수 있었고, 최근에 본격적으로 언어연구자의 
손에서 자란 앵무새가 사람과 동일한 문법구조 재귀반복형 - 를 구사한다는 것이 
알려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새는 사람과 비슷한 목청과 혀를 가지고 모음과 자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어떤 소리든 쉽게 흉내낼 수 있는 뛰어난 모방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는 
진화적으로 너무나 거리가 먼 이 새와 사람은 어떻게 거리가 먼 진화의 경로를 
각각 따로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음성언어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

새의 음성언어능력과 인간의 그것을 비교하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새는 약 1억5천만년전 진화하여 상당히 일찍부터 발성기관을 진화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상에서 사람의 말을 흉내낼 정도로 뛰어난 발성능력을 가진 새는 
앵무새, 구관조뿐 아니라 비슷한 뇌크기를 가진 여러종들이 제대로 양육되고 
교육되면 사람말을 배울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말하는 
능력을 가진 새들 사이의 진화적 거리는 매우 멀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일찍 
발성능력이 진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앵무새 종 내에서도 다양한 
언어능력의 차이를 보이므로, 매우 넓은 변종의 스펙트럼을 만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진화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와 반면, 인간 언어능력에 대한 것은 그 변이가 전무하고, 진화적으로도 너무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최소한 인간의 
발성언어능력은 정상적인 진화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된 것일까? 새와 인간이 실로 아주 우연적으로 
동일한 음성언어능력을 진화시켰다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가설을 믿어야만 할까?



__
    쇼팽                                           
    http://brainew.com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