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26일 목요일 오후 11시 42분 52초 제 목(Title): 고종석/국어의 풍경들-욕설의세계 고종석에세이] 국어들의 풍경들-11/욕설의 세계 ▶프린트 하시려면 어느 나라 말에도 욕설은 있다. 교양있는 사람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마음 속으로라도 욕설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욕설은 때때로 마음을 정화시킨다. 그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정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욕설은 소화불량이 된 심리를 치료한다. 말하자면 욕설은 심리적 설사다. 다른 언어에서도 대개 그렇듯, 한국어의 욕설도 그 주된 소재는 성(性)과 형벌과 질병이다. 성과 관련된 욕설 가운데는 “이런 개xx(여성의 성기)같은 x(여성에 대한 비칭)”처럼 단순히 상대를 성기에 비유하거나, “xx(`성교를 할'이라는 뜻의 비어)놈”처럼 성교 자체를 비하하며 만들어진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금제된 성과 관련된 것이다. 금제된 성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근친상간이고, 근친상간 가운데도 최고의 금기는 어미와 자식의 상간이다. 우리말에도 그렇지만, 다른 언어에도 어미와 자식 사이의 성적 관계를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욕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이런 유형의 욕은 가장 흔한 욕이면서도, 가장 강도높은 욕이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비천한 것은 통하는 것인지, 어미와 자식간의 상간은 또 오래도록 신화와 문학의 한 소재가 돼오기도 했다. 하긴, 고대 그리스인들이 일찍이 깨달았듯, 시를 포함한 문학도 결국 심리적 설사다. 어미와 자식 사이의 성교를 표현하는 욕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제미 붙을”이다. 여기서 `제미'는 `자기 어미'라는 뜻의 `제 어미'가 줄어든 것이고, 동사 `붙다'는, 속어로, 암수가 교미한다는 뜻이다. `붙다'는 주로 동물에 쓰이는 말이지만, 여기선 욕설이니 사람동물 가릴 계제가 아니다. `붙다'를 더 실감나게는 `붙어먹다'라고도 한다. 아무튼 “제미 붙을”은 “제 어미에 붙을” , 즉 “자기 어머니와 성교할”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 뒤에 “놈”이 생략된 것이다. “제미 붙을”은 줄여서 그냥 “제미”라고도 하고, “네미”라고도 한다. 여기서 “네미”는 `너의 어미'라는 뜻의 `네 어미'가 줄어든 것이다. “제미 붙을”을 또 “제미랄”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제미랄”은 “제밀 할”을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다. “제밀 할”의 `제밀'은 `제미를'이 축약된 것이고, `할'은 속어로 `성교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동사 `하다'의 관형형이다. “네미랄”이라는 욕의 구조도 똑같다. “제미 붙을” 유형의 욕설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은 “니미 xx(`성교를 할'의 속어)”일 것이다. 그저 줄여서 “니미”라고도 하는 이 욕설은 머리통 굵은 어린아이들까지도 종종 사용한다. 여기서 “니미” 역시 `네 어미'의 뜻이다. 성과 관련된 욕설 중 근친상간과 관련된 욕설이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욕설은 주로 여성의 정조와 관련돼 있다. “갈보x” “화냥x” 따위의 욕이 그렇다. 형벌과 관련된 욕설 가운데는 “육시랄” “우라질” “주리를 틀” “넨장 맞을” 따위가 있다. “육시랄”은 “육시를 할”이라는 말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서 `육시(戮屍)'는 이미 죽은 사람의 목을 베던 형벌을 말한다. `부관참시'와 비슷한 말이다. “우라질”은 “오라질”이 변한 것이고, “오라질”은 “오라를 질”이 줄어든 것이다. `오라'는 지난날, 도둑이나 죄인을 묶던 붉고 굵은 줄이다. `오랏줄'이라고도 하고 `포승(捕繩)'이라고도 한다. “오라를 받아라!”라는 호령이 삼류 사극에도 나오지 않는가. “오라를 지다” 또는 “오라지다”는 죄인이 두 손을 뒤로 해서 오랏줄에 묶인다는 뜻이다. 그러니 “오라질”이라는 욕은 “마땅히 벌받을” “죄값을 치를”이라는 의미다. “주리를 틀”에서 `주리'는 한자어 주뢰(周牢)가 변한 말로, 죄인을 심문할 때 두 다리를 한데 묶고 그 사이에 두 개의 붉은 막대기를 끼워 비틀던 형벌이다. 그 주리로 벌을 주는 것을 “주리(를) 튼다”고 말한다. “넨장맞을”은 “네 난장을 맞을”이라는 말이 줄어든 것이고, `난장'이란 신체의 부위를 가리지 않고 곤장으로 마구 치는 것이다. 아무데나 마구 때리는 짓을 `난장질'이라고 하고, 그렇게 마구 때리는 것을 `난장친다'고 하며, 마구 얻어맞는 것은 `난장맞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넨장 맞을”이란 “마구 얻어맞을”이라는 뜻이다. 병과 관련된 욕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염병할”과 “지랄하네”일 것이다. `염병(染病)'은 전염병 일반을 뜻하기도 하고, 그 가운데 특히 장티푸스를 뜻하기도 한다. `지랄'은 `지랄병'의 준말이고, `지랄병'은 간질을 뜻한다. 그러니까 욕설의 대상이 병에 걸려 필경은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이다. 에세이스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