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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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osmo (정순조)
날 짜 (Date): 1995년01월03일(화) 05시04분17초 KST
제 목(Title): 위에 guest(guest)님 글...


순위가 다시 학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잘못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고 계시군요. 글 중에 '기성 세대의 순위 매기는
나쁜 습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
는 없는 겁니다. 물론 단순하게 서열화시켜서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양성을 무시하는 '나쁜 습관'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래 왔구요. 시사저널의 기사 또한 나쁜 습관을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순위를 매겼던 어떻든 간에 정당한
평가는 '나쁜 습관'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이 학벌을 만드는
해악은 아닌 것입니다. 시사저널에 대해 분개하는 것은
그저 순위를 매겨 그 순위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KAIST가
하찮은 학벌을 가질까 우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실제야
어떻든 간에 KAIST가 질적으로 1위라서 평가에서 1위라고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학벌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또 그것이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까봐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아니라
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문제를 직시하십시오. 일부 KAIST인
들도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잘못된 식견을 가지고 있겠지만,
글 쓰신 분들도 그렇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잘났다고 유아독존의 발언을 하고픈 말은
없습니다. 또 우리만 잘났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학벌이 만든 폐해로부터 벗어난 사회, 물론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 노력이 있는 언론인들이라면 시사저널 기사
같은 글은 그렇게 섣불리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KAIST가 1위가 나왔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현재 사회 상황에서는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겁니다. 왜? 그것이 학벌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어느 학교인가만 바뀐 또 다른
'서열'로 이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이 점을 생각하시
면 "경쟁이 최고의 가치인 것으로 아는"이라는 비아냥조의
말로 그런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경쟁에 민감하고 오만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물론 사실
KAIST가 1위가 나왔다 하더라도 학벌로 곧 이어지는 것은
아닐테죠. 학벌이 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사회에서 이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가 좋은 순위에 오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학교가 오르는 것은 다릅니다. 포항공대가
중앙일보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다음에는 - 물론 비판도
많았지만 - "역시 포항공대"라는 식의 말은 나오지 않았고
다만 신선한 충격과 자극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반대로
서울대가 1위가 나온 후의 일반의 반응은 "역시 서울대"
이고, 그나마 시사저널 기사 본문에서는 "아직까지는 서울대가
1위이다, 그러나 10년 이내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두 경우는 분명 다릅니다.
(지나가는 말이지만, 또 같은 평가를 10년 뒤에 했을 때
정말로 순위에 '변동'이 생길 수 있을까요??) 학벌 위주의 사회
에서(제딴에 의도는 좋았다지만.. 한심한 방법을 동원해서)
그런 과대포장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학벌을 더욱 더 조장시킬
뿐입니다. 나름대로 객관적인 방법 기준을 내세우기라도 했다면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아무 근거 없이 만든 순위는, 게다가
그게 또 기존의 학벌 순위와 큰 차이가 없다면(오해는 마시길..
학벌 순위가 대학 순위가 아무 관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말 그 사람들의 오그라붙은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 뿐입니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자기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의도만 좋고 결과는
부정적일 그럴 기사를 내고도 '의도는 좋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라는 변명을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도 분별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재원님 말씀대로, 이건 일종의 자구책입니다. 학벌에서 밀리는
학교가 학벌 위주 사회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드니까 그 틈에
끼어들자는 욕심 때문에 좋은 순위 -> 우수한 학벌 로의 이행
을 바라는 바램에서 이러는 게 아니란 겁니다. 학벌을 깨뜨리
자는 것입니다. 한번 좋은 순위를 받았다고 해서 좋은 학벌을
얻고 또 그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사회 풍조일 것입
니다. 또 우리나라가 그런 식이구요. 그러나 순위가 언제나 변
동될 수 있고, 그것이 절대 척도가 아닐 때, 순위는 바로 학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바로 이런 사회입니다.
학벌이 5위라도 평가가 1위일 수는 없느냐?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그것이 문제이고 이런
악습을 깨뜨리자는 얘깁니다. 제발, 순위가 학벌로 이어진다는
그런 생각을 버리십시오. 그것이 곧 학벌주의입니다.


ID 빌려쓰는 김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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