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쓴 이(By): Manfred (1h?5AX) 날 짜 (Date): 1993년06월18일(금) 22시25분29초 KST 제 목(Title): 담배 3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담배를 끊게다는 결심을 해서가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사무실내 금연이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10 년전 담배 피는 내모습이 싫다고 떠나버린 어느 사랑스러운 여인이 생각나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작년 겨울 잠결에 피운 담배로 오리털 이불과 장판을 다 태워 버린 쓰라린 기억이 되살아나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올 봄, 담배로 병원에 입원하여 계속해서 담배 피면 10 년 이내 죽을 것이라며 고래고래 고함치던 의사의 성난 얼굴이 떠올라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X-terminal 상에 비친 괴물같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보기 싫어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담배 살 돈이 없기 때문도 물론 아니다. (담배가 없으면 거리의 꽁초를 주어서도 핀다. 그러므로 꽁초에 침을 뱉거나 꽁초를 휴지통에 버리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 "-- 꽁초는 재털이에 재털이는 길거리에 --")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시위 현장에서 죽은 경찰이나, 헬기 추락으로 죽은 사람들이나, 보스니아와 소말리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애도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담배를 피면 그 짓을 못하고 그 짓을 해도 애기를 낳지 못하고 애기를 낳아도 ......" 라는 해괴망칙한 금연 이데올로기에 속아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담배라는 실체는 담배라는 언어와는 무관하다" 라는 담배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도록 헷갈리는 말 때문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나는나인데 내가 아니고, 담배는 담배인데 담배가 아니다. 나는 담배이고 담배는 나인데 나는 나이고 담배는 담배다" 라는 별 이상한 이야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모든 물질를 집합 A 라고 놓고, 모든 물질에서 담배를 뺀 것을 집합 B 라고 놓았을 때 B 가 A 의 부분집합임을 증명하라는 둥, 항등원 담배에 대해 "사람 + 담배 = 사람", "사람 * 담배 = 담배", "사람 / 담배 = 'divide by 담배'" 등등의 group 인지 ring 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전혀 관계가 없었던 내용을 옛날에 열심히 공부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나 담배 끊어서" 라고 말하는 매정한 친구의 껌 십는 불쾌한 모습을 보아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여기 담배 소녀 골숙의 무덤" 이라는 묘지명을 보아서도 아니다. (그녀는 모든 빤짝이는 것은 담배라고 빡빡 우기며 천국으로 가는 사닥다리를 기어 올라갔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내 담배를 뺏아서 "만약 이 담배각을 segment 라고 보면 낱개의 담배는 memory 최소 단위의 page 가 되고 각 page 들은 physical 하게는 연속적이지 않다(UNIX SVR 4.0 only)" 라며 모두 다 아는 내용을 마치 혼자만이 알고 있다는 듯이 입에 거품물며 이야기 하는 과장이 내 담배를 돌려주지 않아서도 아니다.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은 kids 와 과장의 눈치를 번갈아 가며 보며 가슴졸이던 내 모습이 한심해서도 아니며 kids 에 내 ID 를 만들기 위해 일주일 내내 약 80 번 정도를 try 하여 성공하여 기쁘서도 아니며, 내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은 진짜 이유는 kids 상에 한글로 editing 하기가 너무 어려워 ...... ---- vi 로 바꾸어 주세요 !? (default 로) " 꽁초는 잘 보이는 길거리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