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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From   : beom (김상범)
Date   : Thu Jun 18 11:27:23 1992
Subject: FSS - #2


   Scene 6.
   그날 저녁, 유우버의 성.  유우버는 뵈이트의 보고에 노발대발해서
 애꿎은 뵈이트만 들볶았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게야! 내 계획이 들통났단 말이냐!"
   "아, 아닙니다.  미라쥬 나이트도 코러스도 결탁한 것 같지는 않았
 읍니다. 보드라는 놈 꽤 여간내기가 아닐 지도."
   "그러나 그런 놈 난 모른다. 그정도의 놈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
 잖나."
   "각하, 이리 되면 라키시스의 쪽은 어떻게..."
   "당연하잖나! 크로소 년에겐 난 너무 서투르게 대했다. 라키시스는
  절대 방에서 내보내서는 안돼!"
   그시각, 소프는 크로소가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라키시스의 어릴 적 모습과 자신이 소프의 신부가  되리라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가슴속을 한바퀴 휘젓고 지나갔다.  그의 얼굴은 약간
 의 슬픔이 잘 배어든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
 말을 뱉어냈다.
   "미안. 라키시스, 안되겠구나..."
   그날 밤 소프의 방에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Scene 7.
   다음날 아침, 성의 위에서 커다란 소음이 울렸다. 각국의 제후들이
 놀라 나가보니 초대형 에어 도리이(공중요새)가 성 위에서  정지비행
 을 하고 있었다. 유우버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오오! 왔다 왔어."
   잠시 후 도리이의 아랫 갑문이 열리면서 MH가 연달아 세대  떨어져
 내려왔다. 모두 약간 멍청하게 생긴 괴물상이었다. 형태는 중세 기사
 스타일? 크다는 것 하나는 점수를 줄 만 했다.
   그 MH중 하나의 출입구가 열리더니 참으로 밥맛없게 생긴 사람  하
 나가 웃음을 보기싫게 지으며 유우버에게 인사를 했다.  머리는 금발
 을 단발머리 스타일로 깎았는데 눈은 마치 단추구멍 같은게 품위  없
 음을 단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아저~~~씨, 왔어요~~~"
   "오오, 데코스 기다리고 있었다."
   이 꼴을 본 뷰라드가 한마디 했다.
   "카----앗 이건 또 MH까지 악취미로군"
   그것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유우버는 신이 나서 방금 내려온 MH들
 을 설명했다.  목에 건 목걸이가 소형 무선 마이크 역할을 해서 그의
 목소리가 온 궁성 안에 쩡쩡 울려 퍼졌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 MH가 지금 막 생겼습니다.  보아주
 십시오 이름을 '헬마이네'라 합니다. 어떤가요 이 중(무거울 중자)MH
 는! 이 이상의 것따위 있을까요.  그 명공 스텀 공의 손에 의한 것입
 니다.  다소 돈이 들었읍니다만 이 장갑으로도 지금까지의 MH와 같은
 스피드 아니 그 이상입니다. 그리고 제 조카 데코스와 트로라. MH 버
 룬셔와 데본셔. 이것도 모두 스텀 공의 것입니다."
   뷰라드가 못참겠는지 또 한마디 지껄였다.
   "흥, 저런 놈의 족보에 헤드라이너의 피같은게 있을 게 뭐야. 돈으
 로 양자 삼은 헤드라이너이겠지."
   그의 옆에 있던 소프가 끼어들었다.
   "한데 저 헬마이네 라는 놈 저 혼자서도 움직입니다."
   "헤? 어찌 알지"
   "저것의 파티마는 에트라믈(무형태 파티마)인것 같아서요."
   "그 캡슐에 들어 있다는 것 말야? 잘 아는군"
   "움직임에 우아함이 없어요!"
   "흐---음 그런지도 모르겠군"
   그 때 다시 유우버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리고 이 MH의 마이스터는,  아시는 분도 있으시리라고 생각합니
 다만, 레디오스 소프입니다."
   그제서야 소프가 꽥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맞아 그랬었지'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서 소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가 시작했
 다.
   "그 레디오스 소프 말이지. 대단하더구만 그사람."
   "15년 전의 도브르크 전쟁에서 12대의 MH를 36시간만에 행 아웃(주
 )했다고 하지."
   (주: 행 아웃; 전투정비 완료를 말함.  이 경우,  소프의 36시간은
 다른 사람의 10배의 스피드로 보면 된다.)
   유우버가 모여 든 사람들을 보더니 약간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
 을 꺼냈다.
   "모처럼 다들 모여주셨군요. 어떻겠읍니까. 모의 전투정도.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도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이번  선에
 나올 파티마 중의 한사람인 크로소는 이미 코러스 폐하의 것이  되었
 는데요, 어떨까요 코러스 폐하, 당장 크로소의 실력을 보여 주시면."
   그런데 이상하게도 크로소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의 그 떠는 것
 보다 더 심하게 떠는 것 같았다.
   "저 싫습니다. MH같은 거 타고 싶지 않아요."
   "크로소.."
   "모터 헤드는 싫습니다. 무서워요..."
   소프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맙소사 크로소는!"
   이젠 사람들은 모두 코러스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유우버
 의 재촉까지 곁들여졌다."어떻게 하시렵니까 폐하. 자아 폐하 부디."
   코러스가 대답을 어렵게 꺼냈다.
   "아니....대단히 미안하오만 그만 두기로 하지.  조금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예 뭐라고요!"
   코러스는 그저 입을 닫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유우버는 기가 살아서 더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이것은 성단 최고의 무군이신 코러스 폐하의 말씀이시라고는 생각
 되질 않는군요. 뭔가 실례라도?"
   "미안하오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오."
   "난처하시구만요. 오오! 크로소의 힘을 보이고 싶지 않으셔서!아차
  이것은 실언...그러고 보니 요즘 폐하의 사정은 이웃 나라인 해그더
 제국과 좋지 못하다던가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읍니다.  폐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안돼시니까요."
   완전히 빙빙 돌려가며 코러스를 놀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웅성대며 코러스를 보고 있었다. 코러스는 완전히 진퇴양난...이때

   그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모두들 그 목소리 난 쪽을  돌아  보게
 만들었다. "훌륭한 MH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것이로군요."
   바로 아마테라스였다. 몸에 딱 붙는 차이니즈 드레스, 거기에 허리
 에 걸친 스패드(광선검) 하나와 긴 머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
 이었다. 저번의 그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서서히 유우버의 곁으로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이정도의 MH라면 따로이 실연을 해 보일 것도 없겠어요.   보기만
 해도 그 힘을 충분히 알 수 있겠군요."
   그러자 유우버의  얼굴에 식은땀이 한두방울 흐르더니 조금 전까지
 코러스에게 살기등등 하던 그 모습이 순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유우
 버는 아마테라스의 말에 그저 맞장구만 쳤다.
   "아! 사실입니까. 이것은 영광입니다. 폐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
 니 핫핫핫"
   "자아 보여 주시렵니까." 아마테라스의 그 한 마디에 유우버는  신
 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미라쥬 나이트들이 무심
 히 주시하고 있었다.


   Scene 8.
   그날 밤, 코러스와 마이스너 여왕(코러스 왕국 왕위 계숭 서열 3위
 )이 크로소를 데리고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가고 있었다. 크로소는 아
 까부터 울먹이며 계속 코러스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창
 피를 당한 코러스 왕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
 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흐윽"
   "괜찮아 크로소.  난 널 파티마 따위로는 보고 있지 않으니까.  내
 딸이라고 생각한다."
   "폐하..."
   그때 그들의 앞에 소프와 뷰라드가 나타났다.
   소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폐하, 뭐라고 사죄를..."
   "...신경쓸 건 없네. 아무 일도 없었던것이야. 이래뵈도 즐거워 하
 고 있다."
   그 말만 남기고 코러스들은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소프에게 뷰라드가 한마디 건넸다.
   "신경 쓰지 마. 이 빚은 언젠가 갚을 수 있어."
   같은 시각, 유우버는 그 '조카'들과 함께 있었다.
   "라키시스는 뭘하나! 아직 복종하도록 안됐나, 뭐가 마음에 안드는
 거야!"
   그러자 조카중의 하나인 데코스가 낄낄 웃으며,
   "아저씨, 그애 끝내주게 이쁘다며요? 다시 언제나처럼 해버리면 되
 잖아요?"
   "바보자식! 선을 앞에 두고 나쁜 소문을 퍼뜨릴 셈이냐!"
   그러고는 그 둘을 나두고 유우버는 자신의 거처로 휭하니 가  버렸
 다. 그 조카 둘은 뒤에서 꿍얼꿍얼댔다.
   "쳇. 저런~ 혼자서만 즐길 셈이야."
   "아주 뻔뻔해."
   이걸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뵈이트는 또 열심히 유우버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각하, 만약 라키시스가 다른 놈을 고르거나 하면,"
   "으음...걱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온 놈들의 태반은 돈때문
 에 온 놈들뿐이야. 그렇게 냄새를 피우고 있어.  나머지 놈들도 파티
 마는 갖고 있는 걸로 알고 말이지."
   "나머진 아마테라스!"
   "흥, 그 남자의 파티마 혐오증은 유명하잖나. 걱정 마.  그것 보다
 도 놈의 태도 봤나? 내게 꼬리를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렇습니다. 확실히 제게도 그렇게 보였읍니다. 그것은 각하 혹시
 ... 이번의 선은 즐거움이 늘어나겠군요. 흐흐흐"
   그 둘은 둘 다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들어갔
 다.


   Scene 9.
   이곳은 유우버의 전용 모터헤드 공작창.  소프는 아까부터  정비에
 열중이었다. 그런 소프에게 난간쪽으로 뷰라드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
 다.
   "히야~ 진짜 묵직해 뵈는 MH다! 소프 그쪽으로 가도 되나?"
   "예에. 재미있는 것을 볼수 있어요."
   "엿차...어디?"
   "제가 말한 대롭니다."
   소프가 가리키는 곳에 - 그곳은 모터 헤드의 머리부분의  안이었는
 데 - 닭의 머리만을 크게 해 둔 듯한 형체의 괴물이  액체  속에  떠
 있었다.
   "이것은..."
   "에.트.라.믈.(무형파티마) 별로 보질 못했는데요.  그래도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파티마인 건지도 모르지요. 파티마를 쫓아서
  사람들이 싸울 일도 없다.  이놈은 그저 MH를 콘트롤하는 것만 생각
 하고 있지요."
   "이름도 없이...말인가"

   그때 유우버의 정비반원들이 소프를 밑에서 불렀다.
   "레디오스님, 차를 끓여 왔읍니다. 그쪽 기사분도 오시렵니까."
   둘은 차를 마시러 아래로 내려갔다.  그 둘을 중심으로 정비반원들
 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여자 정비반원 하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프님이 와 계시니 뭔가 밝아지는 느낌이예요."
   "그건 고마운 일이군. 자네들은 모두 여기 사람들?"
   그의 말을 다른 정비사 하나가 받았다.
   "그렇습니다. 저번의 주인이셨던 와트르마님께서는 잘 대해 주셨습
 니다만 이번 주인님이 되시고 나서 좀 변했읍니다." 그러자 그의  옆
 에 있던 다른 기사가 말을 막았다.
   "이봐 이봐 너무 떠들면 안돼."
   "그렇지만 레디오스님 정도 되시는 분이 어찌 이런 곳을."
   "그렇습니다. 더 좋은 곳도 있을텐데요..."
   레디오스가 대답했다.
   "으응. 만들고 싶은 모터헤드가 있어서 말이지.  어떤 사람과 약속
 한거야. 역사에 남을 만한 모터 헤드를 말이야."
   그 말을 하는 소프의 얼굴은 정말 부드럽고 기쁨이 배어나오는  그
 런 얼굴빛이었다. 그러자 정비사들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습니까, 레디오스님이시라면."
   "분명 될 겁니다!"
   "게다가 여기의 성주도 오래는 못 갈 겁니다. 분명 우리 트란의 대
 통령 루스님께서 반드시 와 주실 것이니까요."
   거기에 소프가 한마디 했다.
   "그 명군 말인가. 너무 빨리 오셔도 곤란해지지.  지금 영주에게서
 받아 낼 건 받아 내고 나서가 아니면."
   그러자 좌중에 왁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건 그렇지요. 하하하"
   아까부터 얘기는 하지 않고 먹기만 하고 있던  뷰라드에게  소프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이봐요, 뷰라드. 아직 당신 파티마 소개해 주지 않았었잖아요."
   그러자 잘 먹던 뷰라드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엑! 내, 내 파티마?"
   그러더니 슬몃 일어나며,
   "으~~~~~~~~~~~~~응. 조, 조금 있다가 보여 줄께. 뭐 그리 좋은 것
 도 아니야. 자 또 만나지!"
   이러면서 슬쩍 자리를 피하려다가 갑자기 돌아서며 소프에게  한마
 디 했다.
   "앗 참. 잊을뻔 했네. 소프, 그 유우버의 조카 둘에게는 신경 쓰라
 고. 색마라서 성격은 나쁘지만 상당한 솜씨들이야."
   그러고는 자기 숙소로 돌아가버렸다.
   같은 시각, 아마테라스의 숙소.
   아마테라스가 벽면 전체가 유리창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포에셰 노민이었다.
   "크로소 쪽은 일단락지어졌읍니다."
   그 말에 아마테라스가 대답을 했다.
   "그렇지만 코러스에게는 파티마가 있을걸."
   "예. '우리클'이있읍니다."
   "흐음. 그렇다면 크로소는 어찌할 셈인거지.  지금으로서는 그에겐
 딸밖에 없을것인데..."
   그리고는 또다시 창밖을 내다보는 아마테라스. 그러다가 창밖을 본
 채로 바란셰의 안부를 물었다.
   "바란셰 공에게 이상은 없는것이죠."
   "리이가 지키고 있읍니다. 괜찮겠지요."
   "나중에는 라키시스 그녀도 괴로운 입장이 되겠군요."
   그러자 누소드 그라파이트가 말을 받았다.
   "선까지는 안심이지요. 저희들도 주시하고 있읍니다."
   "그렇겠지요..."
   그말을 할 때의 아마테라스의 얼굴에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슬픔
 이 서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Scene 10.
   그날 깊은 밤. 소프는 10년 전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날은 아주 날씨가 좋은 어느 봄날이었다.  소프와 바란셰는 꽃이
 가득 피어 있는 들판에 앉아서 저편에서 즐거이 노는 소녀들 셋을 바
 라보고 있었다. 그 소녀들 셋은 모두 브라우스에 플레어 스커트를 입
 었는데 둘은 조끼를 입고 하나는 블라우스만 입고 있었다.  블라우스
 를 입은 둘은 머리가 길게 기른 생머리였고 다른 하나는  단발머리였
 다. 그 소녀들 중 하나가 갑자기 이쪽을 바라보더니 탁탁탁하고 가볍
 게 뛰어왔다.
   "자요 소프님. 이거 라키시스가 만든거야!"
   그 소녀의 손에는 꽃목걸이가 들려 있었다. 소프는 그것을 목에 걸
 고 칭찬을 해 주었다.
   "와오! 좋은 냄새. 고마와요."
   "에헤헤" 라키시스는 좋은지 몸을 약간 비틀었다.
   그러자 단발의 소녀가 달려왔다.
   "너무해! 라키시스. 나 모르게 앞질러 하면 안돼."
   그러더니 이 아가씨도 꽃목걸이를 소프에게 걸어주었다.
   "자요. 아트로포스도 만들었는걸."
   소프는 좋아서 이 아가씨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뭔가 이상한
 눈초리를 느꼈다. 크로소였다. 말도 못하고 그저 꽃목걸이만 들고 소
 프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엣. 크로소도 나한테?"
   그러자 크로소는 대답은 안하고 고개만 까딱했다.
   졸지에 목걸이가 세개나 생긴 소프는 계속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 꼴을 본 바란셰가 한마디 했다.
   "대단하구만. 끝내주는 인기야."
   그러다 갑자기 바란셰의 표정이 굳어졌다.
   "허지만...저 애들을 밖에 내 보내 주는 것도 이게 끝이야. 캡슐에
  들어가고 나서 다음에 눈을 뜨게 되면 한 사람몫의 파티마야."
   "바란셰. 왜 그런 소리를 해." 처음에는 약간 어안이벙벙하던 소프
 가 곧이어 화를 냈다.
   "난 싫다! 저 애들의 어디가 인간과 다르다는 거야. 전쟁으로 죽는
  건 기사만으로 충분하잖아! 저 애들은 전쟁의 도구가 아니란 말이야
 !"
   "미안하네. 그리 말하진 마."
   소프의 표정이 슬픔으로 바뀌어 가며 작은,  그러나 단호한 음성이
 그의 목에서 울려나왔다.
   "난 파티마가 필요없는 MH를 만들어 보이고야 말겠어."
   그러고는 머리를 무릎 사이에 묻었다.  그런 소프를 바란셰는 단지
 쳐다만 볼 뿐이었다.
   갑자기 라키시스가 소프를 불렀다.  얼굴은 가벼운 홍조를 띄고 약
 간 흥분한 듯한 그러나 재미있어 하고 딴 마음은 전혀  없는  순수한
 목소리로 소프를 부른 것이다.
   "소프님! 저말이야. 라키시스의 부탁 들어 줄래요?"
   "좋~~~지요. 뭐라도 좋으니 말해 봐요."
   "저...저말이지 나 소프님의 부인이 될거야. 소프님이 내 마스터가
  되는거야!"
   소프는 일순간 할 말을 잊었다. 나더러 마스터가 되어 달라니..
   그런 소프의 얼굴을 보고 라키시스는 불안해했다.
   "안돼요?"
   소프는 라키시스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좋아. 내가 라키시스의 마스터가 되어 주지."
   "됐다! 그럼 또 하나 있는데."
   소프는 기겁을 했다. 지금 것도 자기는 될까 말까 한 일인데 ...
   "뭐...뭔데..."
   "소프님은 모터헤드를 만드시는거예요. 그러니까 말이죠,  난 몇천
 년이 지나도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색의 모터 헤드를 만들어 받고  싶
 은 거에요. 나와 소프님만의.   그리고 그 앞에서 소프님과 결혼식을
 올리는거야."
   "황금색 말입니까?" 소프는 완전히 창백해졌다. 안 그래도 하얀 피
 부가 완전히 파랗게 질려 버린 것이다.
   "예!"
   "알았읍니다. 어떻게든 해 보지요."
   그러자 라키시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의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난 캡슐 속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소프님이 황금의 기사(K
 night Of Gold)를 타고 어른이 된 라키시스를 맞으러 오시는  그날까
 지. 꼬옥."
   그랬던 라키시스의 얼굴을 생각하며 소프는 혼자 뇌까렸다.
   "그래. 생각해보면 참 큰일을 끌고 와 버렸군..."
   둥근 보름달이 유우버 성을 무심히 내려다보는 밤이었다.


 Scene 10-2.
   같은 시각. 아까 소프에게서 도망쳐 온 뷰라드가 자신의 모터 헤드
 캐리어에서 잡지를 보면서 쉬고 있었다.  그가 먹고 난 맥주 캔을 치
 우는 손이 나타났다. 그 손의 주인이 말했다.
   "그런데 마스터...그 소프님이라는 분, 좋아하시는 거예요?"
   파티마였다. 정말 아름다운 파티마.  머리는 부피감이 충분한 갈색
 생머리. 머리에 있는 큰 핀 모양의 모터 헤드 콘넥터가 정말 잘 어울
 리는,  마치 그레이스 켈리를 보는 둣한 그런 느낌을 주는  파티마가
 바로 그 지저분한 뷰라드의 파티마였다.  약간 안 어울리는 듯  해도
 또 그런대로 앙상블을 이루는 좋은 커플인 듯 싶었다.
   "좋아하는 거냐고...어쨌든 매력있는 남자야. 묘한 놈이야."
   그러자 그 파티마는 약간 추억에 잠기는 눈빛으로,
   "크로소에...라키시스...인가요....다른 하나인 아트로포스는 건강
 한가 몰라..."
   "?..."
   "제 언니 알렉터, 제 동생 티스혼. 아버님은 저희들때 부터 세사람
 씩 한꺼번에 키워 내셨어요. 그러니 그 애들은 제 동생인거죠..."
   그리고는 그 파티마는 옛일을 회상하는 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메가에라...나로서도 그 소프와 만나게 해 주고 싶지만  내  MH의
 제작자를 한눈에 알아맞힌 놈이야...그정도로 위장을 했는데도  말이
 지. 너정도 단번에 바란셰공의 '메가에라'라는 걸 알아버릴걸."
   "후훗...그렇게 되면 제 마스터의 이름도 알아버리실걸요."
   "뭐 좋잖아! 난 지금의 이런 관계가 맘에 든다고"
   "좋을 대로 하세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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