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pan ] in KIDS 글 쓴 이(By): akaraka (셩이~~~) 날 짜 (Date): 2001년 8월 22일 수요일 오전 10시 20분 04초 제 목(Title):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from 한겨레21 저팬 보드 생긴 이후로 이렇게 한 토픽에 많은 쓰레드가 달린 건 첨인 것 같네요...한겨레 21에 이번 신사참배와 관련된 기사 중 공감이 가는 기사가 있길래 소개합니다. 원본 : http://www.hani.co.kr/section-021069000/2001/08/021069000200108140372029.html [ 아시아 네트워크 ] 2001년08월14일 제372호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2차대전 종전 56년, 왜 그들은 전쟁에 지고도 아시아를 먹었는가 "장차 이 일대의 섬들을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난쟁이들이 지배할 날이 올 것이다.” 13세기 자바섬 케디리왕국의 조요보요 임금은 예언했다. 세월이 흘러 1942년, 해방군이란 깃발을 달고 밀어닥친 일본군이 3년 반 동안 온갖 행패를 부리는 걸 보면서, 인도네시아 시민들 사이에는 조요보요의 예언이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다시 60여년이 지난 2001년, 아시아는 들끓고 있다. ‘거짓말’ 때문이다. 아시아를 난도질하고 피바다로 만들었던 그 ‘해방군’이 죽어라 사실을 감추며 자식들에게 엉터리 교육을 시키겠다고 날뛰는 탓이다. ‘짧은 기간 동안’이라고 말했던 조요보요 임금의 예언은 빗나갔고, 길어도 한참 긴 세월 동안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모든 아시아가 시달리고 있다. 거대한 ‘일본주식회사’의 지사들 특히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일본은 아시아를 분노케 한다. 2차대전 종전일이 걸리는 8월15일 무렵을 두고 하는 말인데, 올해는 ‘거짓말 교과서’에다가 잘 나가는 사나이 고이즈미 총리류들이 대놓고 신사참배를 하겠다고 설쳐 사태가 만만찮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아시아 곳곳은 악령이 되살아났다고 야단들이지만, 해방군의 자손들은 동네 개가 짖는 소리쯤으로 여기고 있고…. 신선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이 해묵고 낡아빠진 주제를 올해도 변함없이 2차대전 종전특집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몹시 짜증스럽고 고달픈 일이지만, ‘아시아 네트워크’는 해방군이 스스로를 침략군이라고 인정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더이상 일본을 왈가왈부하기도 싫고, 도무지 할말도 쓸 말도 없다. 지난 1945년 8월15일부터,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얼마나 많은 글들이, 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쏟아져나왔는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변하지 않는 일본, 그 어떤 정교한 논리도 또 냉정한 이성도 통하지 않는 일본을 지켜보며 참담함을 느끼는 것이 아시아 시민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차라리 무시해버릴까?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일본을 무시할 수 없다. ‘세이코 자명종으로 눈을 뜨고, 라이온 치약으로 치아를 닦고…’로 시작하는 70년대 중반 타이에서 유행했던 ‘타이-닛폰’이라는 노래를 30년이 지난 오늘 다시 들어보면, ‘으응, 내가 타이사람인가?’ 헷갈려 하며 끝을 맺는 마지막 소절이 끔찍한 현실로 다가온다. 방콕도 마닐라도 자카르타도 서울도 그리고 프놈펜도 거대한 ‘일본주식회사’의 지사로 변했고, 그 시민들의 발도, 화장도, 옷도, 먹을거리도 심지어 노래와 만화까지도 모조리 ‘일제’로 뒤덮였다. 본사의 엔화가 움직일 때마다 지사의 바트화도 페소화도 루피화도 원화도 정밀하게 따라 움직이고, 본사의 돈줄이 풀리는 정도에 따라 지사의 사업은 울고 웃는다. 일년치 예산을 일본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캄보디아로부터는 앙코르와트보다도 일본이 더 중요한 삶의 가치로 자리를 잡았다는 슬픈 소식도 들려온다. 전쟁에 지고도 기어이 일본은 아시아를 먹은 셈이다. 전쟁 동안, 자원이건 인력이건 아시아에서 쓸 만하고 돈 될 만한 건 뿌리째 약탈해가서 세운 불순한 경제라고 아무리 일본을 탓해본들, 현실은 ‘가진 놈이 장땡’이고 결국 ‘간 큰 놈이 돈번다’는 불쾌한 속어만 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일과 일본의 본질적 차이 아시아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본은 무엇인가’를 놓고 먼저 아시아 속의 일본을 뒤집어보기로 했다. 건전한 일본 시민들에게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그것도 허사였고, 볼썽사나운 일본 정부를 난타해보기도 또 애걸복걸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남은 건, 우리가 가장 혐오해왔던 ‘힘의 논리’뿐이다. 그 힘은 군대도 정부도 외교도 아닌 시민들의 힘이다. 아시아 네트워크는 그 힘의 원천을 아시아의 이해에서부터 아시아의 시민연대라는 믿음으로 이번주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를 독자들께 올린다. 흔히들, 또 하나의 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의 자체 패전 처리방식과 사후조처를 놓고 일본의 태도를 비교해왔다. 특히, 독일의 끈질긴 전범 추적이니 충실한 역사교과서니 진실한 사죄니 경우 바른 배상 이 과정에서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마치 ‘도덕성’의 높낮이 식으로만 접근하다보니 지금까지 우리는 가장 중요한 대목을 보지 못했다. 패전 독일에는 유럽시민사회라는 강력한 ‘응징집단’이 존재했지만, 패전 일본에는 그럴 만한 아시아시민사회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독일은 자진해서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시치미를 떼고 있어도 괜찮은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바로, 아시아 네트워크가 거듭 아시아시민연대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