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7일 화요일 오전 11시 06분 20초 제 목(Title): 한21/한국어뿌리 속단은 금물 한국어 뿌리, 속단은 금물 한국 민족은 어디서 왔으며 그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을 풀 수 있는 한 방법이 한국어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다. 한국 민족이 쓰고 있는 언어는 다른 어떤 언어와 친근 관계가 있으며 또 한국어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이 바로 ‘한국어의 계통’에 관한 연구다. 일제시대로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어는 우랄―알타이어족 또는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고 아무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다닐 때 처음엔 그 정설을 부인할 생각도 못하고 따랐다. 따라서 한국어를 알타이제어와 비교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차츰 알타이제어인 투르크어, 몽골어, 만주―퉁구스어 등이 한 어족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알타이어족설 내에서도 어족이 성립하느냐 못하느냐는 논란이 일었고, 당연히 한국어가 알타이어족과 친분관계가 있다는 정설에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1966년 나는 <진단학보>에 한국어가 알타이어족이란 기존 학설이 막연히 내려온 것에 대해 회의를 표하고 과연 그 방법론이 옳은가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 설에 대한 증거처럼 제시되던 ‘어순이 같다’든가 ‘모음조화가 있다’가 같은 어족임을 입증할 능력이 없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그런 회의가 분분한 가운데 결정을 못 짓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어에서 알타이어와 비슷한 유사단어라든가 하는 공통요소를 발견했으나 질적, 양적으로 입증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했다. 또 반대로, 아니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도 충분치 못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한국어의 계통은 아직 불명(不明)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하면 그동안 증명도 안 된 ‘한국어는 알타이어족’이란 가설이 반성없이 내려오니까 젊은 한국어 연구자들이 그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설을 내놓는 경우가 있었다. 일본어가 그렇듯이 계통이 설명 안 되면 한국어도 고립어가 된다. 더구나 한국어의 계통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고 국가의 기원을 찾는 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역사학자나 고고학자들이 더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성급한 결론을 내릴 일이 아니다. 우선 급한 것은 알타이어 연구다. 세계적으로도 알타이어 연구는 그리 높은 수준에 올라있지 못하다. 크게 발달돼 있는 인구(인도-유럽)어의 연구 수준을 따라가려면 우리 연구자들이 더 분발하는 수밖에 없다. 한때 한국어 계통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됐었으나 지금은 그 연구열이 많이 식은 것 같다. 근래 들어 이 문제가 다시 여론을 타는 것을 젊은 학자들이 연구 열기로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이 분야에 평생을 바친 내 바람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대학인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언어학같이 그늘에 있는 학문의 소중함을 한층 더 평가해줄 시각이 있었으면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얼의 뿌리가 어디로부터 왔는가 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한국어의 계통에 관해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한 전체상보다는 오히려 많은 문제가 노출된 채 제시되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어와 주변 언어 비교를 계속해서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런 깊이있는 연구가 축적된 뒤, 한국어의 계통을 결정해도 늦지 않으리라. 김방한/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언어학 논고> <한국어의 계통> 지은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