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asdf) <210.102.108.51> 날 짜 (Date): 2001년 9월 28일 금요일 오전 07시 37분 04초 제 목(Title): [P] 한국 애니 이렇게 만들면 망한다(3) 글쓴이: 김낙호 (capcold@nownuri.net | http://www3.shinbiro.com/~capcold) 8. 디자인. 장난감 광고 좀 그만해라! 건담에서 모빌슈트들이 열심히 빔샤벨과 라이플로 격전을 치루고 있는데, 그때 Five Star Stories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가 그 육중한 몸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KOG의 그 화려한 갑옷이 과연 건담의 세계관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알고 있다. 캐릭터라든지, 메카라든지 그런 것들로 팬시 상품이니, 완구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서 무조건 내다 팔아야 제작비를 겨우 걷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시장이 협소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만을 쫒다가 작품 자체가 개떡이 되어버린다면? 이봐. 말이 좀 심한 것 아닌가. 원래부터 완구업계와 애니업계는 동고동락하는 사이야. 글쓰는 자네가 그렇게 자주 언급하는 '건담'도 그렇지 않던가. 그래,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다시 건담으로 돌아와보자. 완구업체인 반다이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기업 합병으로 완전한 통제권을 얻어낸 이후의 건담 시리즈들을 보라. V건담? G건담? W건담? X건담? 장남감 전시장 이상의 의미가 없다(아, 꽃미남 전시장도 된다). 작품 자체의 내적 통일성보다 보다 화려하고 이쁜 장난감들을 만들어내서 홍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뭔가 순서가 잘모되지 않았는가? 작품이 우수해서 그와 관련된 상품이 잘팔려야지, 관련상품 판매가 먼저고 작품이 그 다음이어서야 되겠느냐는 말이다. 원래 작품 자체가 우수하면 관련상품은 그 뒤를 따라온다. '에반게리온'을 보라. 애초에 에바는 디자인 자체가 흉악할뿐더러, 완구제작을 완전히 무시한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작품의 인기가 치솟자, 결국 반다이 인간들은 그 '불가능한 금형'을 만들어내고야 알았다. 물론 잘 팔리고. '어느 작품에 집어넣어도 될' 디자인들은 이제는 곤란하다. '라젠카'의 가이런을 '녹색전차 해모수'에 집어넣는다고 뭐가 이상할 것같은가. 일치된 세계관 속에서 그 세계의 일부가 되어있는 디자인들이 나와야 한다. '멋'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 세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물론 캐릭터와, 건물 등의 배경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다른 작품에 집어넣으면 어색해지는', 그만큼 내적 통일성이 강한 디자인을 탄생시켜야 한다. 그린 네이쳐 가이아. 물론 주인공이 타는 로봇은 멋있어야 한다. 게다가 완구로 만들어야 하니까 모양도 좀 네모나야지. '건담' 류에서 좀 배껴오자. 어디, 배경같은 건 그 뭣이냐, '총몽'의 고철도시가 이미지가 참 독특하지. 사람은? 무조건 최대한 귀엽게 그려서 애들 필통에 새겨넣도록 하자. 9. 색체. 포토샵은 다룰 줄 아나? 애니에서 색체는 조명, 촬영, 디자인 그 모든 것이다. 올바른 색체 지정은 곧 최고의 기술이다. 그래,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의 기술력을 축적하지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갑자기 하루아침 에 일본이나 미국만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아마게돈을 본 직후의 생각이었다. 그 뒤에 라젠카도 나오고, 해모수도 나오고, 전사 라이언도 나오고 참 여러 가지 나왔다. '음... 아직 많이 모자란데... 뭐, 그래도 약간씩 발전하고는 있을꺼야'. 그런데 서극감독의 천녀유혼이 나왔다. 이런 젠장. 뭐 이렇게 잘 만들었지. 도대체가 색체에 신경을 쓰고는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절망까지도 엄습해왔다. 포토샵을 공부하고 사용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색'은 그것에 대한 집착이다. 대신에, 그것에 집착하면 얻어낼 수 있다. 물론 국산 애니 물감이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색의 선명성보다는 색의 지정 그 자체가 성의없다는 것이다. 조명적인 측면에서의 색조 설정과 보정은 포토샵으로 개인 PC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 하나쯤 나올 때도 이제 되지않았나?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색은 그 자체로 상징이다. 파랑-빨강-파랑의 띠를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슈퍼맨을 떠올릴 수 있다. 그만큼 색의 디자인상의 의미는 크다. 그런데도 무조건 원색을 고집해서 애들 눈에 잘띄는 장남감을 만들려는 추태는 정말이지 실망이 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은은한 색으로 승부하잡시고 화면을 온통 보라색으로 우중충하게 도배했던 아마게돈도 나을 것이 없지만말이다. 이미지 일러스트와 이미지 보드로 사전에 충분히 색조에 대한 조정을 맞춘 후에 작품에 들어가는 철저한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색체. 원색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 이미지를 항상 사전에, 그리고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그린 네이쳐 가이아. 물론 주인공 로봇의 색은 자연의 색인 녹색(또는 흰색)으로 하기로 했다. 화려한 밝은 녹색. 적은 빨간색으로. 대지는 황폐하니까 사하라 사막같은 밝은 노란색으로. 10. 소리. 독특함을 찾아라. 이것도 또 음향효과와 BGM으로 나뉜다. 하나씩 잡아먹자. '모탈 컴뱃'이라는 영화에 대한 평들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음향효과 밖에 없다'고. 그만큼 영화가 아무리 개떡이었어도 여하튼 뼈부러지고 관절 빠지는 소리는 충실하게 재현해주었다는 말이다. 또한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음향에 대한 도전으로 유명하다. 폭풍우 소리를 위해서 쌀을 한 바가지씩 땅에 뿌리는 등 리얼한 소리를 위해서 온갖 실험을 다 하는 동네다. 소리가 현실감 있다는 것. 그것은 감상자를 작품의 세계속에 몰입시키는 커다란 조건이다. 우리 세계가 5감으로 이루어진 반면 스크린 속의 세계는 시각과 청각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더욱 그 2가지의 역할은 커진다. 태권브이 시절부터 써오던 뾰뿅이 소리를 지금도 써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돌비 서라운드 디지털 음향에 길들여진 감상자들에게 그런 것은 무리다. '울림'이 있는 음향, 그것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BGM 이야기를 하자. 라젠카 앨범을 듣고 난 후 내심 기대되었다. 그 전에 읽은 라젠카의 내용, 분위기 등에 대한 정보와 잘 부합하는 장엄한 스타일의 음악. 하지만 라젠카를 보자 마자 허탈해 마지 않았다. 재료는 잘 만들어 놓고도, 도대체가 제대로 제때에 써먹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처음 오프닝 주제가가 흐를 때부터, 전혀 화면 내용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그나마 곡의 기승전결마저 무시한 엉터리 곡 편집이 눈에 심히 거슬렸다. 그리고 장엄한 분위기에서 웅장하게 '라젠카 Save Us'의 전주가 나와서 딱 분위기 잡힐 때쯤 갑자기 끼어드는 신해철의 목소리. 스코어 버전과 노래 버전을 독립시켜서 사용하는 기본기조차 없는 것이었 다. 또 하나 BGM과 관련된 중요한 것은 바로 '미키 마우징'이다. 이것은 음악/음향을 화면의 흐름과 철저하게 맞추어 나가는 것으로,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시리즈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되었기에 그 이름이 붙었다. '에반게리온'의 오프닝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라. 커트들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교차편집되지만, 그 속에서 묘하게도 조화가 생기고, 그것에 하염없이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수수께끼의 정답: 미키마우징이다. 전반부의 천천히 전개되는 기/승 단계를 넘어서면 전/결에서 드럼 비트와 노래의 내용에 맞추어서 화면이 바뀐다. 단지 '빨리' 바뀌는 것이 아니라, 청각요소와 맞물려서 전개되는 것이다. 바로 '뮤직비디오'의 기본이다. 그렇다. 애니에서 BGM을 사용할때는 뮤직비디오적 감수성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사영화보다 시각과 청각을 사전조율하기만 하면 완벽하게 일치시키기가 쉽기 때문이다. 청각과 시각의 조화, 그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BGM의 문제는 작곡자의 실력미달 문제가 아니다. 우리 나라에도 작품 분위기에 맞는 훌륭한 곡들을 쓸 수 있는 작곡자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더 이상 작곡자가 아니다. '조화'다. '그린 네이쳐 가이아'. 음악을 요새 열심히 뜨고 있는 HOT에게 맡기자. (한사람이라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선전해야지. 노래는 발랄하게. 이왕이면 별로 쓸 일은 없지만 한 10곡쯤 만들어서 아예 음반을 내서 돈좀 벌자. 11. 마치며 애니, 아니 모든 예술 매체의 가장 큰 적은 '고정관념'과 '공식'이다. 그리고 특히 애니에 쥐약은 바로 '무계획성'이다. 사전 조율이야말로 최대의 노력이다. 내용도, 화면도, 소리도. 안노 히데아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애니를 만들때는 회사가 망해도 된다 라고 생각하고 만듭니다"라고. 애니를 아는 사람, 애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애니여야 한다. 일본을 따라가기 위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애니 만들기가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애니 만들기여야 한다. 돈을 벌고 싶어서 애니를 만든다? 차라리 그 돈으로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어라. 애니의 성공은 '흥행공식의 답습'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용적으로, 기술적으로 독창적이고 완성된 구조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우선은, 거품처럼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는 '애니 산업'에서 '산업' 두 글자를 떼버리고, 다시 '애니'로 돌아오자. '그린 네이쳐 가이아'같은 작품이 제발이지 이 땅에서 탄생하지 않도록 좀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