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김보성 *) 날 짜 (Date): 1999년 6월 21일 월요일 오전 11시 54분 39초 제 목(Title): Re: 반딧불의 묘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영화를 두고 한 말이 있습니다. "해군장교의 아들이 굶어죽는다니, 이건 사실과 다르다. 그들은 동료의식이 매우 강해서 (동료의 집이) 폭격을 당했다면 부하를 보내서라도 그 자식들을 챙겼다고 한다.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사실을 잘못 그려서는 안된다. 물론 이건 원작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지만."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군요.("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를 읽는다" 라는 책의 권말 인터뷰에 있습니다.) 저도 어째 이상하더라 했어요. 세이타 아버지가 순양함의 함장이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 장교인데, 그 자식을 누구도 돌보지 않아서 굶어죽다니요. 그리고 일본이 폭격을 그렇게 당했지만 사회적 시스템은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관생도들과 대학생들(물론 이공대생들만이었지만)은 계속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식량배급제같은 것은 대전 말기까지 제대로 유지된 것으로 압니다. 그런 상황에서 순양함 함장의 자식 정도면 해군의 누구라도 찾아가서 자기 아버지 이름만 대면 다 돌봐주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세이타가 숙모 집을 뛰쳐나간 것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내자식이 그깟 눈칫밥좀 먹었다고 대책도 없이 가출합니까? 일본의 가족 관계가 우리랑은 많이 달라서 사촌간이라도 거의 남이나 다름 없이 지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쌀밥 좀 못 먹었다고(여기서 세이타가 얼마나 부르조아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존심 상해하는 꼴이란... 제가 이걸 본 건 어떤 상영회였는데, 제 앞 뒷자리에 앉은 여자분들이 막 울더군요. 하지만 전 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그 '쌀밥' 얘기 때문에요. 저희 할아버지는 일제때 매일 조밥만 드셔서 항문이 찢어지셨다고 합니다. 조는 소화가 잘 안되서 그냥 알갱이가 건조한 상태로 나와서 그렇다는군요. (이른바 X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건 이걸 말합니다.) 할아버지의 그때 평생 소원이 쌀밥 한번 먹어보는 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저희 할아버지는 쌀농사를 하셨습니다. 그럼 우리 할아버지가 쌀농사한 쌀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일본인들의 뱃속으로였죠. 전 그 영화 보면서 "저 먹는 쌀이 바로 우리한테서 뺏어간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리 울래야 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밥투정을 해요? 하여간 이 영화는 리얼리티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가 가장 real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만든 가장 unreal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도 그 점을 지적한 거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