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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크리스마스나 생일 선물용 시집으로 예쁘게 장정되어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세계의 애송시 같은 책에는,

헤르만 헤세의 '안개 속에서'라는 시가 반드시 수록되어 있다.

평범하게 읽히면서도 다양한 각도의 해석이 가능하고,

그만큼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안개 속을 거니는 일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신비로운 체험을 가져다 준다.

안개속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


골초는 비밀결사의 단원들이 은밀하게 암호를 전달하는 것처럼

소리없이 입술을 움직이며 자신의 내면에게 질문해 보았다.

안개 속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안개정국'이란 말이 유행어가 될 때도 있었다.

안개는 작은 물방울들이 지상의 풀잎에 내려앉지도, 천상의 구름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정처 없이 방황하는 것들의 총칭에 다름아니다.

안개의 본질은 나와 사물 사이를 가려주는 것, 즉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안개 속에서 우리는 길이 굽어져 있는지 절벽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평원으로 뻗어 있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 속에서는 오직 동물적 감각만이 유효한 것이다.

만약 느린 속도로 길 위를 걷고 있다면 갑자기 돌출물이 나오더라도

경계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빠른 속도로 안개 속을

헤쳐나가다가 갑자기 의외의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의 삶은

치명적으로 바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안개낀 고속도로.

그렇다. 골초는 이제 막 안개낀 고속도로를 지나온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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