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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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2월  6일 일요일 오전 10시 13분 44초
제 목(Title): 고종석/국어의풍경들-김치에 대하여 


[고종석에세이] 국어들의 풍경들-12/'김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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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식품 가운데 나라 바깥에까지 가장 잘 알려진 것이 김치다. 영어
사전에나 일어 사전에까지 `김치'라는 표제어가 올라 있을 정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는 배추 무 오이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였다가, 고추 파 마늘
젓 등의 양념을 버무려넣고 담근 반찬이다. 김치 하면 연상되는 빛깔은 빨간
색이고, 그 빨간 색은 빨간 고추양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고추가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17세기이므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는
17세기 이후의 김치다. 

그렇더라도 김치는 고대의 한국인들이 이미 즐기던 식품이다. 김치는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 그리고 시기에 따라 여러 종류다. 나박김치는 무를
얄팍얄팍 네모지게 썰어 절인 것에 양념을 넣고 국물을 부은 뒤 미나리를
썰어넣은 김치이고, 보쌈김치는 무와 배추에 갖은 양념을 한 뒤 다시 넓다란
배추잎에 싸서 담근 김치이며, 깍두기는 무를 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뒤
양념을 넣고 버무려 담근 김치다. 또 동치미는 무를 크게 썰거나 아예 통째로
소금에 절여 국물을 흥건하게 해 심심하게 담근 김치이고, 섞박지는 절인
무와 배추를 썬 다음 여러가지 고명에 젓국을 조금 치고 익힌 김치다. 겨울
동안 먹기 위해 한꺼번에 많이 담근 김치는 김장김치이고, 김장김치보다
일찍 담가먹는 김치는 지레김치이며, 새로 나온 어린 무나 배추로 담근
김치는 풋김치다. 봄까지 먹도록 젓깔을 넣지 않고 짜게 담근 김치는
늦김치이고, 익지 않은 김치는 날김치다. 국물이 매우 많아 건더기가 둥둥 뜬
김치는 둥둥이 김치이고,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는
홀아비김치이며, 무 배추를 간장에 절여 곧 먹게 만든 김치는 벼락김치다.
배추를 통째로 담그면 통김치고, 조각으로 썰어서 담그면 쪽김치다. 특히
국물의 맛이 좋도록 담근 김치는 국물김치다. 또 주가 되는 채소에 따라
호박김치, 부들김치, 가지김치, 미나리김치, 시금치김치,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오이김치, 박김치 따위가 있다. 오이김치도
여러가지다. 오이에 소를 박고 국물에 익히면 오이소박이이고, 썰어서 소를
박지 않으면 짜개김치이며, 독에 담고 소금물에 넣어 익히면 오이지이고,
썰어 젓국과 고추가루에 버무리면 오이깍두기이다. 

김치가 한국 고유의 식품인 만큼, `김치'라는 말도 우리 고유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김치'는 `잠긴 푸성귀'라는 듯의
沈菜(침채)라는 한자어가 변한 것이다. 이 한자어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기보다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옛 문헌에는
沈菜가 `딤채(*아래아*) 또는 `팀채(*아래아*)'의 형태로 나온다. 그런데 이 두
어형은 진화를 거듭한 채 오늘날까지도 병존해 있다. `딤채(*아래아*)'는
`짐채(*아래아*), `김채(*아래아*)', `김츠ㅣ(*ㅊ+ㅢ*)'를 거쳐 오늘날 `김치'가
되었고, `팀채(*아래아*)'는 아마도 `침채(*아래아*)'를 거쳐 `침채'가 돼
오늘날 제사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에는 또 김치를 뜻하는 말로 `지'가 있다, 비록 독립적으로는 쓰이지
않고 접미사로만 쓰이지만. 끓여서 식힌 소금물에 오이를 담가 익힌
`오이지', 무나 오이를 소금에 짜게 절여서 담근 `짠지', 김장할 때 무를 좀
싱거운 맛이 나게 담근 `싱건지', 조기젓국으로 간을 맞추어 담근 `젓국지'
같은 말에 그 `지'가 보인다. `섞박지'나 `익은지' 같은 말에도 그 `지'가 들어
있다. 이 `지'가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우선 `절인 것'을 뜻하던 고유어 `디히'가 변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16세기
초 문헌인 <박통사 언해> 초간본에는 `쟝앳디히'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것은 현대 한국어 `장아찌'의 그 당시 형태다. <두시언해>에도
`겨울김치'라는 뜻으로 `겨삵(*반치음과 아래아*)디히'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까 `장아찌'의 `찌'가 `오이지'의 `지'와 같은 말이고, 그것들은 중세어
`디히'가 진화한 형태라는 견해다. 이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본디 우리말에서
`디히'가 김치를 가리키다가 15세기 이전의 어느 시기에
딤채(*아래아*)(沈菜)가 나타나 이 말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우리말 `지'가 `담근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 漬(지)나, `김치' 또는 `절인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 저(菹)에서 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마디만 더. 김치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배추' 역시 白寀(백채)라는
중국어가 귀화한 것이다. 이 배추는 한자를 매개로 해서가 아니라, 입을 통해
중국어에서 직접 차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에세이스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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