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7월30일(토) 13시39분25초 KDT 제 목(Title): 푸어 줄라이..(에어컨 A/S 그 뒷얘기) 밤새 내리기를 기대했던 비는 소리만 요란하게 잠깐 내리다가 그친 듯하고.. 오늘도 또 더위에 지쳐서 새벽같이 눈을 뜨고야 말았다.. 삼성은 아침 7시에 출근이라지? 하고는 간신히 한 시간을 기다려서 다시 서비스 센터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윽..여긴 삼성 산하 아닌가? 볼 것도 없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8시 반쯤 전화를 해서 그제서야 통화에 성공. 근데 어제 수리를 하러 나왔던 기사들이 아직 출근도 보고도 안 했다고 오전 중으로 연락드리라고 전하겠단다.. 바람이 조금 불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침부터 찌는 듯한 날씨에 열받으신 우리 엄마가 바톤을 이어받아 다시 전화를 걸어 따지신다. 어제 나왔던 기사들이 삼성 소속 기사들이 맞는가, 그럼 가스주입비 내고 받은 영수증에 왜 삼성전자가 아니고 대치전자라고 찍혀 있는가, 대치전자가 어딘지 전화번호를 대라, 내가 직접 걸어봐야겠다.. 엄마가 쫌 무섭게 하신 덕분인지 10시쯤 어떤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제와는 다른 기사라면서 오후 2시쯤 찾아오겠단다..지금까지도 계속 몇 시에 오겠다고 하고는 약속 시간을 지킨 적이 없어서 그러는건데 정말 2시까지 오는 거냐고 닥달을 하곤 전활 끊었다.. 아..문제가 하나 생긴 것이다.. 오늘이 우리 막내 이모 생신인데..점심에 뉴코아쪽에서 이모들이 다 모여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이모가 나두 나오라구 했는데..시카고에 가 있던 이종사촌 언니두 오늘 나온댔는데..집에 돌아온 이후로 가스불을 켤 수가 없어서 (왜냐고? 너무 더워서 가스불 켜는 것조차 끔찍하니까) 밥은 전기밥솥에 해서 물이나 말아서 하루에 한 끼 먹는게 고작이었는데..오늘 점심에 나가면 내가 젤 좋아하는 냉면이랑 불고기 먹을텐데.. 흑~ 엄마가 안 나가실 순 없으니깐 내가 집을 지키면서 수리하러 오는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동생 녀석마저도 공짜 영화표가 생겼다고 방학이라 퐝에서 올라와 있는 Toccata랑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다..나아쁜 짜식들..말루만 누님 누님 그러면서 영화는 지들끼리만 보러 가구...으헝~ 아침두 못 먹은 상태에서 혼자 집을 보게 된 내가 안 됐는지 엄마가 중국집에 전화를 해서 삼선짜장을 시켜주고 나가셨다..쩝..혼자 집에 앉아 짜장면이나 먹는 신세라니..한참을 기다려서야 짜장면이 와서 랩 씌운걸 뜯어내니 그래두 냄새가 그럴듯 하다..모..평소엔 입가에 묻는것두 지저분해 보이고 옷에 튈까봐 못 먹던 것인데 오늘 같은날 먹는것두 괜찮지..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김치 꺼내서 열심히 먹고 있는데....전화가 왔다..삼성 서비스 기사인데 지금 온단다.. 윽..지금 12시 10분인데? 2시에 온다던 사람이? 난 참 복두 없지, 짜장면조차 편안히 앉아서 먹을 팔자가 아닌가 보다.. 먹던 그릇에 냅킨을 덮어놓고..조금 기다리니 트럭이 집 앞에 와서 멈춘다.. 이번엔 서비스 기사 중에서도 조금 높은(?) 아저씬지 나이도 꽤 들어 보이고 조수를 한 명 대동한데다가 심지어는 핸드폰조차 갖구 다닌다(근데 왜 나한테는 그 핸드폰 상표가 모토롤라라는게 먼저 눈에 띄었을까?). 그래도 더운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 준 사람들이니..얼른 아이스커피를 타서 내어가려는 순간, 마당에 나가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사모님!'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아아..............................................사...모....님....? 아니, 아무리 내가 며칠 더위에 시달리는 새에 그렇게 늙어보인단 말야? 음냐..인제 수리하러 오는 사람 맞이할때두 꽃단장하구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내가 헐렁한 티셔츠나 아무렇게 걸치고 70년대 식모스타일로 머리를 틀어올렸기로서니...흑흑...더워 죽갔는데 나보구 어쩌란 말야? 맛이 가서 왜 부르나 했더니 드디어 고장난 곳을 발견한 것이었다.. 컴프레샤(이거 맞게 쓴 건가? 내가 기계 비스름한 거엔 하도 무지한지라..)가 고장이란다..날이 너무 더운 상태에서 건물 외벽이랑 딱 붙어있어 통풍이 안 되는데 작동을 시켜서(사실 몇 번이나 켰다구?) 모터가 나간 거란다.. 가져가서 수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언제까지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이 아저씨 다시 폼나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자재담당하는 사람한테 한 모양인데.. 모? 그 쪽에선 월요일 5시에나 된다고 하는 모양이다..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는구만? 지금이 토요일 12시 반도 안 됐는데 월요일, 그것도 다 저녁에? 좀 더 빨리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부속이 수원에나 있기 때문에 가져오려면 시간이 걸린단다..할 수 없지..일요일날 쉬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삼성 사람들 7시면 출근하는거 세상이 다 아는데 5시가 모냐, 오전중으로 되게 해 달라고 마구마구 졸라댔더니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서 타협, 직접 가서 부속을 가져오기로 결정하고 내일 오전중으로 오겠다며 돌아갔다.. 음..근데 조금 걱정인게 그노무 컴프레샤인지 모터인지 교체하는 가격이 자그만치 23만원이란다..쿵~!! 게다가..원래는 내일 새벽에 아빠가 계시는 원주에 가서 회두 먹구 계곡에 가서 닭도리탕두 먹구 치악산에두 가구..그럴려구 했는데...서비스 센터에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려면 그게 또 꽝인거다..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오니, 먹다 남은 짜장면은 다 불어서 무지무지 맛이 없다..그래도 먹는 음식을 어떻게 버리나 싶어서 꾸역꾸역 다 먹고..나도 아이스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면서 지금 이 글을 타이핑하고 있다.. 후...날은 덥구 되는 일은 없구.... 푸어 줄라이..:( ps..아마도 에어컨 A/S 얘기는 내일까지 계속 이어질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