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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FSa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쌀벌레~*)
날 짜 (Date): 2000년 6월 13일 화요일 오전 12시 51분 41초
제 목(Title): 계단 #2



'계단'하니까 생각나는 것.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나,
어린이대공원에서의 백일장 주제가 '계단'이었다.

나는 노느라고 정신없다가 마감에 임박해서 얼렁뚱땅 글을 지어 내야만 했다.
그때 글을 써내려가던 심정이 조금은 기억에 나는것도 같다.
'계단'
이렇게 일단 제목을 써놓고는 한참을 연필만 깨물다가
있지도 않았던 에피소드를 지어냈다.  수필처럼 적은 있을법한 허구.

엄마를 따라 갔았던 강남의 부자친구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생각해 내고는 
고장인지 수리중인지 윗층에서 소식없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북적북적 기다리는 
청년들 무리를 뒤로 하고 말없이 묵묵히 계단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떼어놓는 어느 
할아버지의 모습.
반신 마비가 되어 거동도 불편한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던지는 한마디까지 
멋들어지게 꾸며내고는 인생을 빗대어 어쩌구 저쩌구 했던 것 같다.

고작해봐야 2,3학년밖에 안되었을 것 같은데 나에게도 그런 영악한 면이 있었다니..
아무튼 대충 때우려고 적은 글이 뜻밖에도 상도 받게 되었고
나는 내심 글을 심사한 선생님을 비웃었던 것 같다.
어떻게 글을 써야 상을 받게 되는 건지 대강 짐작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마찬가지 룰이 적용된다.
구도는 어떻게, 물감 색 배합은 어떻게 붓질은 어떻게...
미술학원 다닌 친구의 그림을 보고 그 기법을 따라하기만하면 교실 뒷벽에 걸리게 
되었다.

어릴때 공부 잘한다는 친구는 다 이런 기술을 먼저 터득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큰다해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물고기를 그릴때 왼쪽에 주둥이가 있고 오른쪽에 꼬리를 둔 그런 그림말고
앞에서 본 모습, 뒷 꼬랑지 부분만 보이는 각도, 몸이 헤엄치느라 굽어져 있는 
모습들도 그릴 수 있게
피라미, 멸치같이 생긴 그 전형적인 물고기 얼굴 말고 아구나 망둥이처럼 못생긴 
녀석, 갈치 처럼 긴 녀석도 그릴 수 있게
약간의 힌트를 주는 선생님이 곁에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상상에 익숙해 있고
조금은 더 창의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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