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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hanmaum (오성규)
Date   : Tue Nov 10 06:19:02 1992
Subject: Re: 아라의 해킹에 붙혀서 - 1


앞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저로서는 정말이지 뭐라고 해야 몰라 매우 당황했습니다.

> 이젠 마음을 가라 앉히고 우리 사이에 있는 비민주적인 면들을 말하면서 여러
>학우들의 생각을 바랄 뿐입니다. 제가 아는 게 컴퓨터 뿐이라 이 쪽만 이야기
>하게 된 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 구절로 미루어 보건데, 그 아래에서 말하고자 하였던 것은 스팍스의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운영되어 온 것이 여러 학우들을 무시한 비민주적인
대표적 본보기였음을 보이고자 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컴퓨터쪽은 잘 아신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활동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아마 첫 광고에 드러났던 "SPARCS"란 어귀 !!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썬 사의 Sun4 시리즈의 주 cpu로 사용된 스팍(sparc) chip에다
>단순히 S를 갖다 붙혀 복수를 만들고 이를 자기네의 이름으로 사용 했었습니다.
>그 약자에 대한 원어 해석은 누가 보더라도 끼워 맞추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점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하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요.
어느 모임이나 그 창립에 맞춰 그 모임의 이름을 정할 것입니다.
특히 그 모임을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 모임의 특색등이 잘 드러나도록
관련있는 말을 쓰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 PC -> ProCess, 맥, ...)

저희도 이름때문에 고심했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별 뾰쪽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앞으로 동아리가 지닐 특색을 꼽다보니
System Programming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SP... 이 두 글자로 시작되는 단어.. 물론 많겠지만 저희로서는 쉽게
SPARC이라는 그 CPU이름이 연상되었고 모임이라는 뜻의 Association도
연결이 되게 되었던 것입니다.(여기까지가 바로 제가 생각해 낸 이름이었
읍니다.) 그리고 곧 Researching Computer Systems가 붙게 되었지요.
"System Programmer's Association for Researching Computer Systems"
이것은 순전히 재미로 지어낸 이름이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굳이 특정 회사와 관련이 깊은 단어를 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반대의견도 나왔고 해서 꺼림직 하였지만 이 단어이상 저희 동아리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읍니다. 그리하여 이 단어에
모두 동의하게 되었고 저희 동아리의 이름이 된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 Sun Microsystems라는 컴퓨터회사를 알고 SPARCS라는
저희 동아리 이름의 머릿말만 들으신 분이라면 아마 그렇게 CPU이름에다
복수를 취해 만들었겠다고 생각하실수 있을 것이며 저희로써도
그것을 어떻게 할 도리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만 보지말고 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셔서 저희의 모임을 보다 더 자세히 이해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 그리고 그 밑에 따라 다녔던 2.5란 수..
> 그러고 보면 스팍스는 다른 학우들과 부단히도 멀어 질려고 했다.

저로서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를 오락가락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여러분또는 다른 학우들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마약을 마약중독증에 걸린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말하면 너무 왜곡한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어떤 것도 컴퓨터만큼 현실로부터 떨어져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을 완벽하게 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심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컴퓨터를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삼아 많은 일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고 스스로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동아리가 그러한 헤어날 수 없는 늪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어서는 안되었기에 그것을 기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약조건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것의 하나로 내세웠던 것입니다. 즉
본인스스로 컴퓨터와 무관하게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또 제한없이 컴퓨터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하여튼 그냥 계산소에
> 머무르며 학생들의 교육 지원에 사용 되었더라면 친구들의 계정 빌려 쓰는 그런
> 일도 없고 학기마다 email 어드레스가 바뀌지도 않고, 뉴스도 읽었을 친구들이
> ...

저희가 여러분의 컴퓨터 환경을 도둑질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저희로서는
안타까움을 이루 금할 길이 없습니다.

'e-mail 어드레스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사용자를 관리하는
시스템 관리자라면 왜 이것이 힘든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뉴스도 읽었을' 저희가 알기로는 sparcs(호스트이름) 에서 뉴스를 읽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이렇게 불편한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군요.

올해 초 전산소에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sun4, sun3들과(dal, hae., kap., eul.)
MicroVax(mvu1, mvu2, mvu3), 기타 VAX750, Convex등이 있었는데, 점점 늘어나는
컴퓨팅능력의 요구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여 더나은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허리졸라매기로 예산은 예년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와 별도로 저희 동아리에서는 몇달전에 겨우겨우 받은 시스템을 익히고 안정화
하는데 시간을 소모하여 활동이 아주 미비했었기에  새학기를 맞아 왕성한
활동이 요구되는 시점이었읍니다. 따라서 외부사용자를 위한 준비가 그제서야
갖추어져 저희 동아리의 가장 큰 컴퓨팅능력을 지닌 Sun4/490에 일반사용자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위 두가지 사항이 맞물려 전산소에서 사용자등록을 받으면 바로 저희 동아리의
sparcs(Sun4/490)에서 그 써비스를 제공했던 것입니다. 이전의 전산소의
것에 비해 실제 같은 학우입장에서 더 나은 사용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모로
최선을 다했고, 또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한번 신청하면 졸업할 때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배려등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아 봄학기 중반에 그만 490의 CPU board가 고장이나서
미국으로 요양을 가버려 일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고 전산소는 전산소대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곧 들어온다던 Sun4/690이 이제서야(지금 전산소에 있는
것으로 앎) 들어와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 내년 봄부터 제대로 활용이 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더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여러 학우를 무시하고자 했던 적은 절대 없었으며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노력해왔고 또 그럴 것이라는
이점만은 알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스팍스 의 한 회원인  오성규 드림

PS: 만약 위의 글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시다면 부디 제게
알려주셔서 바로 잡을 수 있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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