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asdf) <210.102.108.51> 날 짜 (Date): 2001년 9월 28일 금요일 오전 07시 36분 02초 제 목(Title): [P] 한국 애니 이렇게 만들면 망한다(2) 글쓴이: 김낙호 (capcold@nownuri.net | http://www3.shinbiro.com/~capcold) 4. 여자 주인공. '벨단디'의 그늘에서 좀 벗어나라! '95, 돌아온 영웅 홍길동'의 곱단이와 '아앗, 여신님'의 벨단디의 차이는? 정답: 머리색깔. 한국애니에서는 여자주인공에게 항상 일정량의 '여성성'을 강요한다. 그 여성성에 대한 시각은 또한 매우 보수적이다. 바로 '순종'. 남자주인공님이 큰 일을 벌리면 옆에서 열심히 내조해 주기. 물론 가끔 악당한테 잡혀서 주인공을 핀치에 몰고 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성격도 착하디 착해서, 참 눈물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모두를 용서하고 편안하게 감싸주는 모성성까지도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우리의 착하디 착한 여주인공은 덤으로 초능력도 있다. 주로 남자주인공의 능력발휘에 도움이 되는 초능력. 그래서 결국 남자 여자 주인공이 마음이 통해서 힘을 합치고, 마침내 감동의 대도가니가 시작된다. 그 이미지의 극단에 서있는 여자주인공은 두말할 나위 없이 '벨단디'이다. 그 임팩트가 너무나 컸던지, 이후 모든 한국애니의 여주인공들이 그녀를 닮아가기 시작하는 듯하다. 한국애니에서 '리나 인버스'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절대 무리다.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남자주인공, 그를 보조하는 것은 여자 주인공이라는 고정 플롯이 전개되면서, 당연히도 남자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사랑의 감정도 느낀다. 여자 주인공이 죽어 없어지고 끝나기도 참 힘들다. 마지막까지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 하니까. 한국애니에서는 그런데 여자주인공을 스타로 만들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 또한 상당히 부족하다. 우선, 되다만 민숭맹숭 현모양처형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는 것도 있지만, 디자인의 측면에서 도 참으로 보수적이다. 섹스어필하고는 매우 거리가 먼 절구통 몸매와 가슴에다가, 의상 또한 무슨 인형 종이옷처럼 해놓는다. 물론'노출'은 극도로 꺼릴뿐더러,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기도 매우 힘들 다.(물론 근래에 나온 린덤의 경우는 양간 다르지만 일본과의 합작물이니 한국 순수기술을 논하는 이자리에서는 논하지 않겠다.) 성격으로도, 지성으로도, 실력으로도, 외모로도 승부할 수 없다면 도대체 뭘로 먹고 살란 말 인가. 말 그대로 '들러리' 아닌가 (아아, '달려라 하니' 다시 보고싶다). '그린 네이쳐 가이아'. 여자 주인공은 남자주인공과 동갑이고, 같은 마을에서 자라났다. 성품은 현모양처형. 항상 인형같은 드레스를 입고 (또 절대 안갈아입고), 사실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열쇠'로서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는 이쁘게 만들려고 여러 사람 고생했지만, 역시나 벙거지 같은 헤어스타일과 특색없는 얼굴에서 벗어나기가 이리도 힘들다니... 5. 조연. 조연은 꼭 웃겨야 하나? 디즈니표 극장 장편 애니 (소위 'Classics')를 보면 꼭 웃기는 '동물/사물' 조연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는 바로 서로 혹은 다른 이들과 티격태격하는 것인데, 그 티격태격의 방식은 동물/사물을 의인화시키면서도 고유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다. 촛대가 촛농접시를 모자 삼아 카바레 뮤지컬 공연을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조연은 꼭 웃긴다. 우스꽝스러운 특징들이 꼭 있다.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서 주제에 근접해지고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 시키는 역할. 극 전개라는 사소에서 주인공의 반대편에 앉아서 균형을 잡는 존재. 꼭 이런 희화화된 조연이 있다. 문제는 이런 희화화된 조연이 꼭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그래서 전혀 분위기에 안맞게 썰렁한 농담과 장난으로 분위기를 오히려 흐려놓기 일수다. 변형된 개그 표정으로 변하며 뭔가 과장되게 웃음을 끌어내려는 연출. 왜 '조연'이 웃겨야 하나? 왜 그 등장인물 자체가 웃겨야 하느냐는 말이다. 우스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스토리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주인공이 오히려 조연보다 더 웃기고 푼수면 어떨까. 일본 만화/애니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조연이다. 조연이 너무나 강해서 조연들이 독자적으로 팬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지나치게 강하고 주류적인 모습이 아닌, 더욱 인간적이고, 실수도 하고, 감정이입이 잘되는 조연들(우리가 정말로 세상의 '주연'일 때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이다. 그런데 그런 조연들이 단지 억지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면? 그린네이쳐 가이아. 조연은 (타임 보칸의 전통에 따라서) 3명의 도적단으로 하자. 도적단 우두머리는 약간의 공주병 기질이 있는 여성(이 여성은 '조연'이기 때문에 약간의 섹스어필이 허용된다). 부하로 키큰 남자 하나, 땅딸한 남자 하나. 주요 역할: 푼수짓으로 사람 웃기기. 물론 주인공과 처음에는 대립하다가 나중에는 합류해야지. 6. 악역. 악역에게도 '이유'를. 악역. 작품의 품격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파트다. 샤아 아즈나블이 없었다면 기동전사 건담은 마징가Z와 다를 바가 없을 터이고, 또한 아수라 백작이 없는 마징가Z는 거대 로봇들의 프로레슬링 시합에 불과할 것이다. 그만큼 악역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따라서 작품 전체의 질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악역의 첫째 조건. '악한 짓'을 하는 이유다. 왜 그짓을하나. '세계정복을 위해서'... 그렇다면 세계정복을 해서 뭐하는데? 이정도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악역이 생각하는 어떤 이상향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정복을 위한 정복이 아니라, 우주민들이 평등한 대접을 받는 신세계를 만든다든지 하는 나름대 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아예 '드래곤볼'의 레드리본 총수처럼 '자기 키가 작다는 열등감 때문에' 같은 소소한, 그러 나 너무도 허를 찌르는 이유도 좋다. 감상자는 무조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한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어도 한참 지나갔다. 감상자는 조연에게도, 그리고 악역에게도 감정이입을 시도할 정도로 그동안 많이 발전했다. 감정이입이 안되는 악역은 매력이 없다. 정당성이 없다. 타이슨이 홀리필드와 싸우는 경기를 보겠는가, 아니면 타이슨이 한시간 내내 샌드백만 때리는 것을 보겠는가? 둘째 조건. '광기'다. 자기 이상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고도 악역이 악역일 수 있는 이유, 그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광기'다. 광기는 기존사회질서에 위험하다. 따라서 '악'이라는 성질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미지의 정신구조에 대한 묘한 호기심과 동경은 더욱 우리를 악역의 매력에 빠져들게한다. 예측 불가능. 마치 '갤러그' 시절 시도때도 없이 내려와 불규칙한 비행궤도를 그리며 우리의 우주선을 위협하던 빨간 벌 외계인처럼. 그렇다면 민숭맹숭 악역의 조건도 유추가 된다. 지상 최대 목표는 무조건 '지구 정복'이고 (하면 된다!),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그것이 목표일 뿐이다. 세계를 손에 넣는 것이 목표라면서 왜 다 부수어 놓나? 또한 인간적인 매력도, 광기도 없다. 그냥 수많은 엑스트라 부하들에게 진격명령을 내리는 '인형'일 뿐이다. 그린 네이쳐 가이아. 악역 이름은? 하라스 장군이라고 하자 (왠지 군인이 악역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 당연히도 '아저씨 스타일'의 외모에, 눈은 나쁜 놈처럼 찟어져있다. 원래는 그냥 보통 사람이었는데, 악의 농축체가 씌워져서 초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연을 훼손시키려 한다. 그의 목표는 물론 세계정복. 아무런 정당성 없이도 참 어디선가 부하들은 많이도 모집해왔다. 7. 성우. 비명을 지를 줄 알아야 할 거다. 지금까지는 작품 작법에 관한 부분들을 주로 다루었다. 주제, 소재, 인물 등. 이제는 슬슬 기술적인 문제들로 넘어가자(해결이 바로 가능한 부분만을 언급할 것이다... 갑자기 한국애니에서 토이 스토리급 CG를 바랄 수는 없지 안는가). 성우 연기. 이것 참 문제다. 최근까지도 계속 NHK-2 일본 위성방송에서 '무지개 전설 - 이리스'를 해줬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녹색전차 해모수'의 일어 더빙판이다. 애초에 KBS에서 해모수를 방영했을때는 정말이지 '이거 국가 망신이다... 제 2의 블루시걸이다'라는 생각이 거의 들 정도로 허술하고 형편없어 보였다. 아, 그런데 이럴수가. 일어로 더빙을 하니까 그런데로 볼만하게 나온 것이다. KBS의 조악한 성우기용이 엄청나게 큰 문제였던 것이다. 문제는 두가지이다. 애초에 형편없는 연기력의 성우를 고용하는것, 그리고 성우와 캐릭터가 따로 뜨는 것. 전에 '아마게돈'을 보았을 때는 가히 환장하는 줄 알았다. 스타 시스템에 기대어 이병헌과 이승연을 성우기용(그나마 이승연은 하도 연기를 못해서 막판에 탈락되었다)했다는 건 그렇다고 치자. 정말이지, 비명하나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성우들은 처음 봤다. 이병헌의 '오혜성'은 폼이나 잡으려는지, 던져지거나 얻어맞은 뒤 한참 있다가서야 굵고 낮은 목소리로 '어헉' 소리를 낼 뿐이다. 여자 성우도 이건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녹음 빨리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하면서 국어책 읽는 수준이었다. 실사영화에서는 배우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모두 연기한다. 하지만 애니의 경우, 화면에서 연기하는 자와 소리로 연기하는 자가 다르다. 그 호흡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실력있는 성우분들이 여럿 있다(특히 최덕희님의 리나 인버스는 거의 환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성우를 작중캐릭터와 맞추어 나가는 것, 그 조화의 문제다. 발랄한 캐릭터는 발랄하게, 중후한 캐릭터는 중후하게. 무엇보다, 진짜로 자기가 그 캐릭터가 되어서 그 상황 속에 부딪혀야 한다. '비명을 지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폼이나 잡으려고 상황 불문하고 목소리를 깔거나, 품위 없어 보이니까 소리는 못 지르고. 비록 작중 캐릭터는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지만 나는 스튜디오에 앉아있으니까 비명은 좀 그렇고. 우리나라에 아직 애니 전문 성우가 없다는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애니에 미친 젊은 세대들이 좀 더 성우계에 대거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필자만의 것이 아닐 터이다. 그린 네이쳐 가이아. 그래, 남자 주인공의 나이는 16세다. 하지만 최민수, 목소리 멋있잖아? 예산좀 늘려서 최민수를 성우로 고용하지 뭐. 중간에 너무 발음이 아니다 싶으면 작품 중간부터 다른 목소리로 바꾸지. 여자주인공은? 김희선 하자. 왜냐고? 얼굴이이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