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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namu (나무이어요)
날 짜 (Date): 1993년06월15일(화) 14시50분52초 KST
제 목(Title): 국적불명 방송


이 글 역시 1993년 6월 15일자 조선일보에서 인용합니다.
면수는 16면입니다.


     요즘 TV를 보면 한마디로 어느나라 방송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많다.  특히 
젊은층 대상의 쇼-오락 프로그램들은 일본 화면같기도 하고, 서양의 
영상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이는 우리방송도 선진국처럼 첨단감각에 세련된 영상을 추구하는 발전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정서]와 거리가 먼 [무국적방송]이 
되어가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마치 요즘 아이들이 김치를 
싫어하고 돈까스와 피자를 좋아한다고 서양식 인스턴트식품만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TV는 우리 것을 버리고 외제만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시청자들과 친숙한 드라마의 출연진만해도 [한국형 얼굴]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서구형으로 성형한 국적불명의 얼굴들이 주역으로 행세하는 판이니 
아무리 재미있고 내용이 좋더라도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느끼기에는 거리가 멀다.  
연극연출자의 말을 빌리면 눈에 칼을 대고 코를 세운 탤런트에게서는 [표정연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방송관계자들은 영화 [서편제]가 왜 공전의 선풍을 일으키는지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사라져가는 우리 판소리의 멋을 영상에 실어낸 
토속성에다 꾸밈이 없는 오정해란 [토종배우]의 역할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결국 
한국영화도 수많은 모방과 실험을 거듭했지만, 해답은 [우리 것]을 통해 [우리 
정서]를 되살리는 데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우리 TV가 해야할 첫째 목표는 [제얼굴 찾기]라고 생각한다.  
탤런트나 방송인을 뽑을 때부터 [제모양 제목소리]를 갖췄는지 살피는 권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정체성]만 확고하다면, 거기에 아무리 서구문화를 
수용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방송이 요즘처럼 외제를 모방하고 주입시키다 보면 자라나는 세대의 의식이나 
가치관마저 전도시키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대상의 쇼, 코미디, 퀴즈, 연예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젊은 PD들은 
최근의 현상을 국제화란 명분으로 합리화하려하지만, 자기 얼굴이나 고유한 
정서까지도 [수입품]으로 대체하다보면 [문화속국]이 되어버린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TV가 선진문화는 수용하되 자국의 풍토와 체질과 정서는 물론 
빛깔(조명) 소리(음악) 등 세부적인 기본틀에서 [우리모델]을 정립해야만, 그 안에 
담겨지는 내용도 우리 입맛에 맞고 가슴에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정중헌.  문화2부장>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옮기는 노가다를 했습니다.;)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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