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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3월11일(금) 21시21분48초 KST
제 목(Title): 지하철에서...




수요일날 있었던 일이다.

조금 느즈막히 집에서 나와서 양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쯤을 

지나고 있을때 남자 한 사람이 물건을 팔려고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국민학생용 한자교재쯤 되는 모양..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아주 조그만

소리로 선전을 해서 잘 알아들을수도 없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제복을 입고 팔에 완장을 찬 순찰대 아저씨(pkp 아님!:)가

나타나서 그 사람을 잡아(?)가는 것이었다.

반항도 하지 않고 묵묵히 순찰대원을 따라가는 장사꾼은 아직도 꽤 어리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날..집에 가는 길. 이번에는 2호선을 타고 잠실쪽으로 돌고

있는데..역시 어떤 장사꾼이 나타나서 천원짜리 앨범을 팔기 시작했다.

사진은 백장, 명함은 이백장이 들어간다는 선전과 비교적 싸게 느껴지는 가격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사기 시작했고..그 장사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서 물건을 자알~ 팔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다시 몇 정거를 가서 이번에는 맹인으로 보이는 걸인들..
                                               ^^^^^^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장사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런데서 파는 물건을 한 번도 사본 적은 없지만 대체로 비싸다고

해 봐야 천원짜리 물건이고 그래도 대개는 쓸만한 것들인것 같이 보인다.

예를 들어서 장마철의 비닐우의라던가 적은 공간에 여러벌을 걸수 있게 만들어

놓은 옷걸이 등은 꽤 괜찮은 물건들이다. 그런데..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공사측에서 이런 잡상인들의 물건을 사지 말라는 안내방송만 하더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순찰대원까지 출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그냥 놔두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때에 따라서는 불쾌함

을 유발할 수도 있을테고, 어쩌면 범죄행위와 결탁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서 파는 물건들의 상당수가 값이 싼 중국산이라는 얘기도 있고...

단속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또한 타당하기도 하다..문제는 형평성이 있어야

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것인데...쫍..내가 아침에 본 그 잡상인을 너무 가엾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역시 사람은 인상이 좋아야 하는 법인가보다..:)

그런데 이왕에 단속을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지하철 안에서 구걸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 한두번은 나도 안 되어 보여서 돈을 주었었지만..다니다 보면 이 사람

들이 구걸행위를 '직업삼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인데..

예를 들어서 몇 시쯤에 몇 호선 열차를 타면 장님 아저씨가 나타나고, 다른 열차를

타면 부부장님, 또 다른 데서는 아이를 앞세우고 다니는 아줌마 하는 식인 것이다.

또 요즘은 조금 뜸해진듯한 껌파는 할머니들..그리고 날 아주 맛이 가게 만들었던

껌팔이 소녀(?)...(국민학교 저학년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나이의 아이였는데

껌을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뻔뻔하고 능숙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에게 껌을 던지다시피 나누어줬었다. 말한마디 없이..)

사회 이면에는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솔직이 지하철 안에서의 

이런 사람들의 모습은 나에게 사람들에 대한 불신만을 키워줄 뿐이었다.

암튼..옳고 그른 것을 가린다는 것..세상을 살아간다는 것...모두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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