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 아직 퇴근 전이었다. 그날은 화요일이었고 출장이 끝나는 날은 토요일이었다. 회사에는 월요일에 출근하기 때문에, 주말을 해운대에서 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골초는 오셔니를 부산으로 부를 속셈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토요일밤'이라는 음흉한 흉계가 도사리고 있었다. 밤바다의 낭만, 그리고 포장마차에서의 한 잔의 술, 혹은 바다가 품에 안기듯 바라다보이는 카페의 창가에 앉아, 레너드 코헨이나 존 레논의 음악을 들으면, 분위기에 약한 오셔니는 어쩌면 그날밤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 도착했어?" "그럼. 4시간도 넘게 걸렸어." "숙소는?" 골초는 여관의 전화번호와 307이라는 방번호를 가르쳐주었다. "하루에 한번씩 전화할께. 딴 남자한테 한 눈 팔지마. 알았지?" "딴 남자는. 부산 여자들 예쁘다던데, 미니스커트 뒤모습이나 훔쳐보고 그러지 말라구. 알았어?" "글쎄. 그거야 모르지." "뭐야?" "오셔니가 부산에 온다면 몰라도." "내가?" "그래. 토요일 2시 비행기로 출발하면 3시에 부산에서 만날 수 있잖아. 내가 김해 비행장까지 마중나갈께. 그리구 일요일밤에 같이 고속도로로 올라오는 거야." "싫어. 무슨 속셈인지 뻔하잖아." "바다 보고 싶지 않아?" "그야..." 그날부터 5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골초는 오셔니에게 쉴새없이 전화를 해서 설득했다. 오셔니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골초는 오셔니의 마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광안리 바닷가의 낭만, 백사장의 모래를 뒤지며 조개껍질을 찾는 여인들, 해운대 백사장 주변의 포장마차, 저물녘이면 흰 날개를 뒤집으며 날아다니는 갈매기떼들과 태종대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에 대해서 그의 유창한 말솜씨를 총 동원해서 이야기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