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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은 토크를 하다 말고 초인종 소리에 이끌려 현관으로 나갔다.

택시가 저만큼 떠나가는 것이 보였고, 술에 취한 한 여자가

얼빠진 사람처럼 그를 노려보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여보...."

그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여자가 다름 아닌 제 아내라는 것에

놀라면서 그녀를 부축하여 안으로 끌어들였다.

"어떻게 된 일이오?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이나 해놓고 가야지...."

궁금? 겨우 그 정도야?

오서니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입밖으로 내어서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복수고 뭐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다만 한 일이 있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뿐이었다.

그러나 오선은 지연이 하던 말을 떠올리면서 잔뜩 독을 품었다.

"네 신랑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미리 마구 대들어 버려...

남자들이란 대부분 선제공격을 당하면 어이가 없어서 소극적이 되어

버리는 거야..."

지여니가 그랬다. 오서닌 지금이야말로 그 선제 공격을 할 때라고

생각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팔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이 남편 성욱에게 매달리고 싶은

심정뿐인 것이었다.

"당신 술 마신 것 같은데?"

성욱은 유들유들한 눈빛으로 오서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어서 진실을 말해달라고 하는 호소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오늘 일만은 절대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오서니의

결심인 만큼 오선은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나 피곤해요. 이대로 잘래요."

오선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천정을 향해 반듯이 누웠다.

남편은 한두 번 방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그대고 물러가고 말았다.

그 술이 탈이었어...

그건 아마 술이 아니라 무슨 약이었을지도 몰라.

한 잔 마시고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제 정신을 잃을 수가 있었을 것인가?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

이렇게 귀엣말을 남기고 떠난 지연은 오지를 않았고 뚱뚱한 남자도 조금 있다가

자리를 뜬 후 돌아오지 않았다. 키 큰 남자와 둘이 남은 오서니는 당연히

불안하고 겁이 나야 할 처지였는데도 마음이 갑자기 대담해지고

온몸이 달아올라 그냥 앉아 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지에날이라고 합니다. 그냥 미스터 지라고 불러 주세요."

그가 그랬다.

"피곤하시면 편하게 기대고 앉으세요."

그러면서 겉옷을 벗겨다 걸어주었다.

그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조금도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친절이 고맙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가 또 말했다.

"이런 데서는 자신의 욕망을 감출 필요가 없읍니다.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전 사모님을 위해서 여기 있으니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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