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mily ] in KIDS 글 쓴 이(By): JINI (지니) 날 짜 (Date): 1998년 11월 20일 금요일 오전 08시 20분 24초 제 목(Title): 엄마. 우리 엄마는 2남 6녀중에 제인 맏딸이다. 그런데 형제많고 종가집이나 다름없는 집 맏며느리로 시집을 왔다. 그런 우리 엄마는 키도 아주 작고.... 그래도 지금은 좀 살이 붙었지만 처녀적엔 거의 뼈밖에 없었다 한다. 큰집. 그것도 종가집이나 다름없는 우리집에선 아들이 필요했다. 대를 이어줄 아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집엔 딸만 넷이다. 내가 막내딸이고... 내가 태어날땐 참 웃지못할 사건(?)이 있었단다... 아빤 그때 일때문에 서울에 계시지 않았고...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엄마를 돌보기 위해 오셨는데... 꼭 아들이라고 믿고 있던 애기가 딸이라 하니. 할머니의 기대가 무너지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지... 애 낳고 지친 엄마를 혼자두고...난 보지도 않고 시골로 내려가셨다 한다... (초등학교땐가...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울 할머니를 얼마나 미워했던지...) 아빠도 그땐 무척이나 속상해 하시고 할머니께 서운해 했단다... 하여간에 딸만 넷을 낳고 결국엔 아들없이 살아오신 우리 엄마. 그런 우리 엄마가 나 중학교 3학년때. 유방암이라는 무섭고 나쁜 병에 걸리셨었다. 다행히도 참 일찍 발견했기 때문에 지금은 괜찮아 지셨지만. 그땐 어린 마음에 참 많이도 울었던것 같다. 엄마가 수술실로 들어가던날... 의사는(원자력병원 의사였다. 우리나라에서 암은 젤 잘 치료한다는 병원...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곳은 참 지옥같은 곳이다. 사람이 있을곳이 못된다) 간단하게 2시간이면 끝나는 수술이라 했다. 내가 워낙에 겁을 먹고 있으니까.. 그날 하루종일 교회 목사님과 사무실 선생님이 나를 돌봐주셨었다. 그런데 수술하러 들어간 엄마는 2시간이 지나도 나올줄 몰랐다. 3시간, 4시간... 우리 엄마는 6시간이 되어서야 수술실에서 나오셨다. 2시간이면 끝날거라 하던 수술이 6시간이나 걸리다니... 그렇게 수술을 마치고 우리엄마는 그 지옥같은 병원에서 두달동안 입원을 해야했다. 항암치료니 뭐니 해서 엄마는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두달사이에 얼굴은 정말로 말이 아니었다. 엄마가 수술을 하고 입원해 있는동안 아빠는 거의 병원을 떠나지 않으셨고... 언니들도 거의 매일같이 엄마를 보러 갔었다. 나는...? 수술후 바로 엄마를 처음 만나러 갔는데... 얼굴이 많이 상한 엄마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거였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구 애쓰고 있는데 지독하게 권위적인 의사는 울엄마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이었다... 2인용 병실에 계신 우리 엄마와 그 옆 침상에 계신 어느 할머니께도. 그 의사는 참 말을 함부로 내뱉고, 너무나 차갑게만 대하는것이었다. 그날 병원에서 나와서 한참을 울고... 엄마가 퇴원하기까지 다시는 병원에 찾아지 않았다. 아니 찾아 갈 수 없었다. 수술을 받은지 6년이 된 지금. 아직까지 울 엄마는 정기적으로 원자력 병원에 예약 진단을 받으러 다니신다. 수술 이후로 몸 자체가 더 허약해진 엄마는 50대초의 갱년기를 함께 겪으시면서 더 힘들어 하신다. 밖에서 어디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시고(그래서 고3땐 학부모 회의를 5~6시간이나 하던 이상한 학교에 딸을 보내야만 했던 엄마는 늘 도중에 나오셔야했다), 유난히도 집안 행사가 많은 우리집이라. 일하나만 치루시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일을 하는 엄마를 보게된다.... 딸 넷중에서 나만 유독히 말을 안들었다. 난 밖에선 참 잘하고 다니는데... 그렇다고 집에서도 소위말하는 비행청소년같이 생활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 언니들은 지나치게 교과서적으로 모범적으로 자랐기 때문에 고집도 세고 하고싶은것만 하고 자란 나는 유일하게 엄마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던 딸이었다. 지금은... 난 참 씩씩하고 건강한 눈과 생각을 가진 대학생으로 자라났다. 딸이지만... 열아들 부럽지 않을만큼 부모님께 잘 할 수 있을것만같은 자신감이 넘쳐나는 딸로 자랐다... 엄마.....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고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그러면서 엄마한테는 더욱더 잘 해드리고 싶고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학교 일로 많이 바쁘다면서 새벽에 나와 12시전에 겨우 들어가느라 아빠하고는 커녕 엄마하고도 밥한번 제대로 먹기가 힘들었던것 같다... 오늘은 4학년 언니들 사은회 하는데 사회를 보러 가야하는데... 내일 아침엔 학교 오기 전에 엄마랑 오랜만에 함께 아침이라도 먹어야겠다... 난... 우리 엄마가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