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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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2월  3일 수요일 오전 01시 18분 40초
제 목(Title): 고종석/고유어와 한자어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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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에세이] /고유어와 한자어 대응/국어의 풍경들-21 

우리말에서 고유어와 한자어가 무수한 유의어쌍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예로 든 봄바람과 춘풍, 여름옷과 하복, 가을밤과 
추야, 안팎과 표리, 새해와 신년, 가뭄과 한발, 햇빛과 일광, 달빛과 월광, 돌솜과 
석면 같은 경우처럼 고유어와 한자어가 일대일(一對一)로 대응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 고유어와 한자어는 일대다(一對多)로 대응한다. 그러니까 고유어 한 
단어에 여러 한자어가 대응한다. 이 경우에 한자어는 고유어가 지닌 의미 영역을 
여럿으로 나누어 제가끔 한 몫을 챙긴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김광해 교수의 <고유어와 한자어의 대응 현상>이라는 
책에는 고유어 `고치다'에 대응하는 한자어들의 예가 제시되고 있다. 고유어 동사 
`고치다'는 (건물을) 수리(修理)하다, (옷을) 수선(修繕)하다, (병을) 
치료(治療)하다, (잘못을) 교정(矯正)하다, (정책이나 진로를) 
수정(修正·修整)하다, (세법을) 개정(改正)하다, (제도를) 개혁(改革)하다, 
(기록을) 경정(更正)하다, (구조를) 개조(改造 改組)하다, (낡은 건축물을) 
개수(改修)하다 같은 한자어 동사들과 대응한다. 구체적 문장들 속에서 이 한자어 
동사들은 `고치다'로 대체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고치다'를 아무 한자어 
동사로나 대체할 수는 없다. 예컨대 우리는 `옷을 수선하다', `병을 치료하다', 
`잘못을 교정하다', `진로를 수정하다', `세법을 개정하다', `제도를 개혁하다', 
`낡은 집을 개수하다' 같은 표현을 `옷을 고치다' `병을 고치다' `잘못을 고치다' 
`진로를 고치다' `세법을 고치다' `제도를 고치다' `낡은 집을 고치다'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병을 고치다'를 `병을 개혁하다'로 바꾼다거나, `세법을 
고치다'를 `세법을 치료하다'로 바꾼다거나, `옷을 고치다'를 `옷을 교정하다'로 
바꾼다거나, `잘못을 고치다'를 `잘못을 수선하다'로 바꿔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고유어 `고치다'는 그 대응 한자어들을 모두 의미적·통사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반면에, 대응 한자어들은 `고치다'의 여러 영역 가운데 일부분씩을 
떼내어 자기 몫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한자어 유의어들은 `고치다'에 
견주어 의미가 좁혀졌고(특수화했고), 통사적으로 선택 제약이 더 커지게 되었다. 
선택 제약이 더 커졌다는 것은, 위에 등장한 어떤 목적어와도 마음대로 어울릴 수 
있는 `고치다'에 견주어, 대응하는 한자어 동사들은 특별한 목적어들과만 어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흔히 일대다 대응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고유어 단어들이 
문맥에 의해서 의미 적용 한계를 설정하는 데 비해, 이에 대응하는 한자어들은 
문맥과 상관없이 자립적으로 의미 한계를 설정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즉 위의 
예에서 `고치다'는 구체적 문맥 안에서 의미가 확정되지만, 대응하는 한자어 
유의어들은 문맥과 상관없이 그 의미가 이미 확정돼 있다. 다시 말해 일대다 
대응에서 고유어는 상관적 자립성이 한자어보다 매우 낮은 다의어다. 한국어 
화자들은 이 다의어의 모호성을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오히려 한자어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 고유어가 지닌 여러 의미들 사이, 또는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가 제 나름대로 특수화해서 감당하고 있는 의미들 사이에는 일종의 가족 
유사성이 있다고 할 만하다. 

이런 일반적 경우와는 달리 한자어 대 고유어가 일대다 대응을 보이고 있는 예가 
우리말에 없는 것은 아니다. 한자어 동사 `착용하다'는 (옷을) `입다', (신발을) 
`신다', (장갑을) `끼다', (모자나 안경을) `쓰다' 같은 고유어 동사들과 
대응한다. 이 경우에는 `착용하다'의 의미가 일반적이고, 즉 문맥의존적이고, 
고유어 동사들의 의미가 특수적·자립적이다. 그래서 `입다' `신다' `끼다' `쓰다' 
등은 아무 경우에나 `착용하다'로 바꿀 수 있지만, `신발을 착용하다'를 `신발을 
입다'라거나 `신발을 쓰다'라거나 `신발을 끼다'로 바꿔말할 수는 없다. 한자어 대 
고유어가 일대다 대응을 보이고 있는 또다른 예로 한자어 동사 `요리하다'에 고다, 
삶다, 데치다, 쑤다, 볶다, 덖다, 부치다, 끓이다, 지지다 따위의 고유어 동사들이 
대응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 `바느질하다'에 대응하는 꿰매다, 박다, 시치다, 
감치다, 누비다, 호다 따위의 동사들처럼, 고유어 대 고유어가 일대다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들은 예외적인 것이고, 우리말에서 일반적인 것은 
고유어 대 한자어가 일대다 대응을 보이는 것이다. `갚다'에 대응하는 반납하다, 
반환하다, 상환하다, 변제하다, 보답하다, 보복하다 등의 한자어 동사들도 그 한 
예다. `값'에 대응하는 가치, 대금, 대가, 금액, 요금, 액수, 액면, 시가, 비용, 
원가, 수치 등의 한자어 명사들은 또다른 예다. 이런 예들은 우리말에 무수하다. 
그리고 그것은 한자어가 국어를 섬세하고 명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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