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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1월 15일 토요일 오전 12시 44분 00초
제 목(Title): 언어능력의 기원 - 2. 동물들의 언어능력


인간의 지능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지난 세기 내내 계속되어 
오면서 인간의 언어능력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예는 늑대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태어나면서 십년이 넘게 늑대무리에서 
자라온 늑대소년이 어느날 발견되어 인간처럼 살도록 교육되었지만 결국 말 한마디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이 일화는, 후천적인 언어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하나의 사회적인 흐름을 형성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간과 가까운 동물들 역시 언어를 배울 환경에 주어진다면 
언어능력을 습득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이미20세기 중반에 여러 실험을 통해 
탐구되었다. 후천적인 능력을 중시했던 학자들은 원숭이를 데려다 인간의 
아기와 동일하게 키웠으며, 가정에 입양하는 형태로 생활하며 말을 가르쳤다. 
인간과 동일한 환경이라면 원숭이도 최소한의 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참담했다. 원숭이는 단 한마디의 말도 구사하지 
못하고,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인간생활 패턴을 익히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인간의 언어능력은 거의 독보적이라는 통념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언어가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믿음은 더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의심을 품은 연구자들이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했다. 혹시 동물들의 생각은 인간과 
동일하나 그것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닐까? 목의 성대, 입술과 혀를 
움직여 소리를 내는 능력 또한 인간만이 가진 육체적 특징이다.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은 그것을 소리로 바꿔 말로 표현할 성대의 조건 등 육체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언어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 가능성을 테스트 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말이 아닌 수화나 문자를 통해 
동물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 십년의 노력끝에 그 
결과가 이제 하나 둘 학계에 소개되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다.

고릴라에 수화를 가르쳐 인간과 함께 자란 경우, 고릴라는 800개에 가까운 단어를 
구사할 뿐아니라 형동사, 동사까지도 사용하는 능력을 보였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기존단어로 설명이 어려운 상황의 경우 이 고릴라가 스스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서 사람에게 가르치려는 시도까지 한다는 것이다. 

오랑우탕의 경우 수화가 아닌 음성언어 이해력이 어느정도 인지를 알 수 있는 
실험이 수행되었다.  숨겨진 곳에 열쇠를 찾아 상자를 열고 먹이를 먹는 등 도구를 
이용하여 복잡한 일을 수행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그것의 수행력을 테스트 하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이 때 명령을 내리는 실험자의 얼굴을 가리고 순수하게 
음성으로만 명령을 받아 얼마나 복잡한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였고, 
그 결과 복잡한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음성언어이해를 위한 습득능력도 상당히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단어가 적힌 플라스틱 조각을 이용하여 수백 단어의 명사, 형용사, 
동사를 구사하는 능력보인 원숭이, 자신이 배운 언어를 다른 동료에게 가르치는 
원숭이등 다양한 관찰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영장류에 대한 이들 관찰결과는 발성기관을 이용한 언어표현력을 제외한 나머지 
언어능력  음성언어이해, 단어와 개념을 연관짓는 능력, 속성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형용사, 동사의 사용, 새로운 언어표현 생성력  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동물들은 말로 표현만 하지 못하고 있을 뿐, 내적인 생각과 언어능력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것과 구조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는 진화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자연스러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인간의 
언어능력 중에서, 발성에 의한 표현력을 제외한 모든 것은 인간 바로 전단계에서 
모두다 구조적인 진화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인간은 발성기관을 새로이 얻게 
됨으로써 비로소 복잡하고 고등적인 언어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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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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