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
날 짜 (Date): 1999년 2월 26일 금요일 오전 01시 31분 50초
제 목(Title): 실습기-2-


-2-

응급실에 당직을 서려고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 나에겐 임무가 하나 주어졌다.

한 노인을 돌보라는 것이었다.

가보니 왠 할아버지 한분이 누워있고 주위에 남자 둘이 서 있었다.

어떻게해서 왔냐고 물어보니

그 두사람이 이 할아버지의 이웃사람인데 하도 딱해서 데려왔다고 하면서 

그 할아버지의 다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곳을 보니 사람 주먹만한 크기의 홈이 정강이 쪽에 패여있는 것이었다.

순간 난 소리를 지를 뻔했다.

피부의 감염된 상처가 심해져서 피부,근육을 뚫고

뼈까지 침범해들어가 힌뼈가 바깥에 휑하니 돌출해 있는 것이었다.

그 범위가 자못커서 전에 병리학책에서 보던 장면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을 진정 시키고 마저 이웃사람들에게 애기를 들었다.

그분은 가족이 모두 그분을 떠나고 혼자 살고 있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근처 병원조차 갈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이 보다 보다 못해 응급실에 데려왔다고 했다.

나머지 이야기를 모두 듣고 인턴선생님에게 얘길 했다.

난 샘플링을 주문 받았고 그 할아 버지의 혈액을 채취했다.

지방조직이 너무 없어서 혈관이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 주위 지지 조직이 약해 혈관이 이리 저리 자꾸도망가는 것이었다.

힘줘서 혈관을 붙잡고 샘플링을 한다음 정맥주사로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제 난 그 할아버지의 드레싱을 해야만 했다.

 -드레싱이라는 것은 상처가 있는 부위의 감염을 막기 위하여

 소독을 하고 그 위에 반창고나 붕대같은 것을 대주는 것을 말한다-

상처 부위가 너무 큰지라 난 생리 식염수 두통을 남김없이 아낌없이

쏟아 부어야만 했다. 할아버지는 자꾸 아프다고 하셨다.

너무도 힘이 없는 목소리로...

베타딘으로 두 번 세 번 거푸 소독하고 거즈를 여러개 대어

상처 부위를 모두 덮었다. 뿌듯했다...

처음으로 드레싱을 했었기에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분의 아픔이 더커지지 않게 해드렸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분은 계속해서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하고 계속 말씀하셨다.

너무 해드린 것없는데 계속 칭찬 받는 것 같아서 좀 멋적어 졌다.

인사를 하고 그 동네 분들에게 부축해 주십사하고 처리실을 나왔다.





사실 가슴이 아팠다.

그 분을 돌보지 않는 자식들이 원망 스러웠고,

신경써주지 않는 사회가 서운했고,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한 부족한 의대생인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어쩌면 다리를 잘라야 할지도 모르는

그 할아버지의 현실이 마냥 무겁게 다가왔다.

응급실의 밤의 무게는 그렇듯 무거워만 갔다.





*************************************************************
         Rainy Days.......
                    Never Say Good Bye.......
                                    gazebo.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