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wha ] in KIDS 글 쓴 이(By): wish () 날 짜 (Date): 1994년07월23일(토) 08시33분42초 KDT 제 목(Title): 종로..천기누설.. 예전에 학교앞에 '목신의 오후'라는 카페가 있었다. 사주..음양오행..뭐 그런 소위 '운명철학'이라는 걸 연구하는 써클의 대학생들이 서빙을 하고 -그 카페 운영도 그 써클에서 했는지는 모르겠고..- 손님들이게 염가로 그들의 운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재미있을 듯한 곳이 있었는데...실제로는 한번도 못가봐서 재미있는지 어떤지 사실은 모르지만서두.. 그 간판이름이 주는 기묘한 느낌과 호기심에 한번 쯤 가보고싶었는데 어느틈에 없어져버려서 가보지는 못했다. 그런 비슷한 곳이 '천기누설'이라는 곳이다. 목신의 오후 처럼 찻집으로 운영되는 곳도 어디있다고 들었는데..어딘지는 모르겠고, 종로에 있는 본점인지 지점인지는 음료는 안팔고..그냥 서비스로 주던가..일정액의 복채를 받고 '운명상담'을 해주는 조그만 써클룸처럼 생긴 곳이다. 2년여전에 취직해서 월급탄 과후배가 밥사준다고해서 종로에서 만났다가-후배한테 밥얻어먹은 자랑까지 하게 되네 ..이거..- 고녀석 꼬임(?)에 거길 가봤더랬다. 근데 이얘기를 왜 시작했던가..지금 알쏭달쏭 중.. 거기서 내운명을 상담해주겠노라며 내앞에 앉은 아저씨는-학생은 아닌거 같았다..다소 늙수구레 해보이는 게..학생치고는..- 사주가 어쩌구저쩌구 ..음양과 오행이 중얼중얼..열심히 얘기를 했는데..암튼 내가 건진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나에게는 수에 관계된 걔념이 부족하다고 했다..그래서 문과 쪽이 더 적성에 맞으며..보건데..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하다..뭘 전공했는지 모르나..그 쪽 계열로 나갔으면 두드러졌을 것같다.. 근데 아가씨 지금 하는일이 뭡니까...? 저요..대학원 생인데요..제진공이 뭐냐하면..거 뭐시냐...이건데요.. 수에대한 개념이 약해도 밥먹구 살아남을라나용..? 사실 전 이번 가을에 유학을 떠나는디... 그러자 아저씨가 괘 당황하고..미안해 한다.. PPPPPP그리고는 사주와 음양오행으로 사람을 보는 한계를 열심히 설명하고..그걸 따를 필요야 없음도 주장한다.. 사실 타고나는 기질적인 면을 알고 그에 맞춰 살아간다면 살기 더 수월할 수 있는거야 사실이고..그래서 이렇게 봉사(?)를 하고 있지만.., 그건 개인이 후천적으로 충분히 바꾸어 낼 수 있는것이다.. 그러면서.. 그래서 공부가 충분히 된 '운명철학가'는 책속에 나와있는 사주만 풀어주어서는 안된다. 책으로 기본정보를 얻되 그사람을 직접보고 그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는 감을 잡아내는게 더 중요하며 그걸 토대로 길을 잡아주어야 한다..웅얼웅얼.. 자기는 수양이 덜 되서 우선 책에 의존해서 얘기하는 거 뿐이지만..그리고 그걸 봐서는 아가씨한테 맞는 길은 그 길인건 사실이나..아가씨한테는 스스로 어떤 길을 선택해도 못해낼 수는 없는 기본적인 자기의지의 강함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그러니..내가 한말 신경쓰지 마시고..가서 공부 잘하시고.., 복채는 내지말고 그냥 가시요..그냥 봐드린 겁니다.. 사실 난 충격받은 것두 없었는데... 그리고..사실..때때로 난 그 아저씨 말이 맞는다는 걸 많이 실감한다. 우선 난 수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못해 희박하다. 가겟집에 가서 뭐라도 사고나면 물건값 합산을 제대로 해본적도 거의 없는 것 같고.. 한국과의 시차에 따른 시간계산을 할 때면 손가락 동원없이 머리리로만 하는일이 이날까지도 수월치가 않다. 게다가 환율을 따져 물건값을 계산이라도 해볼라치면..계산기..계산기가 절실하다.. 그러면서 무신 공부를 하는건지..나두 잘 모르겄다.. 에술가적..소질인지..기질인지..그말두 일견 틀린것 같지만은 않구.. 난 잘웃고 다니는것 같다..난 별루 문제도 없어요..뭐든지 잘하죠..그런 분위기를 풍기를 연기를 꽤잘해내는지도 모르고..당차다는 말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내 뒤모습의 그늘을 적어두 연기로만은 커버할 줄안다..속빈강정 이나 빛좋은 개살구로라도.. 최진실 만한 용모가 아닌게 천추의 한이지..배우시켰으면 내가 더 잘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겐 꽤 극단적인 양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언제나 생각이 많다...행동으로 옮기기 전에..일을 시행하거나 추진하기 전에.. 늘..음..음..하고 신중을 떨다가 오히려 때를 놓친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내지르는 열정이 있다. 때로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분히 내성적이고 꼼꼼한 성격을 보이기 마련인 A 형의 내 혈액형을 그방 알아낸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내 자신 속에서 다혈질의 격정과 앞뒤없는 밀고나오는 추진력에 때로는 정신이 아찔할 때도있다. 난 내 자신의 그 극단의 두모습에 꽤많이 휘둘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다분히 극적인 양상을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그 아저씨가 짚어준 예술가 운운이 아니었을까.. 근데...갑자기 왜 천기누설 생각이 났을가..지금.. 그 아저씨가 제대로 잘 봤는데도 돈 내지 말구 가랬다구 결국 그냥 나와서 그걸로 나중에 명동칼국수를 한그릇씩 먹은게 양심에 걸려서 그런가.. 처음에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얘기를 하려 한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결론도 없는 가비지를 하나 올리게 되나보다.. 그냥 지우려니..멀리서 후진 에디터로 이만큼 쳐놓은게 아깝고.. 음..음...웬지 읽을 사람들 한테 미안시려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