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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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5년04월14일(금) 00시00분05초 KST
제 목(Title): [하이텔 이화동 사건에 대한 생각...(2)]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의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이 되는 듯 합니다.

여성의 흡연 문제, 폭력행사와 성차별 문제.

자, 그러면 한번 생각을 해 보도록 하죠.  '문제의 원문'을 읽은 많은 

분들이 뺨을 맞은 그 여학생을 동정하는 한편, '맞아도 싸다'는 인식 또한 

없지 않은 것은 바로 그녀가 여자이며(그것도 글쓴 사람에 의하면 이대생이며)

담배를 마구 피워대서 옆사람의 불쾌감을 불러 일으켰고, 또한 그녀의 버릇없는 

행동이 상대 남자를 격분케 해서 뺨을 때리게 했다..는 어떻게 보면 흔해빠진

각본에 다름없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 역시 많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차례대로 짚어 나가도록 해봅시다.

1.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과연 '잘못'일까요?

네, 저의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위의 명제에서 '여자'라는 말은

오히려 '인간'이라고 바뀌어야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못'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 담배 피우는 '행위'

일 것입니다. 따라서 담배를 피운 것이 이대생이건 아니건을 떠나서 '여자'라는

것은 이 사건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2. 다음으로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 역시 '잘못'일까요?

네, 그것 역시 저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3. 그럼, 여자가(그것도 이대생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격분하는 것은 '잘못'

일까요?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4. 그 다음에 상대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아뇨, 이것 역시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저, 담배 연기가 제 쪽으로 와서 그러는데 담배 좀 꺼주실수

있겠습니까?' 하는 것과 '야! 너 담배 꺼!'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5. 담배불을 끄라는 상대에 대해서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낄낄대는'

것이 '잘못'일까요? 

네, 상대의 태도 여하와는 관계없이 그런 태도가 결코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6. 상대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담배불을 끄지 않았다고 뺨을 때리는 것은 

'잘못'일까요?

네,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럼 지금까지 해온 이 엉성한 질문들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여자건 남자건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어떤 의미에서 '잘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흡연을 나쁘다고 하는 것은 다분히 남에

대한 배려가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사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그 여학생은 '잘못'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겹도록 반복해서 써온 이 '잘못'이라는 말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한 번 검토해 볼까요?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은 그 여학생의 흡연행위, 그리고 담배를 끄라는

요청에 대한 무시, 이것은 틀림없는 '잘못'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여학생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그녀에게 벌금을 물리거나 형벌을

가하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와 그 친구들이 '지극히도 싸가지없는 계집애들'

임에도 불구하고 벌을 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잘못은 어디까지나 '도덕'의 

차원에 머무르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때에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벌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를 벌줄

수 있는 것은 아마 神 뿐만일 것입니다. 아마 여기에 대해서 '그럼 공공장소에서

남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꽤 되실

것입니다. 제가 쓴 말을 다시 한 번 잘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런 행동은

틀림없이 '잘못'이며,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감정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녀들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것이 아닙니다.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된 공항, 지하철역 등 몇몇

구역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흡연을 할 경우 벌금(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형법상의 형벌이 아니라 행정법 상의 행정벌일 뿐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흡연이 금지된 곳이 아닌 커피전문점에서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커피전문점들은 금연석조차 따로 없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책임조차 지지 않아도 되는 행위입니다.

그럼 여기에 대해서 '그럼 비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은 생각하지 않느냐, 남들에

대한 예의가 그렇게 없어도 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한때는 동문회에 나가서 친구들(물론 남자애들)이 담배를 꺼내기만 하면

즉석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뺏으면서 '죽고 싶으면 너 혼자서 죽어!'라는 극언(?)

을 서슴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 더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지요. 왜냐고요? 아무리 담배연기가 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저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해도 저의 그런 행동은 결코 친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제가 '흡연행위를 용납은 한다'는 식으로

행동을 누그러뜨리자 친구들도 담배연기가 제 쪽으로 오지 않도록 주의를 하던지

아예 밖에 나가서 피우고 오는 식으로 배려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제 생각으로는 '예의'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비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이 있으면 '흡연자의 행복추구권'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의 행복을 빼앗는 것은 공동체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흡연행위'는 흡연을 하지 않는 타인들에게 해를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멈추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고

해서 그 수단이 정당화되어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얘기가 옆으로 새는 듯한데, 이번에는 뺨을 때린 남자에게로 관심을 돌려 볼까요?

여자가, 그것도 이대생이, 그것도 사람이 붐비는 커피전문점에서, 스스럼없이, 

하물며 양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한 지극히 보수적인 남자가 격분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불량학생 운운, 가정교육 운운, 다른

남자들은 뭐하고 있나 운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끄라는 자신의 요구가 묵살되고

오히려 비웃음거리로 전락되고 말았을 때의 그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여기에서 담배를 끄라고 했을때의 그의 말투와 행동에 대해서도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뺨을 때린다

는 것은 무엇이 어떻게 됐건간에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아까 얘기하던 그 여학생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면, 지금의 이 남자는 '법적'으로 유죄이며

형법 제260조 폭행죄에 해당되는 '범법자, 범죄인'인 것입니다. 만약에 뺨을

맞은 여학생이 상처를 입었다면 '상해죄'가 추가되겠죠. 

이 남자 역시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을 만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는 약하기로 하겠습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가뜩이나 비논리로 가득찬 제 글이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는 데다가 제가 처음

뭔가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했던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 핵심'을

방금 말했기 때문입니다.

뺨을 맞은 여학생과 뺨을 때린 남자와의 차이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사람'과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차이입니다.

그 남자가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불쾌함을 느끼고 (아마도) 여자

였기 때문에폭언, 폭행을 했을 것이라는 것은 (저 역시 여성해방주의자는 아니기에)

저의 관심분야가 아닙니다. 

 

쓰다보니 처음 생각과는 달리 용두사미격이 되고 말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느 정도 전달이 되었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우리는 사건의 당사자

두 사람을 다 비난하고 있지만 그 두 사람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키즈가 아니라 하이텔에서 처음 시작된 사건이지만 이것이

키즈의 Ewha 보드가 아니라 SNU 보드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조금 서운하네요.

처음 글을 올리시는 분이 이대드에 먼저 올려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이 곳에는

'유감의 뜻'만을 표하고 서울대보드에만 '문제의 글'을 올려주신 것이 저로서는

조금 '유감'스러웠습니다. :)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서 좀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흡연, 남에 대한 배려 및 예의에 대한 문제, 남성우월주의 및 성차별, 

편견, 일반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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