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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의 생활과 너무 흡사했으며 그런 이유로 해서
얼굴도 모르는 이 여대생을 단번에 좋아하기 시작 했다.┃
숙녀의 소지품을 몰래 본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호기심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다음날  점심 시간에 그는 그녀가 다니는  K 대학 토목공학과로 
편지를 했다. 

"당신의 청춘을 지하철에서 주웠습니다. 찾아가시렵니까 ?
 만약 찾으시려면 저녁  7시에 영등포역을 지나서 의정부까지 가는 
 지하철의 세번째  칸에 시간 맞추어서 타세요.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저는 왼손에  큼직한 고구마를 들고 있겠습니다. ."

그  편지가 도착 했을걸로 생각이 되는 3일이 지난 날부터  박주임은  
퇴근하자 마자 지하철 세번째 칸에서  기다렸다.
여기서는 내리는  사람도 많고 타는 사람도 많아 운이 좋으면
가끔 앉아서 갈 수도 있었다.

그가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기다리며  지하철을 탄지 이틀째  되는날
운이  좋아 않아서 가는데 시청역에서 어느 청바지를 입고   활발해 보이는
예쁜  젊은 여자가 탔다.

그녀는 두리번 거리다가  박주임 옆으로 오더니 마침 거기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다음역에 내리려고 일어나자 그옆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쳐다보더니 목례를 가볍게 하고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아무말도 없이 잠시 앞만 보고 있다가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니까 이런식으로 가방의 주인임을 알려주는군."
 일기장에서 본 그녀다운 발상이다.."┃

그녀가 잠든지 5여분이 지나자 팔뚝이 뜨뜻 해져왔다.
그녀가  침을 흘리고 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중요한것은 예쁜 여자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다는 것이고 그는 이 여학생의  젊은 날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녀는 더욱 깊이 잠에 빠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오히려 그녀에게 미안해져서  어깨를 툭툭 쳐서
그녀를 깨웠다.

더 이상 그녀를 무안하게 할수가 없었다. 
그녀도 그가 일기장을  보았을것으로 생각할것임에 틀림없었다.

진짜로 잠을 잔건지  눈동자가 풀린 그녀 앞에 그 가방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피곤 때문인지 잠이 덜깬 듯한 그녀는  그가 내민 가방을 보더니 영문을 
몰라 의아해 하다가  그가 가방을 눈앞에서 들어보이며  내밀자  씨익 
웃더니 가방을 받았다.

그러더니 아무말이 없다가 지하철이 서고 문이 열리자
이내 내려 사람들 사이로 파묻혀 없어져 버렸다 

참으로 허탈했다. 뭐라고 말이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너무  부끄러웠던 
모양이었다.  뭔가  좋은 기대를 했었는데..┃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후닥닥 내릴까 ?

언젠가 이 지하철에서 다시 만날수 있겠지....."
┃┃
다시  며칠전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녀가 혹시 그의 연인이 되어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를 크게 했다가
실망을 하자 졸음이 밀려왔다.

꾸벅 꾸벅 졸면서  비몽사몽하던 그에게 어느여자가 어깨를  치는 것이었다.

"고구마를 들고 계신걸 보니 혹시 제 가방을 주운 분 아니세요 ?"

"예?  뭐라고요 ? "

멍청하게 눈을 뜬 그 앞에 아까의 여자보다 더 예쁘고 기운차 보이는 
여자가 물었다.

졸음이 확 달아났다.
┃┃
(아차 ~ 그럼 아까 그여자는 .. 그럼.. )
(어쩐지 그래서 후닥닥 내린거구나.)

"저 ~ 사실은 제가 다른 여자를 보고 가방 주인인 줄 알고 조금전에 
 돌려주었습니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지요 "

......

"어떡하긴요 . 미안하면 돈으로 주면 되요."┃

그의 넋빠진 기대는 거기서 끝났다. 기차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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