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욱의 아내 오선은 요즘 남편의 행동이 어쩐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귀가 시간이 늦고 일정하지 않은 것 정도가 문제가 아니고 늘 풀이 죽어 있는 그 물건이 의심스럽다. 벌써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은 지가 오래다. 말로는 노벨상감의 연구를 하느라 신경을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노라고 그럴싸하게 핑계는 대고 있지만 그 실상은 그게 아닐 터였다. 벌써 와 닿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여자의 느낌이란 것은 속일 수가 없는 것, 오서니는 자신의 예감을 확신하고 있었다. "오늘도 늦으세요?" "가 봐야 알지 뭐.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를 하고 다녀야 하나?" "그걸 어떻게 보고라고 생각하세요? 들어오실 건가 아닌가를 알아야 밥상을 차릴 건지 안 차릴 건지 알지요." "허어 참, 언제는 그거 물어보고 상 차리고 안 차리고 했나?" 성욱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혀를 차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남편이 나가고 나자 오선은 온 집안이 텅 빈 것처럼 서러움이 복받쳐오르기 시작했다. 속이 바글바글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툭하면 새벽에 기어서 들어오고 그것도 며칠씩 외박에다가 기진맥진해서 들어왔다. 한번 안아주기를 하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무슨 꼴이냐 싶기도 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데 대한 억울함도 되살아났다. ...... 그날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