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FSa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쌀벌레~*) 날 짜 (Date): 2000년 6월 8일 목요일 오전 10시 44분 43초 제 목(Title): 한영애 -- 물의 노래 공연은 정시에 시작되었다. 조용한 가운데 물방울 똑똑 떨어지는 소리 관객석쪽으로 돌출되게 설치된 무대 가운데에서 푸르스름한 불빛. 어둠가운데 흰 옷을 입은 머리 긴 여자가 서서히 서서히 움직인다. 적막을 깨는건 오로지 물방울 소리뿐... 영화 '링'의 한장면이 연상되고 오싹했다. 끼있는 한영애의 색다른 퍼포먼스. 생명의 물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은 한마디로 물과 불(조명)과 한영애의 장르없는 몸짓의 조화이다.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공연된 한영애의 물의 노래는 콘서트 문화 역시 스테레오타입에 익숙해 진 나에게 적잖이 충격을 주었다. 시종일관 흥겨운 노래들로 관객을 일으켜 세우고 적당히 냉소적인 우스개 소리로 바보 웃음을 자아내며 좀 노래 잘한다는거 뽐내기 위해서는 유명한 팝송 몇가지 비슷하게 불러대면 굿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씻어주었다. 그간의 발표된 한영애의 노래들, 히트곡 위주가 아니라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스토리의 노래를 용감하게 채택하고 투명한 통에 담겨 빛을 반사해 내는 물과 한영애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방울들, 예식을 올리듯 정성스런 분위기의 진행 이 모든 것이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무대위에서 한영애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살풀이 동작 하나하나 뱉아내듯 신중하다. 공연은 아주 금방 끝났다. 정중하게 요청한 앵콜곡도 두곡을 불렀는데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객석이 불이 켜진 다음에도 사람들은 한영애 카리스마의 여운에 젖어 아직 순진한 표정들이다. 자연을 아끼고, 인간을 사랑하는 한영애의 오랜 노래생활의 주제는 일관성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 세상, 오염되고 엉망이 되어 버려서 조율이 필요한 세상이다. 누구든 어서 일어나 잠들어 있는 착한 심성을 깨워주오. 본질로 돌아가자. 인간을 잃어버린 차가운 푸른색, 재난과 재앙이 계속되고 치고박는 현실의 붉은색, 오염된 지구 박제처럼 변해버린 생활 노란색, 그러나 이제는 안다. 우리가 정말 잃으면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희망, 사랑, 믿음,.......... 우리 가족? 연인? 그걸 색으로 표현한다면 따뜻한 분홍색이 아닐까 이번 공연의 주연은 '물'이었다지만 주연보다 나은 조연은 바로 '조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무대에서 조명이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한영애의 움직임을 따라 물의 움직임을 따라 비추어지는 (더 정확히는 옮겨지는) 조명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 앞으로는 공연볼 때, 무대 앞에 나선 모습말고도 뒤에서 고생하는 무대장치, 조명들도 눈여겨 봐야겠다. 참, 고맙다. 수요일 저녁. 업무 끝날 때쯤 답답한 전화 통화로 가슴이 꽉 막혔었는데 갑작스럽게 간 공연에서는 그런 것쯤이야~~ 라고 해답을 주었다. 우리가 진짜 잃지 말아야할 것은 따로 있는데 바보처럼 눈앞의 것에 아둥바둥하고 살고 있었다. 크게 보고 대범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나이를 잊고 찐하게 살아가는 한영애의 멋을 흉내내 봐야지.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