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dryad (나무요정) 날 짜 (Date): 1996년02월05일(월) 22시19분29초 KST 제 목(Title): 겨울산 기행-월출산(3) 월출산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된건 산악부회원인 선배오빠의 추천때문. 언젠가 한번 와보셨더랬나보다. 사실 난 영등포역에 도착할때까지 전라도쪽으로 간다는거만 알고 있었으니까.. 한심했지.. 그오빠와 동기친구의 설명으론 월출산이 작아보여도 지리산보다 능선이 더 험하단다. 아마 이말을 처음에 들었더라면 안올라가겠다고 했을는지도 모른다. 눈에 폭폭 발이 빠져도 처음엔 즐겁기만 했다. 국민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단체로 등산을 왔는데 꼬마녀석들이 어찌나 후다닥푸다닥 뛰어 다니는지 짜아~식들 힘도 좋다.. 어디 누가 먼저 정상에 올라가나 보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올라갔다. 난 그래도 선두대열에 끼어있었는데.. 아마 서너팀정도로 나누어져 올라갔을 거다. 내앞 대열에 선배오빠와 힘좋은 후배녀석들이 올라가고.. 내뒤에 여자후배랑 기타 1학년후배들.. 난 동기랑 둘이 올라갔다. 총 8시간을 종주소요시간으로 잡고 올라갔다. 처음 목적지는 갈대밭. 해발500미터쯤 된다는데.아침에 날리던 눈발은 우리가 등산하기 시작할 무렵 이미 그쳤고 햇볕이 어찌나 좋은지 땀을 연신 닦아가면서 두르고 가던 목도리며 끼고 있던 장갑이며 마스크까지 모두 풀어해쳤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던 곳이 사라지면서 넓은 운동장만하게 탁 트인곳에 갈대가 무성했다. 산위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몸에서 흐르던 땀이 이미 어는 것 같았다. 닭살이 �쓴쨈� 싶더니 도저히 그냥은 못앉아있을 것 같아 아직 뒤에 후배들이 올라오지 못했는데 다음 코스로 발을 옮겼다. 물이랑 들고 있던 몇몇 사람이 뒤에 사람들 먹여서 올라간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로 펼쳐진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너무 힘들다. 눈의 천원이라고 해야할까..사방에 피어있는 눈꽃은 새하얗다못해 눈이 부셨다. 앞에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외에 아주 작은 발자국들이 눈꽃을 피우고 있는 숲사이로 이어져있었다. 산토끼정도의 산짐승 이름밖에 알지못하는 나로서는 그게 어느 동물의 발자국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기하기만 했다. 커다란 바위가 서로를 지지하면서 버티고 서있는 통로엔 하얀 서리가 융단처럼 깔려있었다. 건드리지 않고 지나가려고 잔뜩 몸을 움추려야 했다. 도착지는 구정봉. 해발 734미터였을거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한테 죄를 지어서 아홉번의 벼락을 맞아서 죽었는데 그때 생긴 9개의 우물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근데 아무리 봐도 우물같이 생긴게 없는거다. "야.. 니눈엔 9개우물이 보이니?" 친구왈 "9번씩이나 벼락을 맞다니.. 1번만 맞으면 죽을 텐데. 있어봤자 하나겠지 뭐...." 초코파이와 물을 마시고.. 분명히 한사람당 세개씩은 돌아갈 분량이라던데 하나밖에 안주네..그러면서 후배들을 쳐다봐도 웃기만 한다. 어쨌거나 그즈음부턴 꼬마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이젠 정상탈환만 남았는데.. 허리를 쭉펴며 보니까 그리 멀지 않아보인다. 저거겠지.. 설마 저봉우리겠지... 근데 어째 그뒤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를까...에이 모르겠다.. 고개 하나를 또 넘었다. 그럼 그 봉우리가 바로 앞에 있어야 하는데 다른 봉우리가 또 떡 벋티고 있다. 저거 넘으면 있겠지..하고 가면 또 다른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으씨.. 깜짝쇼하냐.." 바위에 쇠막대랑 굵직한 밧줄이랑을 박아놓아서 타고 올라가게 되어있는가 하면 쇠사다리까지 놓인 곳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여기에다 이런 것도 박아놓고 가는데 우린 빈몸으로 와서 이렇게 헐떡거려 쓰겠니..한심하지.. 힘내자!" 그러구 또 올라갔다. 이젠 산봉우리의 깜짝쇼에도 아랑곳 않고 안속는다, 안속아.. 이러면서 올라갔다. 거의 90도 경사가 진 바위에 쇠사다리가 박혀있다. 그 위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아마 이 순간을 위해 등산이란거에 사람들이 미치는 거겠지 싶었다. '천황봉 해발 809M'라고 쓰여진 커다란 바위와 조그만 초사같은 건물하나, 천황봉 설명, 바닥엔 그일대를 그려놓은 약도하나가 박혀있었다. 꽤 여러사람이 얽혀서 사진을 찍거나 앉아서 쉬고 있었다. 우리도 나머지 팀들이 오길 기다리면서 몇개 남아있던 초코파이를 먹었다. 초코파이가 그렇게 맛있는건진 그때 처음 알았다. 조만간 군대갈 친구한테 선배와 후배들이 한마디씩.. "형.. 군대가면 초코파이가 제일 먹고 싶다면서요.. 많이 드시고 가세요.." 그래봤자 세개남았다고 꺼내놓는데 모두들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난 두개밖에 못먹었는데.. "이러면서 입맛을 다시는 애들앞에서.. "어.. 난 네개먹었는데.."이러는 밉살맞은 녀석이 있었지.. "어쩐지 제일 산을 잘 타더라니..짜아~ 식 네개나 먹었군." "으~~ 춥다. 어떻게 내려갈까.." "왔던길로 다시가긴 거시기하니까 반대편으로 내려가죠.." "하하.. 그래 거시기하다..반대편으론 두시간이면 된다더라..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이 세시간 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내려가는데 동의했다. 올라올땐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 꽤 많았는데 내려가는 길은 비록 가파르긴 했지만 계속 내리막 길뿐이였다. 모두들 다시 올라가는 짓은 못하겠다고 하는 참이라 다행이었지.. 아이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였다. 예상 소요시간 8시간을 깨고 5시간 반만에 월출산을 넘은 거다. 제작년 춘천의 오봉산이후로 겨울산은 두번째다. 음... 국민학교 5학년겨울에 친구몇명과 담임선생님과 관악산을 등반한적이 있었구나.. 뭔가 목표로 세웠던 일을 깨끗이 마무리했을 때의 성취감은 꽤 큰것같다. 비록 끼고간 장갑이며 신발이며 못쓰게 되었지만, 또 후배몇명은 아이젠에 찍혀 다리에 상처가 생겼지만 모두들 아랑곳없었다. 이제 그밤을 어떻게 보내느냐만 남아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