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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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
날 짜 (Date): 1998년 8월 29일 토요일 오전 01시 06분 51초
제 목(Title): 실습일기 828


교육 관련 선생님의 몇가지 덧붙이는 말을 끝으로

5일간의 삼성 의료원 파견도 끝이났다...

솔직히 병원 시설이 좋아서 놀라긴 했다...

서비스 제일주의의 분위기가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했고...

(솔직히 우리 병원은 환자들도 많고 다들 업무에 치여서 그런지

서비스란 면은 좀 떨어진다...)

조금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좀 널널한 듯한 실습을 한 것같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려고 내가 있던 18동 병동으로 올라갔다.

레지던트 선생님은 이미 병동을 돌고 있었다. 이번 환자볼때도 여러면에서

관심을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했던 분인데...(자기 출신 학교 학생들아닌데도

이정도의 관심을 보이는 건 좀 드문일이다...)

인사를 드리니 웃으면서 수고했다고 하셨다. 미소를 머금고 돌아서는데 다른 병동에 
들어가시던

선생님이 다시 나를 부른다...

가운 입고 자기 따라 오라고...

얼른 가방에서 가운 입고 청진기들고 뒤를 따랐다...

선생님이 안내한 곳에는 신장이 않좋아서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가 있었다.

이런 환자들은 팔에서 동맥과 정맥을 서로 연결하여 투석을 한다.

그래서 이런 환자들의 정맥은 마치 동맥 처럼 맥박이 느껴지고 나중에는 커다랗게 
부어오르기도

한다. 팔에 손을 대보니 흔들림(thrill)이 느껴졌다. 그리고 청진기를 대니 
쌕쌕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이 환자는 사실 심장 판막에 문제가 있는데 그럴 경우 심장을 
청진해 보면 

'심잡음'이라는 것이 들린다. 그 심잡음(murmur)이 이 환자에서는 팔에서까지 
들리는 것이었다.

또하나 배웠다...실제 심잡음을 이론상 아는 것하고 그걸 환자에게서 들어보는것 
하고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즉 살아있는 지식이 되는 것이다...

인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를 배려해 주는 선생님의 마음에 고마움만이 밀려올 
따름이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가르칠 뭔가가 생기면 오늘의 이 마음씨를 꼭 
기억해야겠다...

로비로 내려오니 일행은 이미 본원으로 돌아간 후였다.

내가 잠깐 인사만 하고 온다고 했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발생해서 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리 외롭지 않았다. 가슴 포근한 뭔가를 느꼈기 
때문에...


저녁에 집에 있는데 고향 친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신장에 암이 생겨 우리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녀석은 울먹였다... 당황한 내 자신을 추스리며 침착하라고 그애에게 
타일렀다...

전화를 끊고 가운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긴장된 마음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동에 올라갔다. 차트를 드는 손이 왜 그렇게 무거운지....

차트를 보고 검사 결과를 판독했다...

아직 검사 결과가 다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히 다른 곳에의 전이의 증거가 없었다.

수술로 치유될 듯한 가능성이 꽤 보인다.

 일단 한숨을 돌렸다.

 병실에 가보니 이미 주무시고 계셧고 남아있기로 했던

그얘의 누나는 잠시 다른 곳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는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침울한 목소리... 현재의 해석한 결과를 이야기 해주고

희망이 있다고 다독거렸다...

조금은 안도하는 듯한 목소리...

담주 월요일날로 수술이 예정되었다...

내일 수업끝나고 병문안 가기로 하고 수화기를 놓았다. 

전화할때 맘속에선 이런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아버지를 걱정하는 그녀석을 생각해서 꾹 참았다.나라도 그런 기분일테니...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다행이야... 이미 전이되어서 수술조차도 못하는 환자가

죽어도 좋으니 수술이라도 받아보고 싶다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줄 아니..."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부디 그분 돌봐주시라고 주님께 기도 드렸다....




아뭏든 씁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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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y Days.......
                    Never Say Good Bye.......
                                    gaz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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