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7일 화요일 오전 11시 07분 40초
제 목(Title): 한21/ 나랏말 쓰임새부터 가꿔야한다


나라말 쓰임새부터 가꿔야 한다 
정보화시대에 한글이 훨씬 유리…훈민정음 28글자 되살릴 방안 모색 

 

이 나라 사람들은 어째서 나라말을 가지고 다툼질하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 

다툼이란 딴 게 아니고 우리 글에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느니 그럴 것 없다느니 
하는 것으로 내가 알기로는 이 다툼이 일기 비롯한 지가 쉰해 넘지 않나 싶다. 
쉰해라면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젊음이 소롯이 담긴 한누리인데 이런 긴 날을 
글자쓰기 하나를 가지고 헛되이 보내고 있으니 오늘처럼 바삐 살아야 할 때 남의 
나라 사람 볼까 두렵다. 

한자를 써야 한다는 사람들 말에는 나름의 핑계가 있겠지만 요즘은 일거리의 많은 
몫을 컴퓨터라는 일꾼이 맡아 해서 사람의 일손이 한결 수월해졌는데 이 일꾼을 
두고 보더라도 한자를 써서는 안 되도록 되어 있다. 지난 날에는 글줄이나 쓰려면 
손가락 마디에 못이 박히도록 몇밤을 끼적거려야 했던 일도 이 일꾼이 나타나고 난 
뒤로는 하루 저녁에 후딱 해치우게 됐다. 그러나 컴퓨터에서 한자를 찾아 쓰려면 
부지런히 놀던 손가락도 더디게 움직여 일손이 막히게 된다. 

내가 요 며칠 사이에 우리 사전과 평양 사전을 견주어 본 일이 있는데 하나를 짚어 
밝히자면, 사람의 ‘눈’에 딸린 260 낱말(‘눈썹’은 빼고 눈구멍, 눈알 따위 
정순 파생어만) 가운데 서울과 평양이 한가지로 쓰는 낱말이 76이고, 서울에서만 
쓰는 낱말은 29인데 평양에서만 쓰는 낱말은 155나 돼 서울말은 76+29=105, 평양은 
76+155=231로 나타나 이를 견주어 보고는 입이 딱 벌어지더라. 

그러니 서울 사람들은 한자를 빌려쓰지 않으면 제 뜻을 나타내기 어렵게 되어 
있다. 나라말 꼴이 이러하니 내 아무리 한글을 사랑한다고 한글만 쓰자고 내대지 
못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컴퓨터에 올려쓰기 알맞은 한글이 있다. 이 좋은 글을 정작 한자의 
나라 중국에서조차 부러워하고 있다지 않나. 남의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이 좋은 
글을 죽여가는 서울사람들이 먼저 제 얼을 가져야겠고, 그래서 여러 고장말을 
사투리라고 내치지 말고 두루 살펴 쓸 만한 낱말을 찾아낸다면 한자 빌리지 
아니하고도 뜻 나타내기 넉넉해질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 토박이말은 
고장말에 소롯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 이때 평양말도 받아들인다면 ‘눈’이라는 
낱말에 엇걸린 260 낱말을 다 쓰게 되니 한자 따위를 쓰라고 물 떠놓고 빌어도 
아무도 눈 하나 깜작하지 않게 될 터이니 무슨 다툼이 또 일랴. 

한글만 쓰면 들온말(外來語)은 어떻게 하냐고 잔걱정 들 분이 있겠지만 사람 
이름이나 땅 이름처럼 글자의 뜻 하나하나를 따지지 않고 쓰듯 오래 써와서 바꿀 
말이 마땅치 않은 낱말은 따로 가려내어 한글 소리로 나타내도록 틀을 짠다면 
소리로만 익혀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글에서 가장 큰 말썽인 ‘소리내기’(發音)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야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훈민정음> 28글자를 되살려 영어사전처럼 묶음표를 
열어서 소리 나타내기 글로 삼으면 아래아자나 사이시옷 때문에 일어나는 
소리내기의 말썽도 말짱 가실 것이다. 

박용수/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우리말 갈래사전> 지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