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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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워싱턴사과)
날 짜 (Date): 1999년 1월 19일 화요일 오전 04시 37분 24초
제 목(Title): 고종석/국어의 풍경들-손이 만들어낸 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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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에세이] /'손'이 만들어낸 숙어들/국어의 풍경들19 
여러 가지 `손' 


숙어란 두 마디 이상의 말이 합하여 하나의 뜻을 이루는 말이다. 숙어를 이루는 
낱말들은 맥락에 따라서는 곧이곧대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숙어 전체가 
관용적으로 특별한 뜻을 지닌다. 그래서 숙어를 관용어라고도 한다. 예컨대 `손'이 
들어가는 숙어들을 살펴보자. “그는 인사권을 손에 쥐고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문장에서 `손에 쥐다'는 `자신의 소유로 만들다'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이 
숙어에서 `손'은 `소유'나 `지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손에 넣다' `손에 
들어오다` 같은 숙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탐내던 보물이었는데 오늘에야 
손에 넣었다”라거나 “이 너른 평야가 우리 손에 들어왔으니 당분간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이라는 문장에서 바로 그 소유하는 `손', 지배하는 `손'이 
보인다. 반면에 `손을 잡다' `손을 떼다' `손을 씻다' 같은 표현에서 `손'은 
`관계', `관여' 따위의 의미를 지닌다. “신라는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쳤다”, “이제 후배들끼리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듯해 나는 그 일에서 
손을 뗐다”, “또 도박이야? 이젠 그만 손을 씻는 게 어때?” 같은 문장에서 
`손'은 관계나 관여를 의미하는 `손'이다. 한편 `손을 놓다' `손을 털다' `손이 
비다' 따위의 숙어에서 `손'은 `일', `작업'의 의미다. “경숙은 바느질하던 손을 
놓고 조카들의 밥상을 차렸다”, “경기 침체로 그는 요식업에서 손을 털고 나앉아 
버렸다” “손이 비었으면 이리 와 좀 거들어주렴” 따위의 문장에 등장하는 
`손'이 바로 일하는 손이다. 

그러나 이런 여러가지 손들의 경계가 항상 또렷한 것은 아니다. “요식업에서 손을 
털고”의 `손'이 일하는 손인지 관계맺는 손인지는 모호하다. 또 `손이 비다'라는 
숙어도 위의 예에서처럼 `하던 일을 다 끝내서 짬이 생기다'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중에 돈이 떨어지다'의 의미도 있다. 이럴 때의 `손'은 소유하는 
손이다. “손이 비어 조카 녀석한테 과자 한 봉지도 못 사줬네” 할 때의 `손' 
말이다. 또 `손을 대다' 같은 표현에서도 `손'은 `관계'를 뜻하기도 하고 
`(불법적인) 소유'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 더러운 일에 네가 손을 댔단 
말이야?” 하는 문장에서 `손'은 관계맺는 손이고,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가 
재산에까지 손을 댔단 말이야?” 라는 문장에서 `손'은 `(불법적으로) 소유하는 
손'이다. 그러니까, 어떤 숙어에서 그 중심 단어가 무슨 뜻이냐를 따져보는 
것보다는, 전체의 뜻을 그냥 익히는 게 중요하다. 실상 그것이 우리가 숙어를 
사용하고 이해할 때의 태도다. `숙어(熟語)'란, 글자의 뜻 그대로, `익은 
말'이니까. 그렇게 익혀지고 나면 `손이 크다'나 `손이 작다'는, 본래의 뜻을 
잃고, 돈이나 물건을 다루는 데 통이 크거나 작다는 뜻이 된다. 또 `손에 설다'나 
`손에 익다'는 어떤 일이 익숙지 못해 서투르거나 그 서투르던 일이 점차 
익숙해진다는 뜻이 된다. 

`손'의 합성어들도 여러 숙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손가락질을 받다'는 `남에게 
깔보이거나 비웃음을 받다'의 의미이고, `손가락을 빨다'는 `먹을 것이 떨어져 
굶고 있다'의 의미다. “사람들한테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 신문은 사상 
검증이라는 걸 계속하고 있다”라거나 “직장을 잃은 지 삼개월, 이젠 손가락을 
빠는 수밖엔 없겠군”이라는 문장에서 그런 `가리키는 손가락'이나 
`대용식(代用食)으로서의 손가락'이 보인다. 또 `손금을 보듯하다'는, “그는 
언론계의 속사정을 손금을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에서처럼, 어떤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걸 비유하는 말이다. 본디 뜻이 `손과 발'인 `손발'도 여러 숙어를 
만든다. `손발이 되다'는 어떤 사람의 충실한 협조자나 부하가 된다는 뜻이고, 
`손발이 따로 놀다'는 모임이나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행동이 제각각이라는 뜻이며, 
`손발이 맞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손발이 되어 유태인 학살을 지휘했다”, “그 친구랑 
파트너가 되면 늘상 손발이 따로 놀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 팀은 손발이 
척척 맞아 벌써 일을 다 끝냈어” 같은 문장들이 `손발'의 관용어가 쓰인 예다. 
`손버릇이 나쁘다'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남을 때리는 버릇이 있다는 뜻이고, 
`손톱도 안 들어간다'는 사람됨이 몹시 완고하거나 인색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손버릇이 나쁘니 미움을 받지”, “김사장한테 사정을 해보라구요? 손톱도 안 
들어갈 사람이에요” 같은 문장에서 나쁜 손버릇과 안 들어가는 손톱이 보인다. 

우리말은 신체어(身體語)를 포함하는 숙어가 풍부한 편이다. `얼굴'말고도 `발' 
`낯' `입' `가슴' `애' `배' `목' `속' 따위의 말들이 어떤 숙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각자 한번 생각해보자. 하나씩만 예를 들어본다면 `발이 넓다' `낯이 
두껍다' `입이 무겁다'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한다` `애를 먹다' `배가 맞다' 
`목이 빠지게` `속이 뒤집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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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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