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다읽고나자 시솝님은 큰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분별없고 몰상식한 통신 사용자들을 제대로 막지못해 이 작은 소녀의 가슴을 아프게 해 케텔 에서 떠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무력하고 허탈해졌습니다. 더군다나 케텔전자통신의 라이벌이라고 볼수도 있는 피씨써브에 가입해서 그곳의 써비스만 받는다고 하니 케텔의 써비스가 얼마나 부족했는가를 다시금 생각케 하였습니다. 케텔 써비스야 말로 예림 다방 미스리의 사근사근한 모닝 커피써비스의 반도 안되었습니다. 다시 그녀를 케텔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시솝님은 밤낮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가만히 그녀를 생각하다 보니 얼굴도 보지 못한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그녀의 편지를 읽을때면 가슴에 메이면서 아랫배가 살살 아프고 뒷골이 땡기면서 속이 거북 하더니만 이게 바로 사랑 느끼려고 그런 것이었구나 .. " 시솝님의 사랑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시솝님 혼자서만 사랑의 고통을 겪었을 뿐이지 그녀는 지금 피씨써브에 가입을 하여 마음껏 컴퓨터 통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통신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피씨써브 시솝님의 자상한 친절로 그녀의 아이디를 그녀의 이미지에 가장 알맞는 wild boar(멧돼지) 라고 지어주어 지금은 뜨겁게 전자편지가 오고 간다는 소문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시솝님은 괴로웠습니다. 그토록 갸날프고 여린 마음 을 가진 자기 평생의 이상향의 여자를 케텔의 라이벌인 피씨써브로 보낸것이 가슴아프고 더군다나 피씨써브의 시솝과 전자 연애편지를 주고 받는다니 안타까움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절망도 절망이려거니와 케텔 시솝님과 피씨써브 시솝님은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케텔 전자 통신은 이 나라의 컴퓨터 통신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몇년째 유료화를 미루고 무료서비스를 하였기때문에 모든 운영비용을 케텔 측에서 부담하는 관계로 언제나 쪼들렸습니다. 가입자는 10만명이 넘어가지만 전부 무료사용자였기때문에 내실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피씨써브는 일찌기 유료화를 하여 짭잘한 수익을 보고 있어서 언제나 윤택 했습니다. 희생정신으로 시작한 케텔 통신의 시솝님으로서는 기업적인 경영을 하는 피씨써브 시솝님을 당할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써브 시솝님이 <찰스 황태자>라면 케텔 시솝님은 <거지왕 김춘삼>이었으며 써브 시솝님이 잘나가는 <렘보르기니 12기통 디아블로 > 스포츠카라면 케텔 시솝님은 동구밖길을 달리는 <경운기> 였으며 써브 시솝님이 명배우 <말론 브랜도>라면 케텔 시솝님은 <안성기> 였으며 써브 시솝님이 <봅호프 > 라면 케텔 시솝님은 <심형래 >였고 써브 시솝님이 <베토벤>이었다면 케텔 시솝님은 겨우 째즈 피아노나 치는 <곽똥수> 님 정도밖에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써브 시솝님이 <변강쇠> 였다면 케텔 시솝님은 <고자> 였고 써브 시솝님이 <인디아나 존스> 였다면 케텔 시솝님은 <땅꾼>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면이나 능력으로 봐서 케텔 시솝님이 마피아 두목이었다면 써브 시솝님은 <양은이파 중간보스> 정도였읍니다. 또 정통성을 따진다면 써브 시솝님이 <오대양구원파교 > 이었다면 케텔 시솝님은 <남묘호랑객교> 나 마찬 가지였습니다. 생각다 못한 시솝님은 케텔 시스템내에서 그녀의 주소를 찾아내어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부천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물어물어 겨우 찾아가 문을 여니 늘씬한 키에 가죽이 부들 부들하게 곱고 예쁜 눈을 가진 여자가 맞아주었습니다. 시솝님은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바로 시솝님은 애타게 했던 강미인정이란 여자였습니다 대학교 조교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순수해보였으며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소녀라는 이미지 보다도 아줌마라는 이이미가 걸맞을 만큼 노숙했습니다. 자신이 케텔 시솝님임을 밝히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정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저는 케텔 시솝입니다. 먼저번 전자 편지를 받고 나름대로 케텔 측에서 시정하려 노력을 했으나 일부 몰상식한 사용자들로 인하여 상처를 입으신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저희 케텔에서는 이렇게 한사람의 사용자에게라도 사용중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비한 점은 게속 수정 보완 해나갈 생각이니 다시 케텔통신에 접속을 하셔서 이용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정말 중요한것이 미인정님과 제가 편지를 주고 받다가 사랑을 느껴버렸습니다. 이 점도 간과할수없는 중요한 점입니다." 그녀도 마찬 가지로 시솝님은 보더니 첫눈에 불이 번쩍 번쩍 ~ 하면서 반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평소에 신비스런 인물처럼 기억 되었던 시솝님이 이렇게 집까지 찾아와 준 것이 영광 중의 영광일 뿐만아니라 멋진 시솝님이 시원 시원하게 보자 마자 사랑한다고 하니 그녀로서는 감격하고 감격할 일이었습니다. 다시 그녀가 케텔통신으로 돌아와서 날마다 케텔에 접속으로 하여 시솝님과의 전자대화를 즐겼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감히 시솝님 앞에서는 그녀를 놀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pctools 김현국이라는 놈은 시솝님앞인데도 겁도없이 그녀는 보고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그년>,<시솝님에게 알랑방구 뀐년> 이라고 했다가 시솝님의 엄중한 경고를 받고 잘못했다고 서울역앞의 케텔까지 달려가서 싹싹 빌다가 우연히 케텔 에서 발행하는 한건물내의 <피씨라인> 이란 잡지에 <정신나간 케텔사용자> 란에 인터뷰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잡지에 난 고구마같은 사진만 봐도 그가 제정신이 아닌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후에 이 소문이 잘못 퍼져서 유모어를 쓰다가 인터뷰를 한거라고 하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생겨났습니다. 그녀가 다시 케텔로 돌아오자 시솝님은 용기백배하여 케텔 시스템의 정화에 힘을 쓰면서 그녀와의 통신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