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yujeni (유제니) 날 짜 (Date): 1998년03월09일(월) 08시20분40초 ROK 제 목(Title): [영화] "crash" 를 보고 1. crash를 보면 오히려 crashed되기 십상이다. 2. 나처럼 무지몽매한 사람이 영화를 평하는 기준은 '재미있다,없다' 여야 한다. 지난 금요일 시네마떼끄에서 상영하는 crash를 보고 학관을 나서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난 에피쿠로스 학파를 잘 알지 못한다. 아는 거라곤 쾌락의 추구를 이상으로 삼았다는 거 정도. 그저 국민윤리 교과서에 밑줄만 그을 줄 알았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쾌락을 추구하는 지 감히 의문조차 품질못했다. 난 참 바보였다. crash를 광고하는 포스터엔 섹스,자동차,충돌이라는 세 단어가 빠지질 않는다. (화면을 가득채우는 건 늘 자동차다. 섹스조차도 자동차에서 이루어지는 장면이 대부분이고. 내가 보기에 이 영화의 소재는 섹스보다는 자동차가 우선인 듯 하다. 역시 장사속이다. 섹스를 앞세운 건.) 등장인물들은 섹스를 통해서 그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 또 자동차 사고를 재현하고 그래서 죽어가면서까지 그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 쾌락이다. 얻고자 하는 것이 쾌락이라는 거에 대해서 호불호를 논할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이라는 게 섹스와 자동차 충돌이여야만 하는 지엔 글쎄... 영화를 보기전에 난 이미 어느 기자가 써놓은 평을 읽고 말았다. "변태적인 섹스를 통한...현대사회의...극복..." 대충 뭐 이런 내용이였다. 미리 읽어두길 잘했다. 혹 미리 읽어두질 않았더라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섹스라 칭할 수 있는 그 수많은 몸짓과 손짓에 충격을 받다못해 압도된 나머지...끝내 짓눌려 깐느라는 이름은 까맣게 잊어버린채 혹 포르노가 아닌가 착각하고 말았을 게다. 그래도 몇 줄 읽어둔 평덕분에 그 알몸들에 버텨가며 도대체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뭘까 짚어볼 여유가 있었다. 부서진 자동차와 똑같은 자동차를 다시 사고 마는, 충돌을 거듭해 꼬물차가 되버린 자동차에 집착하는, 사고가 나서 찌그러져 볼품없는 자동차를 다시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난 알지 못한다. 교통사고란 보통사람에겐 고통과 슬픔의 대명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를 재현하고 그래서 죽어가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그 쾌락의 본질을 난 알지 못한다. 파트너를 바꿔가며 쉴새없이 이루어지는 섹스의 의미를 난 알지못한다. 더군다나 그 장소가 자동차인 경우엔 더더욱 ... 결국 난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그 마음을 단 한 줄도 읽어내질 못했다. 혹 그 배우들은 알고 있을까. 나같이 무지몽매한 사람이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재미있다,없다 여야 한다. crash. 재미없는 영화였다. 혹 이담에 1억원이 생기면 뭐할거니 물음에 "빨간 스포츠카를 살래요" 대답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난 알지 못한다. 혹 내가 "빨간 스포츠카를 살래요"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crash를 다시 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