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1일 일요일 오전 01시 27분 32초 제 목(Title): 신부용/신 외래어 표기법 바뀌어야한다 ○ 신동아 발언대 ● ‘팩스는 홱스로 세미나는 쎄미나로…’ 외래어 표기법 바꿔야 한다 ◇1986년 개정된 외래어표기법은 지나치게 단순화해 국제화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한글의 특성상 다양한 소리를 정확하게 적을 수 있음에도 이 표기법 때문에 원음과 다르게 적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모음과 된소리를 식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v, f, r과 b, p, l을 구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부용 〈교통환경연구원 원장〉 일본사람 들이 fan을 「후앙」이라고, can을 「깡」이라고 발음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일본글은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면 말 한마디 못 붙여보고 깃발을 든 안내자를 졸졸 따라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글을 세계어로』의 저자 박양춘 선생은 한글로 8778가지 소리를 적을 수 있는 데 비해 일본어는 201가지 소리밖에 낼 수 없다고 한다. 발음이 몹시 다양하게 들리는 중국어도 427가지 소리뿐이란다. 사실 「쾌, 쫙, 뿅, 촬」 같은 소리까지 쓸 수 있는 문자가 한글말고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한글이 소리의 다양성에서 단연 세계 제일이며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나라 말이고 거의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어 외국어를 쉽게 배우고 구사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글의 국제경쟁력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만은 금물이다. 그리고 자만하고 있을 자격이 없다. fan을 우리는 「팬」이라고 발음하는데 외국사람들이 못 알아듣기로 치면 「후앙」보다 조금도 나을 게 없다. 좀더 예를 들어보자.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영어로 『아무거나 패스트 푸드에 커피 한 잔이면 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패스트 푸드」나 「커피」가 무엇인지 알아들을 외국인은 없다. 결국 기세 좋던 우리 고교출신 관광객도 더 이상 영어를 써 볼 용기가 안 나 깃발 든 안내자의 꽁무니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사례를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fax는 「팩스」, 남해를 오염시켰던 Sea Prince호는 「시프린스」라고 적어야 한다. 우리 동네에는 vogue라는 패션(fashion) 전문점이 있는데 간판에 「버그」라고 써 놓았다. 버그라고 하면 서양사람들은 영락없이 bug(빈대)로 알아들을 것이다. 최근 미국 프로야구에서 마크 맥과이어와 홈런 기록 경쟁을 벌인 「새미 소사」는 우리말의 「샘이 솟아」와 같은 발음으로 읽을 수 있는데 그렇게 발음한다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왜 이렇게 적어야 하는가? 물론 정부가 제정 공포한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그렇게 적어야만 한다. 이 법을 무시하고 「홱스」 혹은 「○팩스」, 「씨-프린스」, 「보-그」, 「쌔미 쏘-사」라고 적고 그대로 읽으면 대부분의 외국인도 금세 알아 들을 테고, 또 우리 어린이들이 그 발음을 들어 귀에 익히면 나중에 영어를 접할 때 따로 배울 필요 없이 그대로 써먹을 수가 있을 것이다. ㅇㅍ과 ㅇㅂ ㅇㄹ은 훈민정음의 순경음인데 원래 ㅸ, ㆄ, 로 표기하게 되어 있으나 재미 한글 연구가 박양춘 선생의 주장대로 ㅇㅂ, ㅇㅍ, ㅇㄹ로 적는 것이 기존의 겹자음처럼 쓸 수 있고 글자의 높이를 과도히 높이지 않아 유리하다. 이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소위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영어의 위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어를 모르고는 국제 무역은 생각도 못한다. 전세계의 인터넷에 들어 있는 정보의 70%가 영어로 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팩스」, 「팬」, 「새미」 하는 식의 발음에 젖은 우리 젊은이들이 주로 발음교정을 위해 대학을 마치고도 해외 연수를 다녀와야 한다니 어떻게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한글의 약점 때문이 아니고 정부가 만든 외래어 표기법 때문이라면 「턢큜디 아니퍞텈…어린 �]성이…제퀈들 시러 펴디 �{퍠 노미 하니라」(잘 통하지 않아 어리석은 백성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하고 한글을 펴내신 세종대왕께서 얼마나 애통해 하시겠는가? 그렇다면 외래어 표기법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원망을 받는지 알아보자. 외래어 표기법의 역사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 규정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일부로 시작됐다. 이 규정은 「새 문자나 부호를 쓰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2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당시는 나라를 잃어 일제 치하에 있을 때이니 우리 글의 맞춤법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상하며 외래어라야 「나지오」나 「와이샤쓰」 등 그리 많지 않을 때이니 복잡한 규정이 불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채택한 「새 문자나 부호를 쓰지 않고」라는 규정은 아직까지도 신성불가침의 대접을 받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 규정에 입각해 조선어학회는 1940년에 구체적인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을 만들었는데 p와 f를 구별없이 ㅍ으로, b와 v를 ㅂ으로, l과 r는 ㄹ로 표기하는 방식은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해방 후 1948년에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이었던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은 이양하, 피천득 등의 영문학자를 포함한 국내외 학자 22명으로 언어과학위원회를 만들어 「들온 말 적는 법」이란 이름의 표기법을 발표하였다. 최현배 선생은 한글 전용을 고집한 학자로서 비행기를 날틀, 이화여대를 배꽃계집배움집으로 부르는 등 파격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던 과격한 한글 애호가였다. 그러나 이 「들온말 적는 법」에는 f와 v를 각각 그간 버려 두었던 훈민정음의 순경음 ㅍ(ㆄ)과 순경음 ㅂ(ㅸ)으로 표기하고 l은 ㄹㄹ로 표기하였으며 z발음으로 반치음(△)까지 사용하여 전술한 「새 문자나 부호를 쓰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무시한 진취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표기법은 불행하게도 다른 한글학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현 국어연구원의 임홍빈씨는 96년 8월 남북한 언어학자 국제학술회의에서 밝힌 그의 논문에서 「외래어의 개념 자체를 크게 왜곡시킨, 기껏 좋게 말해야 왕성한 실험 정신의 산물」이라 평한다. 임씨가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은 「새로운 문자나 기호를 쓰면 안 된다는 전통적 규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결국 1958년 새로 구성된 문교부 국어심의위원회 외래어 분과위원회는 현행 표기법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을 공포했다. 이 58년 표기법은 제목을 로마자 표기법이라고 하여 외래어와 구분하려고 하였다. 외래어란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이 된 단어」를 말한다. 우리말이 되었다는 것은 논리의 전개상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말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 글자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래어와 로마자의 차이 앞에서 임씨가 철칙처럼 내세운 「새로운 문자나 기호를 쓰면 안 된다는 전통적 규약」도 여기에 근거를 둔 것이며 최현배 선생의 들온말 적는 법을 「외래어의 개념 자체를 크게 왜곡시킨, 기껏 좋게 말해야 왕성한 실험 정신의 산물」이라고 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외래어에 대한 철저한 의미 부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로마자」는 외국어의 글자 그대로이다. 따라서 로마자를 표기하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부호를 쓴다 해도 이들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외래어와 로마자를 확실하게 구별하려는 이들이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의 기본원칙으로 제1항에 「외래어 표기에는 한글 정자법에 따른 현용 24자모만을 쓴다」고 하며 제목에서 쓴 로마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말았다. 이는 외래어와 로마자의 차이를 등한히 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표리를 달리한 두 경우 중의 하나일 텐데 어느 쪽도 옳게 볼 수가 없다. 그 후 86년에 내용은 대개 그대로 놓아둔 채 제목을 다시 외래어 표기법이라고 바꿈으로써 표리를 일치시키기는 하였으나 이로써 외래어와 로마자 표기법에 관한 심각한 문제점을 남겨놓았다. 즉 애초 58년도에 제목을 외래어 표기법이라고 하여 로마자 표기법이 별도로 발전될 문호를 열어 주든지, 그것이 아니고 제목대로 로마자의 표기법을 만들어 내고 싶으면 48년도 최현배 선생의 작품처럼 좀 더 정밀한 음가를 도입하여 로마자를 제대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이렇게 58년도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은 25년을 후퇴해 33년 작품으로 되돌아갔으며 애초 제목이 시도했던 바와는 달리 오히려 더욱 단순화시킴으로써 우리 국민의 혀를 굳혀 놓게 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ㅏ로 표기하던 ∧와 ㅗ로 표기하던 를 모두 ㅓ로 표기토록 했다. 그래서 종래에 컬러(colour)와 타아프(tough)는 각 컬러, 터프로 되어 오히려 원음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터프보다는 타아프가, 컬러보다는 칼러가 원음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둘째, 받침은 ㅂ, ㅅ, ㄱ, ㅁ, ㄴ, ㅇ, ㄹ만을 쓰도록 해 위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food를 푸드로, top을 톱으로 쓰게 되었다. 셋째, 장모음은 동일 모음을 거듭 표기함을 원칙으로 하되 안 적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form은 포옴이나 폼으로 적게 됐다. 영어에서는 장모음과 단모음이 매우 엄격하게 구분되는데 이를 묵살해 버린 것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 표기법은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그간의 여론을 수렴해 86년 다시 개정됐다. 이때는 상기한 바와 같이 이름을 다시 외래어 표기법이라고 고쳐 외래어의 정의에 충실해졌다. 올림픽을 앞둔 것이 명분이라면 외래어의 소리를 좀더 정확히 표기할 수 있도록 했을 법한데 이들은 종전의 표기법을 더욱 단순화시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58년 것보다도 더욱 열등한 표기법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라 하겠다. 다시 임홍빈씨의 논문에 나타난 이들의 논리를 살펴보자. ① 장모음의 표기:같은 모음을 거듭 적는 것은 표기상 불편하므로 장모음은 표기하지 않음(예:team:티임 쭭 팀:sports 스포오츠 쭭 스포츠) ② 파열음에 된소리를 쓰지 않음. 이는 한글표기를 간결하고 체계 있게, 그리고 인쇄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함(예:seminar:쎄미나 쭭 세미나) 다른 것들은 대개 종전의 것과 같다. 위에서 본 개정 이유를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표기하기 불편하다고 장모음을 잘라 버리고 인쇄하기 불편할 것을 예상하여 소리나는 방식을 단순화시켰다는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자음 단순화로 좌뇌 작아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과 두뇌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교육대학의 조용진 교수는 우리의 자음이 훈민정음 이래 지속적으로 단순해지는 바람에 뇌의 활동이 단순화돼 좌뇌가 작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단순한 발음은 턱과 혀의 활동을 줄여 아래턱이 작아지고 이로 인해 입 안에 혀가 가득 차게 되어 젊은이들이 정교한 소리를 내지 못하고 발음을 더욱 단순하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 어문연구소장 남영신 선생도 그의 저서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에서 말의 사용법이 바뀌면 의식이 바뀌고 의식이 바뀌면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문을 단순화시킴으로써 의식이 단순화되고 민족성도 단순화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 우리 글의 발전은 우리 국민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86년 표기법에 준해 동구권 및 북구권 지명 인명 등 용례집을 만들어 1995년 한국어문 규정집과 외래어 표기법에 수록했는데 이로써 이들은 외래어와 로마자의 구분을 스스로 무시해 버린 것이다. 외국의 지명과 인명은 지금까지 그들이 주장해온 외래어가 아닌 로마자이므로 단순을 지향하는 외래어 표기법을 갖고서는 제대로 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용도로 쓸 것을 예상했더라면 응당 표기법의 이름을 로마자 표기법으로 고수하고 그 표기기능을 다양화(versatile)했어야 옳을 것이다. 요즘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를 만나 컴퓨터, 상품명, 팝송, 영화 등을 통해 영어단어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쓰이고 있는 판국에 우리말로 정착이 되었느니 아니니 할 겨를이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기 위해 순경음을 찾아 쓰자는 필자 등의 주장(96년 10월9일, 「동아일보」 발언대)에, 아직도 「외래어 표기법이 외국어 단어를 표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 어떠한 형식으로 동화되었거나 일반적으로 쓰일 것을 전제로 하는 단어를 표기하기 위한 것이므로 현용 24자만을 사용한다는 기본 원칙은 당연한 것이며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버티는 국어연구원의 해명은 구시대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의 고집은 식자들로 하여금 외래어표기법을 어기도록 유인한다. 즉 파이팅이나 패션 대신 화이팅이나 홰션이라고 쓰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예컨대 「feel」이라는 잡지는 「필(peel)」이라고 표기한다면 그 잡지를 모르는 이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고 「휠(wheel)」이라고 하면 자동차 잡지로 여길 수도 있으므로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닐까. 심지어는 일간신문에서조차 TV, metrolife, bookshelf 등의 영어가 그대로 등장한다. 사실 영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fashion을 차마 패션이라고 쓰지 않고 원어대로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파일, 시프린스, 세미나, 로펌 등 차라리 영어 그대로 쓰고 싶어지는 외래어의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만일 영어 그대로 쓰게 된다면 이는 영어를 우리의 안방에까지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을 쓸모 없게 만들어 놓은 데서 초래된 결과이다. 외국, 권위있는 사전이 맞춤법 이끈다 외래어 표기법뿐만 아니라 우리말에는 법이 많다. 한글 맞춤법도 국가가 법으로 정해준 것인데 이런 법은 우리 나라밖에 없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대개 권위 있는 사전이 맞춤법을 이끌어 가고 있다. 또 우리말에는 두음법칙이 있어 ㄴ과 ㄹ은 첫소리로 쓰지 못하도록 해 1년, 2년 하는 「년」자가 「연도」에서는 「연」으로 변해야 하고 「화려」의 려자가 여수에서는 「여」가 되어야 한다. 왜 이런 법을 만들어 주었을까? 발음을 편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발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글자를 배우는 사람은 언제는 「여」로 써야 하고 언제는 「려」로 써야 하는지를 외워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또 「신라」는 「실라」로 읽어야 한다는 법도 있다. 그러나 Henry는 「헬리」라고 읽으라고는 하지 않아 모두들 「헨리」라고 제대로 읽어 준다. 「意義」는 「으이」로 발음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恩惠」는 「은헤」로 읽으라고 가르친다. 혀가 잘 안 돌아갈 것을 미리 양찰해 주는 것이다. 법은 많은데 지켜야 할 곳에서는 이렇게 친절하고 관대하다. 외국에서는 까다로운 발음이라도 어린이들에게 열심히 읽어주고 정치가나 배우 가수들은 정확한 발음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관대한 곳이 또 있다. 표준말에 대한 규정이다. 즉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표준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양이 있다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택하여 쓰면 바로 그것이 표준말이 되는 것이다. 표준말이 바뀌면 맞춤법도 바뀌어야 하고 여기에 따라서 다른 법도 수정되어야 한다. 또 사전도 고쳐야 하고 심지어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애초에 표준말로 정했던 빈자떡이 빈대떡으로, 상치가 상추로 바뀐 것은 좋은 예다. 지금 저자가 쓰고 있는 워드도 빈자떡의 철자법이 틀렸다고 빨간 밑줄을 그어 놓고 있다. 어문정책 재점검해야 이러한 법체계는 우리에게 어떤 소득이 있을까? 우리의 어문정책의 목표는 무엇일까? 전기한 남영신 선생의 책에는 이러한 법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이유가 속 시원히 설명돼 있다. 100년 아니 1000년이 지나도 표준어는 영원히 표준어여야만 하고 이는 표준 국어사전에 올라 유지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맞춤법은 위에서도 보았듯이 어느 학파가 세력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국어학자들에게 『이제부터는 국어생활의 안정을 맞춤법 규정의 개정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루려고 하지 말고 그런 규정 없이도 가능하도록 만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 어문정책의 목표를 점검해야 하며 표준어와 맞춤법 규정의 위상에 대해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맞춤법을 이리 저리 고치는 학자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정부가 규정지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아 실효가 없으며 위법자만을 만들어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것이다. 또한 한글의 소리영역을 넓혀 다양화 전문화돼 가는 이 시대 문화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단순한 외래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그 중에서도 v, f, r 발음을 b, p, l과 구별하는 것이며 이들은 각각 훈민정음의 순경음 ㅇㅂ, ㅇㅍ, ㅇㄹ을 되찾아 쓰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훈민정음해례에 ㅇㄹ은 우리말에 없는 발음이지만 중국어의 발음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다고 했으니 우리 선조들의 열린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장모음과 된소리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스포츠」를 「스포-츠」라고 쓰면 spots와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식스 대신 씩스, 세미나 대신 쎄미나라고 써 주어야 할 것이다. 시프린스가 무엇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씨-프린스」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위와 같은 주장에 공감을 하지 못하겠다면 우선 반대만 하지 말고 최소한 연구라도 해 보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한글은 한글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 전체의 문제이므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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