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맥주 거품같은 지하철 사랑 ** 김 현 국 지음 ┃┻ 그의 하루는 오늘도 정신없이 보낸 날이었다 .. ━━━━━━━━━━━━━━━━━━━━━━━━━━━━━━━━━━━━━━ 영등포 공장 생산부 양조과에 근무하는 박주임은 사는게 김빠진 맥주 같았다. ≡ "우리공장에서 만드는 맥주는 톡쏘고 시원하기만 한데 왜 나는 이 모양이지?" ┃ 너무 피곤해서 금새 잠에 골아 떨어졌다. 집은 지하철이 끝나는 지점인 의정부였으므로 졸다가 내릴 곳을 지나쳐 버리는 일이 없어 좋았다. ┃ 한참을 자다가 일어나니 벌써 지하철은 의정부에까지 다왔다. 일어나서 내리려는대 지하철 선반위에 웬가방이 있었다. 이미 사람들은 거의 내린 것을 보니 주인이 깜빡 잊고 내린 가방이었다. ┃┃ 무심코 꺼 내서 보니 대학에 다니는 듯한 여대생의 가방인듯 하였다. 가방안에는 많은것이 들었는지 두툼하고 무거웠다. ┃ 역무원에게 주고 내리려던 그가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직접 찾아 주리라고 생각을 하면서 가방을 가지고 내렸다.┃ " 흐흐 ~ 젊은 아가씨의 가방이라..." 이거 흥미가 마구 당기는데.. ┃ 서늘한 가을 바람은 서울을 벗어난 이곳에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 집으로 가는 길은 역에서 내리고도 한참이었으나 가방이 궁금해진 그는 빨리 걸었다. 집에 오자 마자 가방을 열어보니 여자들의 셰계를 알 수 있는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대개의 여자들이 넣어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인 작은 립스틱, 거울, 손수건 . 조그마한 책, 만원짜리 3장 등이 있었다.┃그리고 여자의 섬세한 감성을 반영하 듯 시집이 몇 권 있었다. 하지만 그 가방에 그리 크지 않은 쇠망치와 도끼와 톱이 왜 들어 있었는지 그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칸이 갈라진 가방 다른쪽에는 대학 교재 몇권이 있었으며 노트북이 여러권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를 들어 펼쳐보았다.┃여자라는 부류의 일상 생활속에 숨겨진 면을 우연히 생긴 이 기회로 잠깐 보려던 그의 눈이 갑자기 빛나며 흥분이 되고 가슴이 떨렸다.. ┃ 그것은 그 가방의 주인인 여대생이 가지고 다니는 일상생활의 메모와 그날 그날의 일을 적는 일기장이었다.┃ ............................................... xx 일... 오늘 강의시간에 군것질을 하다가 경제학 교수님께 들켰다. 교수님이 "나이가 몇인데 강의시간에 과자를 먹느냐 ? " 라고 물었다. " 올해 스물 넷 이예요. 호적상으로는 스물 두살이고요." 라고 예쁘게 대답한 후 마저 다먹었다. 역시 과자를 먹을때는 콜라가 있어야 할 것 같다.. xx일 ... 아침에 학교가는 지하철에서 너무 피곤해서 깜빡 잠이 들었다. 한참 자다가 일어나보니 내릴 곳은 이미 다섯 정거장이나 지났고 옆에 앉은 회사원인 듯한 양복차림의 젊은 남자가 자꾸 째려보는 것이었다. 이유를 몰라 나도 같이 째려보았다. 그래도 째려 보길래 나도 눈에 힘을 더 주고 째려보았다. 15 개의 정거장이 지날때까지 지지 않고 째려보았다. 그 젊은 사람도 내릴 곳이 지난 것 같았다. 거의 한시간이 되도록 마주보고 째리던 그남자가 포기를 했는지 내리면서 양복을 벗어 팔에 걸치며 한마디 던지고 나갔다.┃ "여자가 아침부터 남의 어깨에다가 침을 흘리고 기대고 잤으면 미안한줄 알아야지. 뭘 잘했다고 같이 째려보나 ? 내참 기가막혀서 " 에고.. 누가 그런줄 알았남.. 나에게 관심 있어서 나를 째려보는줄 았잖아. 근데 그사람의 부리부리한 눈은 되게 멋있더라..┃ xx 일 .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려는데 이 커피 자판기가 또 고장 이 나서 소중한 나의 동전을 백원이나 삼켰다.. ┃ 열받아서 가방에 있는 망치하고 쇠톱을 꺼내서 기계를 뜯고 동전을 백원 꺼내서 다시 넣고 빼먹었다.┃식당 관리인 아저씨가 얼굴이 왜 불그락 푸르락 했는지 모르겠다. xx 일 . ┃┃ 오늘 중간 고사를 보았다. 어제 벼락 치기로 공부한데서 나왔는데 이 상하게 기억이 안나 늘 하던 대로 가방에서 쇠망치를 꺼내어 머리에 몇방 쳤더니 술술 생각이 났다. 그런데 너무 세게 쳐서 피가 났다. 그래도 어제 공부한데서 문제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 나를 보고 피흘리는 노력으로 공부하는 애라고 칭찬을 해주나 보다. 그런데 왜 감독을 하던 교수님이 기절을 하였는지 이해가 안간다. xx 일.. 모처럼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같은 과 남학생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더니 그친구가 내 가방을 곁눈질 하다가 슬슬 뒷걸음질 쳤다. 왜 나는 남자친구도 하나 없는걸까.. 그리고 왜 아르바이트 할 때 쓰는 이 가방만 보면 남학생들이 도망을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번에 극장에서 내손을 잡으려던 선배녀석에게 매콤한 망치맛을 보여주었다는것이 벌써 소문이 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