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FSa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쌀벌레~*) 날 짜 (Date): 2000년 6월 13일 화요일 오전 12시 45분 47초 제 목(Title): 계단 #1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라왔다. 예전에 살던 집은 15층이라 그럴 엄두도 못냈겠지만 지금은 겨우 6층. 운동량으로 따지자면 그래봤자 얼마나 되랴 아파트 층계 복도는 센서가 작동해서 사람의 움직임이 있으면 불이 켜지게끔 되어 있는데 일부러 그래놨는지 안켜지는 층이 더 많다. 사실 좀 무섭긴 하다. 어두컴컴한 층을 오르자면 귀퉁이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도 같고 본것도 몇 개 안되는 공포 영화의 기억이 왜 그리 생생한지.. 집까지 한 층을 남겨 두고 계단참 한 귀퉁이에 뭔가가 꿈틀거린다. 아니 소리없이 꼬물락 거린다. 5층은 아이가 있는 집인지 애완용 새끼 토끼 우리를 밖에 내 놓았다. 내내 컴컴하던 중에 나를 만났으니 요놈도 참 내가 반갑겠구나 쪼그려 앉아 잠시 놀아주었다. 이집 꼬마는 하루중에 몇분이나 요놈과 놀아줄까? 물통에 물도 바짝 말라있고 먹이도 바닥 깊숙이 빠져있어서 먹을 수 없게 되어있는데 혹시 요놈 오랜동안 굶주린 건 아닌지... 눈이 똘망똘망한게 꼭 단추를 박아놓은 것 같다. 꼼지락거리며 움직이지만 않았다면 이게 그냥 인형인 줄 알았을 것 같다. 진짜로 옛날 정로환같이 생긴 토끼 똥도 보았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달리 울지도 못하는데 요놈은 지가 배고프다는걸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졌다. 혹 지금 몹시 목이 마른건 아닌지..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고 애완견이나 고양이 새 등등을 키우는 사람들이 착하고 순수하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사람은 동물을 '키운다'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배고플 때 먹이 구하러 가지도 못하게 사방을 다 막아놓고는 무슨 키워주고 있다고 하나 빠르고 늦고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동물을 우리에 넣고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아닐까 인적도 없는 어둠속에서 내내 무서웠을 녀석의 눈망울이 자꾸 눈앞에 떠올라 일이 손에 안잡힌다. 일단 컵에 물을 조금 떠다가 우리 안에 있는 물그릇에 부어주었다. 무슨 해갈의 비라도 내리는듯이 녀석이 물줄기를 얼굴로 맞는다. 내일 아침에 나갈 때는 녀석에게 던져주고 갈 상추 잎파리가 좀 있나 뒤져봐야겠다. 본의 아니게 아침 저녁으로 계단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