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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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8월21일(일) 18시35분55초 KDT
제 목(Title): 이대생들과의 재수 좋은(?) 졸업여행 IV



이런 조인트 졸업 여행 같은 것을 가서 젤로 처치곤란한 것은 바로 지도교수님
들이다. 뭔가 좀 학생 신분에서 벗어 난 쌈빡한 일을 하고 싶어도 지도교수님
이란 분이 버티고 계시니 자꾸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우리과가 모시고 간 분은 당시 우리에게 통계물리를 가르치시던 c 교수님이셨
는데, 그만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그거이 모냐하면 우리랑 조인트 해서 갔던 이화여대생들이 우리 한테는 관심이
없고 c 교수님에게 단체로 홀딱 반한 것이다.! 

c 교수님은 ...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엄청난 동안에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계신데다가 (어차피 당시에 40도 안 되셨고) 다재다능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신
분이었다. 어느 정도나 젊어 보이시냐 하면, 그 때의 여행에 교수님이랑 조교
한 분이 가셨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조교 선배를 교수님으로 보고 교수님은
학생들 중의 하나로 착각을 했을 정도였다. 거기다가 교수님은 화통하신 데가
있어서 나이트에서 단체로 놀 때도 우리가 끌어내면 플로어로 나오셔서 우리랑
함께 디스코를 추셨는데 유학 시절에 갈고 닦으신 것인지 그 솜씨가 보통 이상
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c 교수님이 식영과여학생들을 뿅가게 만든 것은
그 분의 탁월한 노래 솜씨였다. 둘째날 밤에 양 과가 함께 모여 여흥시간을
가졌는데 학생들의 청에 못이겨 한 곡조 뽑으신 것이 그만 교수님의 어마어마한
노래실력을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교수님이 노래하시는 동안에는 정말
장내가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내가 주욱 둘러보니 여학생들은 완전히 뿅간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넋을 잃고 있었다.

(교수님의 노래 실력에 대한 일화 하나...
 교수님이 학생이실 적에 학교 음대에서 합창반을 모집했다고 한다. 자격은
성악 전공이나 음대생에 한해서.그런데 이공계였던 교수님은 우겨서 오디션을
받으셨고 교수님의 노래를 들은 음대 합창반은 아무소리 않고 교수님을 멤버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

음... 이거 사태가 심각했다. 우리가 교수님을 모시고 온 것은 순전히 상대편의
지도교수님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교수님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양쪽 지도 교수님하고 수행
조교 두분 합쳐서 네분이 조용히 고도리나 치시고 (?) 우리는 우리끼리 놀려고
했는데...접... 덕분에 과대표는 하필이면 지도교수를 c 교수님으로 선정한
책임을 물어 또 한번 불신임의 위기에 몰렸었다.:>

아마...교수님이 유부남이셨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무슨 일이 나고도 열번은
났을 것이다.

우리과의 또 하나의 두통거리는 상대편인 식영과의 지도교수님이셨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화여대에 가장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인... 노처녀 교수님이신데
거의 60을 바라 보는 나이이시고 학생들을 꼭 친딸처럼 아끼신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평소에야 훌륭한 교수님의 특징이겠지만 이렇게 허랑방탕을 목표로
놀러 온 곳에서는 참으로 처치 곤란한 감시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걱정은 둘째날 밤 여흥을 마치고 또 다시 나이트로 몰려갔을 때
현실이 되었다. 세째날은 서로 다로 놀기로 이미 합의를 본 뒤라 같이 몰려
노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다들 원없이 놀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는데
글쎄 나이트에 도착해 보니 여학생들이 절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상대편 과대표 마저도 보이질 않아 부과대표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만
식영과 지도교수님이, 막 나이트로 출발하려는데 숙소에서, 너네들은 남자들이랑
춤추러 가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오늘밤은 나와 함께 인생에 대해 차분히
논의하자.... 그러시더라는 것이었다. 음냐...인생이야 디텍에서도 논할 수 있을
텐데... 마음은 나이트로 향하고 몸은 교수님에게 붙잡힌 이대생들 머리를 짜서
결국 절반은 교수님과 밤새 여자의 일생(?)을 토론하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랑
몸을 흔들러(?) 나이트로 온 것이었다. 누가 갈지는 가위 바위 보로 결정했다나?
그 날 밤 여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남자 파트너는 우리 교수님이셨다.

하필이면 남학생들이 흠모(?)하던 미인들이 대거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바람에
나타나질 않아서 그날은 조금 맥빠진 밤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기뻤던 것이 글쎄 그날 밤에는 콩고 조장이 교수님에게
붙들리는 바람에 안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만세!!!)
식영과 지도 교수님에게 영광이 있으시길...:>

다음 날 제주 구경을 다니다가 어디선가 식영과 여학생들을 만났는데 어제
교수님과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더니.... 글쎄 초장에는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 대한 비난에서 출발을 해서 너네도 나처럼 결혼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술이 몇 잔 들어가니까 갑자기 스토리가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흘러 맨 끝판엔
졸업하면 좋은 남자들 만나서 잘살라고 끝났단다. 나에게 그 이야기를 말해 준 
술이 덜 갠 상태여서 도대체 어디서 비약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당시의 인상은 이대교수님 답지 않게 약간은 아줌마틱하고 조금은 허접(?)
하다고 느꼈었는데... 글쎄 그 교수님이 올 연초에 개각 발표 때 보니깐 교육부
장관이 되셨다고 나와서 우리 동기생들은 단체로 입에 거품을 물며 졸도했었다.
:P 아니 그 때 그 교수님이 이렇게 거물이셨단 말이야? 하면서 말이다.

to be continued.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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