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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beom (김상범)
Date   : Thu Jun 18 11:21:14 1992
Subject: FSS #1


 지금부터 Five star stories의 막을 열겠읍니다......

 제 1 부 제 1 화 / 세사람의 운명의 여신
 Part 1. 라키시스
 Scene 1.
 어떤 연구실.  삐삐삐삐 소리가 연달아 나고 컴퓨터들은 연신 작동중
 이었다.
 그 연구실 중앙에 침대가 하나 있고 그 침대에는  인간형의   로보트
 한대가 누워 있었다. 침대 위에는 44라는 숫자가 크게 씌어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여 푸르스름하고 피부에 죽음의 기운이 있는 남자가 그
 침대로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바란셰.  JOKER성단 내 최고의 파티마
 마이트이며 최고의 과학자. 평상 닥터 바란셰로 알려 져 있다.
 침대에서는 계속 슉슉 소리가 나면서 김이 오르고 있었다.
 "들리느냐? 더블 입시온 아니,라키시스. 눈뜨는 것은 네가 최후가 되
 어버렸지만...너도 아트로포스처럼 나를 저주할것인지..."
 "그리고...네 머리속에는 아직 그 남자의 모습이 남아 있느냐?  만약
 그렇다면 너는 정말로 괴롭고 오랜 영원의 길을 걷지 않으면 안돼"
 그때 그 로보트의 손이 슬쩍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아직 일어나선 안돼...지금 양수를 끊으마"
 그는 몇가지 기계를 조작하면서 독백을 계속했다.
 "몸의 움직임이나 얼굴의 표정이나 본래의 너로 되돌아 가는데는  약
 간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는 고개를 다시 그 로보트로 돌리며 "내 딸아... 용서해다오..
 . 너를 이런 괴물로 만들어 버리다니..."
 이제까지 침대에 누워있던 그 로보트가 서서히 김  속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계성의 목소리가 약간 섞인 목소리가 말하기 시
 작했다.
 "아니요...그것은 제가 바라는 일입니다....아버지"
 바란셰는 몸을 돌려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네 몸의 마킹을 지워야만 된다. 게다가 네겐 전해줘야만 할 일이 산
 더미처럼 있어. 그 남자가 오기 전에 말이야..."
 그 로보트는 이제 완전히 몸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진한 남색의 머
 리카락.  옆으로 길게 가긴 했지만 결코 추하지 않은 작은 눈.  길고
 오똑한 코, 작은 입술. 허벅지 부분에는 44라는 숫자와 LACHESIS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온 몸에는 여러 가지 금이 그어져 있었다.  라
 키시스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대답했다.
 "YES, SIR."


 Scene 2.
   이곳은 이스터 태양계 제 2혹성 델타 벨룬성의 수도 국가인 그리이
 스. 이곳의 왕궁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치렁치렁하게 내려와 있었으며 아주 보기 좋게 다듬어져 있었다.  머
 리빛깔은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그의 등 뒤
 에는 일단의 신하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중에는 유일하게 젊은 여
 자가 하나 끼어 있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아이샤 코단테.   이 그리
 이스 왕국의 지도자이면서 F.E.M.C No.2의 위치도 함께 지닌  최고의
 실력자이기도 했다.  천천히 그 남자가 등을 돌린채 말을 꺼냈다.
   "역시...가는 걸로 하자..."
 그 소리에 아이샤의 눈이 약간 커졌다.
   그 남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갖고 올 것도 있고...."


 Scene 3.
   날씨는 아주 쾌청했다.  이곳은 이스터 태양계 제 2혹성 애들러 서
 편 트란 자치구. 때는 성단력 2988년.  애들러는 수천년 전에 대규모
 의 혹성 개조에 의해 사람들이 생활하게 된 별이다.  제정 중심의 나
 라가 많고 역사도 오랜 이웃별 델타 벨룬과는 달리 연방  의회  밑에
 통합된 자치구와 소국,공화국으로 이루어진 공업과 상업이 융성한 별
 이다.
   갑자기 이 곳의 상공에 비행체가 하나 나타났다.   끼이이이잉소리
 를 내며 매우 불완전한 소리를 내고 위태위태하게 비행을 하더니  갑
 자기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와! 왓 어라! 잠깐! 아니야!  이럴리가 없어------!  으아아아악!
 꽥"
 쾅!
   드넓은 평원. 고속도로 하나가 외로이 달리고 있었다.  그 길에 사
 람의 그림자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사
 람은 잠시 주위를 둘러 보더니 들고 있던 쌕을 땅에 던지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앞머리는 반은 내리고 반은 위로 빗어 넘겼으며  손목에
 굵은 금속제  리스트  벨트를 차고 블라우스에 판탈롱을 걸치고 있었
 으며 얼굴에는 아주  확실한  미모를 띠고 있었다. 가는 팔목,  오똑
 한 코, 커다란 눈, 실같은 눈썹.  누구나 처음에는 여자로 혼동할 정
 도의 미모...그가 남자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단 하나의 증거는  가
 슴 뿐이었다.
   "아이구...질렸다 이건. 모래 뿐이잖아...."
   그는 주위를 돌아 보며 탄식했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사방에 널린 평원 뿐이었다. 그는 샌들을 벗으며,
   "실패했군...확실한 '디그'에 타고 올 걸...앞으로 조금만 더 했으
 면  됐는데...그자식"하고는 땅에 주저앉아 버렸다.
 (주:   '디그'란 이 시대에 사용되는 탈것의 총칭으로서 EZLAZER시스
 템을 이용한 탈것을 말한다. 바이크에서 우주선, 모터 헤드에까지 사
 용되고 있다.)
  그때 멀리서 커다란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레디오스 소프.  성단 최고의 MH마이스터인 그가 왜 이 별
 에 왔는가. 그것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멀리서 울리는 기계 소리와 함께 지평선에 혹이 하나 불쑥 솟기 시작
 하더니 그 혹이 뿔이 되고 다시 커다란, 너무도 커다란 모터 헤드 캐리
 어가 되어 소프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주 : 모터 헤드 캐리어 ; 대형 디그.  모터 헤드를 멀리로 오랜 동안
 이동시키기 위해 사용.  지구의 콘테이너 트레일러와 비슷한  개념이나
 그 내부에 거의 모든 일상 생활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음.)
 그 모터 헤드가 소프의 앞에서 슈욱 소리를 내며 멈추더니 거주 캡슐의
 창문에서 한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수염을 며칠 안 깎아 지저분하게
 보이긴 했지만 근본은 귀하게 보이는 얼굴이었다. 머리는 며칠 안 감아
 푸스스한 것을 올백으로 넘겼는데 더러워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정말
 아름다운 금발이었다.
   "히야~~~앗 이건 대단하다! 이런 곳에서 여신님인가?  어떻게 된거요
 아가씨?"
  '아..가..씨?'
   "왓핫핫핫 이거 할말없게 되었군. 미안미안!"
   "남성...이었단 말이지"
   소프를 모터헤드 캐리어에 태우고 나서 그 사나이는  소프를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뭐 나쁘게 생각진 말아줘 누구라도 미녀라고 혼동했을거야 틀림없이
 . 처음엔 신기루인줄 알았어. 그러나... 넌 정말로 미인이야.  홀딱 반
 할 거 같아...대단한 미인이야..."
   그 소리에 소프의 뺨이 홍시 빛깔을 띠기 시작하자,
   "크아핫핫! 미안 미안 농담이야. 난 정말 이런 쪽은 안돼!  신경쓰지
 마! 참 그런데 자네 이름은?"
   "레디오스 소프라고 합니다..."
   "소프? 으~응 들은 기억이 있는 이름인데..."
   "뭐 어때! 난 보드 뷰라드야. 이래 뵈도 헤드라이너야. 봐 이 광선검
 . 그런데 어디 갈 셈인가?"
   "바스토뉴까지 부탁좀 드리고 싶습니다만..."
   "바스토뉴라고? 무슨 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그게 뭐 어떻게"
   "나도 그 바스토뉴로 가는 길이네만...모르는 거 같군 표정을  보니.
 파티마다! 그 바란셰 공의 최신형의 '선'이 5일 후에 있어!"
   " '선...?' "
   "그래! 파티마가 자신의 마스터를 고르기 위한 이벤트야.  뭐라고 해
 도 그 닥터 바란셰의 파티마야, 전작인 '티스혼'이래 12년만이지...
 소문으로는 닥터의 최고작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바스토뉴에 성
 단 안의 헤드라이너와 임금들이 모이고 있는 거지."
   "보드 경, 당신도 거기에...?"
   "아니, 나는 거기 치안을 위해 연방에서 보내진 거 뿐이야.  뭐 어쨌
 든 이번것은 진짜 볼만해. 모여드는 얼굴들의 격이 달라!
 쥬노의 대제 코러스 3세랑 보스성의 코레트 왕도 오고 있고 뭐라고  해
 도 저 델타 벨룬 성의 빛나는 황제 아마테라스 폐하도 올 예정이라니까
 폐하들을 뵙는 거만 해도 대단한 일이야."
 창 밖에는 전함 한대가 날아가고 있었다.
   "봐라 소프...저 배만 해도 그렇다고. 벤트(집광 돛을 말함)가 3개..
 .'달란스'야 캘러미티의 레다 왕일걸.  지금쯤 시내는 되게 시끄러울거
 야. 하늘은 배로 가득하고...모여드는 임금님들에 아첨하려는 놈들이랑
 보도관계자로 북적대고 있지.무엇보다도, 이 나도 연방 명령 따위 치우
 고, 어디어디의 왕에게라도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하하하"
   소프는 큭하고 웃어주었다. 그의 꾸밈 없는 말씨가 마음에 들었던 것
 이다.그의 주변에 이렇게 제 멋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
 까.
  파티마의 '선'이란--
 파티마의 성능은 바로 헤드라이너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성단법상 준 로보트로 분류되어 엄격한 감정 제어를 받고 그 행동과 사
 고에도 많은 제약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과
 같은 생명체이고, 국가나 헤드라이너에 있어서 MH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다. 과거에는 보다 우수한 파티마를 얻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2390년...파티마 쟁탈전을 멈추고 그녀들의 인권 존중을 위해 파
 티마가 주인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하나를 고를 수 있게 되었고, 그
 사람에게만 봉사하게 결정지어졌다. 이번과 같은 고명한 제작자의 파티
 마인 경우에는 왕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기사들이 몰려와서 그녀를  획
 득(?)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읍니다."
   "됐어! 당분간은 영주의 성에 있을 거야 놀러 와."
  어느 새 석양이 햇볕을 달래 가며 자신의 코트를 펼치고  있었다.소프
 는 멀어져 가는 모터 헤드 케리어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발걸음을 옮
 겼다.  그의 등 뒤에서 이정표가 바스토뉴까지 30km남았다고 조용히 시
 위하고 있었다.


 Scene 4.
     소프가 바란셰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었
 다. 문을 두드리자 집사가 반가이 맞아 들이고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
 며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고서는 물러갔다.  소프의 뒤에서 문소리가
 들렸다.
     "바란셰..."
     "늦었군, 소프. 어떻게 된건가? 꽤 더러운데."
     "또 언제나의 일이야. 테스트가 실패해서 사막 한 가운데에 처박
 혀버렸어."
     "변함 없구만. 고집을 피운다니까..."
     "그렇지 뭐. 근데 무슨 일이야? 날 불러 내다니."
     그 말에 대꾸는 하지 않고 잠자코 바란셰는   앉아있는   소프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소프에게 딴 질문을 했다.
     "유우버 대공은 알고 있겠지. 2년 전에 여기 부임해 온 영주네만
 ."
     "그 상인 출신 남자 말이지. 그다지 좋은 소문은 못들었어."
     "공장으로 가세..."
     공장 안, 바로 Scene 1에서의 그곳이었다.아무도 없었다.   파티
 마를 기르게 되어 있는 파티마 베드에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베
 드에 씌어 있는 LACHESIS라는 글자 만이 거기에 라키시스가 누워  있
 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바란셰는 벽에 몸을 기대고 말을
 꺼냈다.
     "반갑겠지.  자네는 10년만이니까...이에타도 티이터도 파르테나
 도 여기서 태어났어.  그리고 이틀 전에 라키시스와 클로소가 성인이
 되었네만,  앗하는 사이에 유우버에게 빼앗겼다네."
     "아트로포스는?"
     "그 아이는 일년 전에 성인이 되었지, 이젠 없어..."
     "도망쳤나?"
     "물론이야.   지금까지 그자식한테 빼앗긴 파티마만  해도  부지
 기수야!
 라키시스도 클로소마저도 그놈은 노리고 있단 말이야...요번에는  각
 나라의 왕 앞이니까 손은 못대겠지만 그 남자가 제대로 '선'을  치르
 리라고는 생각 안해.  소프...그 둘을 지키러 가 줘!  정통의 헤드라
 이너의 밑으로 갈 때까지만"
     "요번 '선'에서 그애들이 마스터를 고르지 못하면,  성단법에 따
 라 영주의 성에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끝장이야.   놈의 노리개가
 되기 전에 도망시켜 줘."
     "그럴 걱정은 없을걸.  이번에는 고명한 헤드라이너들은 거의 다
 오지 않았나!"
     "소프...그 둘은 마인드 콘트롤을 받지 않았단 말이야.   아트로
 포스도 그렇지만...."
     "뭐라구! 바란셰 그건 위험천만이야!"
     "아아..그러니까 지금까지의 파티마와는 다르다고.  발각되면 처
 분된다. 무엇보다, 헤드라이너가 아닌 사람을 마스터로 부를 지도 몰
 라.
     그 세 아이들은 내 딸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이야...18년이나
 걸려서 키워낸거야. 부탁한다.  소프...친구로서 마지막의 부탁이 될
 거야. 난 이제 멀지 않아..."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것도 자네뿐이야. 내 몸은 45인의 파티
 마에게 바친거나 마찬가지야..."
     소프는 테이블 위에 있는 오래 된 사진틀을 아까부터 들여다  보
 면서 바란셰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서서히 그 사진틀을 내려 놓았다.
 그 사진 안에는 꽃목걸이 세개를 한 소프와 세명의 귀여운  여자아이
 들이 웃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소프는 오토바이형 디그에 타고 바란셰의 집 앞에
 서 그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전 영주인 워틀머 공의 추천장이 있는 자네인 것이야.   이걸로
 유우버의 성에 가 주게.하기야 모터헤드 마이스터 '레디오스'의 이름
 을  내보이면  누구도 무시는 못할 거네만."
     "아이구...오는 게 아니었군.  이봐 난 여자애들 다루는 건 서투
 르다고"
     "그렇게 말하지 말게. 그 둘도 이뻐졌다고.  단 내가 할 말은 아
 니지만 애비의 감으로 말하자면 그 애들은 가령 쥬노의 제왕  콜러스
 나,   델타 벨룬의 아마테라스 황제를 앞에 두고서도 그리 간단히 마
 스터라고 부르지는  않을 거라네.  "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킥킥대고 웃었다. 소프는 절망감에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콜러스는 현 최고의 기사로 일컬어 지
 는 사람이었으니까. 실력 면에서건, 얼굴 면에서건.
     몇시간 후, 소프를 태운 디그는 고속도로를 나르고 있었다.  (디
 그에는 바퀴가 없다. 부상식으로 주행하기 때문) 소프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라키시스...벌써 10년이 되었나. 아름다와졌겠지.'
    그런 그의 뇌리에 귀여운 여자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스쳐가고
 있었다.
     '나,난 말이야...소프 님의 신부가 될거야!  소프님이 내 마스터
 가 되는거야.'
     그렇게 생각에 빠진 그의 머리 위에 갑자기 그늘이 지기  시작했
 다.  그리고 거대한 울림...소프는 고개를 들었다.
     벨 크렐! 피의 십자가가 새겨진 아마테라스 군단의 기함.  그 배
 가 소프의 머리 위로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아마테라스 폐하의 행차신가...확실히 이건 대단한 이벤트가 될
 거 같은데..."
     그렇게 혼자 말을 하는 소프의 얼굴에 뭔가를 재미있어하는 듯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Scene 5.
     바스토뉴. 렌트 연방 공화국 내의 자유도시 중의 하나이고,
 애들러의 수많은 지식인, 공업인, 예술가, 학자가 모여드는
 중립도시. 성단회의나 '선'따위는 이러한 중립도시에서 행해지고
 있다... 지구로 따지면 기후는 중동과 비슷하여 사람들의 옷차림도
 거의 그렇다고 생각하면 좋다.
     소프가 바스토뉴 시내에 도착한 것은 한낮이었다. 시내는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소프가 생각하긴 시내가 이정도이니 성은
 확실히 더할 거 같았다. 그때 소프에게 어떤 여자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저...잠깐요."
     "?"
     "잘곳은 있나요? 괜찮다면 도와 줄께요"
     "고마와요. 하지만 갈 곳은 있어요. 여기 영주에게 신세 좀
 지려고 해요."
     "뭐라고요!"그 여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몰라서 그러나요.
 여기 영주는 변태야!"
     "벼,변..."
     "거긴 이 나라 안에서도 제일 위험한 곳이예요, 특히 당신같이
 아름다운 여자한테는 더욱..."
     "고마와요. 그래도 가야만 돼요."
     "그런가요..." 그 여자는 몸을 돌리고 군중 속으로 사라져 갔다.
     "소문 이상의 영주인거 같군. 라키시스도 재난이다. 그렇다면 ,
 나는 이런 곳에 와 버렸다는 ..얘기..냐?"
     '솔직히 말해서 아름다운 이 내가...아무래도 신변에 위험을
 느끼게 되는걸...'
     "으아~~~~~도망치고 싶어! 바보같은 바란셰...날 이런 곳에."
     영주의 성. 중세 시대 유럽의 성을 보는 듯한 곳이었다. 거기에
 터번을 두른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이 어쩐지 이상하긴 해도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성의 안. 대 접견실. 영주인 유우버가 에게 측근인 뵈이트가
 뭔가를 보고하러 다가왔다. 유우버는 그 말을 듣고,
     "뭐, 모터 헤드 마이스터라구?"
     "예, 레디오스 소프라든가..."
     "이런 바쁜 때에! "
     "대공각하...그 레디오스라는 자..제 귀에도 들어와 있읍니다.
 상당한 실력에 대단한 미모를 갖고 있다던가요..."
     그 소리에 유우버는 귀가 번쩍 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커다란
 밀가루 반죽 덩어리에 칼금을 그어 놓은 듯한 그의 얼굴에는
 평소에는 잘 표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말 할때나 눈이 커질
 때는 그 반죽에 그어 놓은 칼금이 커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라고!  ...으음 한번 만나 볼까. 들여보내!"
     얼마 후, 소프가 유우버의 앞에 서자, 유우버는 눈이 확 뜨이는
 느낌이었다. 자기 자신 호모이기도 했던 그도, 이렇게 미형인 남자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균형잡힌 몸매, 긴 목,너무나 가늘어서 비틀면
 부러질 듯한 팔다리, 땋아 늘인 금발은 앞으로 돌렸는데도 허리까지
 내려오고 있었고 눈은 너무나도 아름다왔다. 거기에 작고 새빨간
 입술...유우버는 침을 속으로 꿀꺽 삼켰다.
     "소프라고 했나...듣자니 꽤 고명한 마이스터라든데...어째서
 내 성에 왔지?"
     "예...제게도 여러가지 생각하는 바가 있고...렌트 연방의
 사실상의 총수이신 유우버 각하의 밑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읍니다..."
     "뭐? 핫핫핫 잘 알고 있군.목소리도 미성이야. 작은 새같지
 않나 어때 뵈이트!"유우버는 벌써 마음이 굳어졌다. 이런 놈만 내
 밑에 있는다면...
     "그 얼굴은 진짜냐? 올해 몇인가"
     "109세가 됩니다. 얼굴도 몸도 아직 한번도 재생은 받지
 않았읍니다."
     "좋아 ! 마음에 들었다. 급여는 지금까지의 두배 아니 세배를
 지불해 주지."
     "물러가 있어라. 방은 나중에 가르쳐 주마."
 (주 1: 지구인과 죠커 성단인의 나이 비교
   지구인 :  1-2   3-7   8-14   15-20    21-30    31-40   41-60   61-
   성단인 :  1-8  9-20  21-50  51-100  101-150  151-200  201-250 251-
 이런 정도입니다....히)
 (주 2: 재생 ; 이 시대에서는 유기 합성도 진보되어, 한마디로 뇌만 남아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을 재생하는 것이 가능했다)
     소프가 나가고 난 뒤 유우버는 뵈이트에게 두 파티마의
 동태를 물었다. 아직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에 그는 약간
 화를 내며,
     "아무리 그래도 선까지는 상처를 내면 안되지. 그만큼의 미모는
 거의 없어. 빨리 길들여서 귀여워해 주고 싶단 말이야."
     "그러나 각하, 어제 온 연방의 개 보드라든가 하는 작자
 말입니다만, 정말로 형편없는 작자를 보냈더군요."
     "흥, 지금의 연방에는 그런 정도의 남자밖에는 없어. 소프도
 말하고 있었잖나. 평의회따위 두려워하지도 않고, 내가 렌트의
 왕이야. 선에 모인 딴 별의 왕족 중에도 내게 염치 없이 돈달라고
 조를 놈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야."
     "그렇군요. 하하하"

   유우버 궁  내의 대 회의실, 각국에서 몰려 든 왕과 기사들로 정말
 시끌벅적했다. 그런 광경을 2층에서 보고 있는 소프에게 누군가 아는
 체를 했다.
   "보드 공!"
   그런데 보드의 얼굴이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너무하지 않습니까. 귀하가 바로 그 레디오스 소프님이시리라고는
 ... 이사람 보드 정말 멍청했읍니다. 여러가지 실례를 용서하시길...
 "
   "무슨 정색을 하고 그러세요. 소프라고 불러 주세요. 헤드라이너에
  비하면 마이스터 따위..."
   "진짜지? 좋아! 그러면 내쪽도 뷰라드라고 불러도 돼"
   "그럼 뷰라드, 들으셨겠지만 정장은 하시지 않으실 건가요"
   "나둬! 그런거 제일 지랄(!)같은 거야"
   이래서야 말을 꺼낸 사람이 부끄러워 지는 일 아닌가.
   "그런데...소프, 어째서 이런 곳에 임관해 왔어. 여기의 영주는 왕
 변태라고..."
   "와..."소프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역시 너는 그런 쪽의 취미가 있는 거냐?  여기의 영주에게 몸속을
 완전히 희롱당하고 싶은 거야?" 점입가경이었다.
   소프는 잠시 기분을 진정시킨 뒤 말을 꺼냈다.
   "고마와요 뷰라드. 하지만 사람에게는 생각하는 바가 있거든요. 이
 유는 거기에 있어요..."
   둘은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 뷰라드가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마치 민족의 박람회로구만.  이런 데서 자주 트러블이 일
 어난다고."
   둘의 시선에 캘러미티의 레이더 왕의 모습,그리고 캘러미티의 스로
 트 공과 보오스국의 코레트 16세의 담화 모습,  델타 벨룬의  칼류트
 와, 쥬노의 리저트 여왕의 모습이 차례로 스쳐갔다.
   "그러고 보니 콜러스 왕의 모습이...?"
   그런데 어두운 구석 한켠에 얼굴을 완전히 가린 두 사람의  그림자
 가 잠시 있었다.
   그때, 두 왕이 실수로 몸을 부딪치자 그 둘은 칼을 빼들었다. 삽시
 간에 시녀들의, 그리고 왕녀들의 비명소리가 찢어졌다.
   "이런 맙소사 보스의 트리다트 공과 캐스할트 9세야!  저쪽은 지금
 카만트의 지하자원 문제로 다투고 있거든."
   시녀 하나가  나서서 그들을 말렸지만 될 성질의 일이 아닌 듯  했
 다.  그들 두 왕은 어느 쪽이 먼저 칼을 휘두르느냐만 기다리고 있었
 다.
   "뷰라드 말려야만 돼요! 당신 일이잖아요!"
   "멍청하긴, 나따위가 나서서 멈출수 있을 거 같아"
   시녀는 제발 누가 좀 말려 달라고 비명을 질러 대는데....

   바로 그때, 대 회의실 입구 쪽에서 낮지만 박력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들 두시지요. 일국의 왕 두분께서 검을 휘두르시면 주위의
 부녀자들도 무사히 나가실 수는 없으니까요."
   바로 델타 벨룬의 최고왕, 일명 광황(빛 광자에 임금
 황자입니다)으로 불리우는 아마테라스였다. 삽시간에 주위는
 조용해지고 여기저기서 수근대는 소리마저도 잠시후에 그치고
 말았다. 바로 Scene2에서 등을 보이고 있던 그 남자였다. 몸에는
 학이 수놓아진 완전히 기모노 스타일인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으며
 허리에는 긴 장검을 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가면을 쓰고
 두건달린 망토를 입은 기사 네명이 뒤따르고 있었다.
   "밖에는 많은 보도진 여러분들도 계시는데...제가 있는 장소에서
 유혈사태가 난다면 델타 벨룬 동방10개국의 국민들에게 제가
 웃음거리밖에 되질 않습니다. 다른 사람 일도 아니고요,바로 제
 버릇없음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서는 들어 보질 못하셨나요..."
   그리 말하는 아마테라스의 입은 내내 잔잔한 미소가 피어 있었지만
 눈에서는 완전히 비수같은 날카로움이 그 두 왕을 계속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서 서서히 살기가 풀리면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쪽에 시원한 것을 준비해 두었읍니다. 저와 함께라면
 싫으신가요?"
   그 두 왕은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어쩔수 없는
 미소를 짓고 아마테라스가 인도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에서 이 광경을 쭉 보고 있던 뷰라드는 감탄하며 연신
 아마테라스에대한 칭찬을 늘어 놓았다. 소프는 아마테라스를 보고
 놀라지도 않은채 뷰라드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저것이 진짜 왕,델타 벨룬의 빛의 신이야. 소프 너도 이쁘지만,
 저쪽도 분명히 남성이라고. 아마테라스...올해 986세라고 들었지만
 어딜 보나 100세 전후야. 저 아름다움,분명 인간의 그것은 아니야.
 확실히 저 분 앞에서는 어떤 왕도 무력해..."
   신나서 떠들던 뷰라드가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얘기를 이었다.
   "이건 안에서만 떠드는 얘기지만 이번 '선'의 진짜 경비역할은
 폐하가 연방의 부탁을 받고 오셨다는 얘기도 있어. 나같은 들러리가
 아니고 말이지, 게다가 폐하 뒤의 저 4명의 기사...미라쥬 나이트.
   성단 내에서 그들을 대적할수 있는 자는 없을 거야 . 망토 뒤에
 써 있는 글씨를 보니 No.3 란도안드 스파콘, No.7 리이 엑스, No.13
 포에셰 노민, 그리고 No.17 누소드 그라파이트로구만. 소문으로는
 저들의 망토 밑을 본 자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고들
 하고...정말 무서운 기사들이야. 그런데다 모두들
 헤드라이너들이니... 혼드 미라쥬를 모는 사신들. 그런데 No.1인
 바빌론 국왕 로그너 백작과 사정관인 No.2 아이샤 코단테 공은
 이번에 나오지 않은 모양이야."
   그 뷰라드의 수다를 듣고 있던 소프가 한마디 했다.
   "그런데 뷰라드공, 너무 잘알고 계시군요. 그 지식, 일국의
 재상이나 마찬가지예요!"
   뷰라드는 갑자기 날아온 소프의 한마디에 어이없어 하더니
 대답했다.
   "응? 그래? 이런 말도 안되는, 실은 난 매니어야. 왕실 매니어."
   뷰라드가 자신의 MH를 보여 주겠다는 제의에 둘은 일어서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둘은 걸으며 대화를 계속했다. 소프가 물었다.
   "모터 헤드를 갖고 오셨나요?"
   " 그래 난 특별이지. 다른 사람들은 못갖고 오는게 원칙이지만,
 여하튼 아까같은 스패드(광선검)의 트러블이 난다면 홧김에 모터
 헤드를 끌고 나오기라도 하면 이 성도 팍삭이라고. "
   둘은 모터 헤드 캐리어의 안에 들어갔고 뷰라드는 자신의 모터
 헤드를 소개했다. 이름을 '브란지'라고 했다.
   "호오! 이런 훌륭한 것을 "
   소프는 감탄했다. 뷰라드가 제작자를 알 수 있겠는가고 묻자
 소프는 올라 가 봐도 되는 지 물었다. 올라가자마자 소프는 골격은
 캘러미티의 것이며 손을 많이 댄 것에다 제작자가 누구라는 것까지
 정확히 알아맞혔다.
   그런데 창밖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창밖을 내다 보자마자 이번에는 소프가 놀란 얼굴을 지었다.  창밖
 에는 길고 검은 머리를 한 소녀 하나가 달려 가고 있었다. 소프의 입
 에서 비명같은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로소!"
   그 소녀는 바로 유우버에게 잡혀 갔던 닥터 바란셰의 막내 딸,  크
 로소였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본디 그녀들이 로보
 트인지라 그들의 신체의 움직임은 마치 바람과 같았다.  이는 크로소
 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녀는 빠르게 위병들의 사이를 빠져 나갔다. 그
 녀의 뒤로 흙먼지가 파악 피어올랐다.  놀란 뷰라드가 혼잣말로 소리
 질렀다.
   "파티마가 도망을! 이런 말도 안되는"
   그때 소프는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이것을 본 뷰라드는,
   "이,이봐 소프, 어디가!"
   소프는 들은체도 않고 뛰었다.
   그시각에 대회의장에서는 다른 이들은 몰랐지만 아마테라스와 검은
 그림자의 사나이만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
   크로소는 20미터가 넘는 성벽을 가볍게 뛰어 넘어 밖으로 도망쳤다
  .위병들은 우왕좌왕하면서도 그녀를 쫓아갈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고
 뷰라드는 소프를 소리쳐 불렀지만 소프는 이미 모터헤드 창고 밖으로
 뛰어 나가고 있었다. 뷰라드는 창밖을 돌아보며 말했다.
   "애먹이는 녀석이야. 윽 3층이었어...에에라 모르겠다."
   그러더니 뷰라드는 그대로 뛰어내려 마침 창아래에 있던  오토바이
 형 디그옆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헤드라이너는 초능력자입니다.) 그
 리고는 그 디그를 180도 돌리더니 시동을 걸고 막 뛰어 나가려는  소
 프를 불렀다.  그가 바로 시동을 걸고 발진시킨 디그에 소프는  겨우
 올라탔다. 그 뒤를 위병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뷰라드가 물었다.
   "파티마가 도망치다니 어찌된거야, 크로소라든가 말하고 있던데 네
 목적은 그녀들인가?"
   그러나 소프는 대답도 없이 너무나도 무표정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
 었다. 그런 소프의 얼굴을 뷰라드는 처음 보는 지라 더 이상 아무 말
 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되자
 다시 말을 꺼냈다.
   "빠른데 그녀는 벌써 보이질 않아."
   디그에 달려 있는 멀티 워크스테이션의 LCD모니터는 그녀의 행방을
 다음과 같이 표시하고 있었다.
   'TARGET SPEED 120km/h GOING TO W-S-W'
   "바스토뉴 시내로 들어가게 되면 이제 아웃이야!"
   뷰라드가 말했다.
   "아마 시내 변두리의 베토르카일 겁니다. 거기에 뷰라드 공의 친구
 인 모라드 씨가 있으니까요..."
   소프는 앞을 계속 보며 그리 얘기했다.

   크로소는 계속 그 속력을 유지하며 언니 라키시스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크로소 잘 들어요. 너는 도망치렴. 지금밖에 기회는 없어. 베토르
 카에 있는 모라드님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예요. 내 일은 걱정 말고.
 선을 보게 되면 우리들이 마인드 콘트롤을 받지 않은 것이  알려지게
 될거야. 내가 남아 있으면 선은 괜찮아요. 너만이라도 도망쳐서 좋은
 마스터를 만나는 거예요.'
   멀리서 본 그녀의 얼굴에는 눈동자가 없는 듯이 보여서 표정이  없
 는 듯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큰 눈에는 언니를 생각하는 슬픔
 이 그렁그렁 괴어 있었다.

   그시각, 소프와 뷰라드의 디그도 전속력으로 날고 있었다.
   뷰라드는 소프에게 물었다.
   "하나만 물어 두자. 요번의 파티마에는 사정이 있는거지."
   소프는 그제서야 뷰라드 쪽을 돌아보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알았어. 나쁘게는 안되도록 하지."
   뷰라드가 다짐했다.  그새 그들앞에 저 멀리로 베토르카 시내가 서
 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베트로카는 이제 폐촌이 거의 되어 황량한 곳이었다.  게다가 지금
 은 모래 바람마저 심심찮게 불어 그 황량함이 한층 더했다. 크로소는
 그런 황량한 베트로카의 한 거리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동네 펍에
 서 보고 있던 그곳 깡패들이 모의를 시작했다.
   "야, 봐라 좋은 게 왔는데"
   "저런 꼬라지라면 분명 파티마야"
   그도 그럴 것이 눈동자가 없었으니까.
   "선이 있는데 마스터를 찾나"
   "잘됐어! 저건 진짜 미형이야. 마스터가 있는 곳에 데려다 줄까"
   그런 그들의 대화를 뒤에서 듣고만 있던 두건을 뒤집어 쓴  사나이
 가 슬쩍 일어나고 있는 것을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크로소의 뒤에서 그 깡패들이 그녀를 불렀다.
   "야 인형!"
   깜짝 놀란 크로소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런 그녀의 몸은  사람
 손에 잡힌 산 참새처럼 조금씩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그  깡패들은
 헤헤대고 웃으며 크로소에게 수작을 걸었다.
   "어딜 가는 거야? 마스터를 찾는 거라면 여기엔 없어."
   "저...저는...모라드 님이라고 하는 분이 계신 곳을 찾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크로소의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그 답을 들은
 그 깡패 중 하나가 말을 받았다.
   "흐응. 그 모라드씨 말인가? 우리들이 데려다 주지, 따라와!"
   그러더니 그들은 크로소를 앞세우고 걷기 시작하며 귓속말로  소근
 댔다.
   "틀림없이 마스터잃은 인형이야. 킥킥"

   그시간에 소프와 뷰라드는 겨우 베토르카에 도착해서 크로소를  찾
 아 나서고 있었다.

   좁은 한 골목길, 갑자기 꺄악 소리가 났다.  크로소의 목소리였다.
 그 깡패들은 하나는 크로소의 입을 틀어막고 단단히 그녀를 잡고  있
 었으며 나머지 들은 비잉 둘러서서 그것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잡
 고 있는 놈이 말했다.
   "인형 주제에 시끄럽게 굴지 마."
   "요염한데, 참을 수가 없어."
   하나가 말을 거들었다.
   "우리가 마스터 대신이 돼 줄테니."
   그런 소리에 마침내 크로소는 기절해 버렸다.
   "헤헷 기절했나"
   "전부 벗겨 버려"
   바로 그때 아까의 그 두건 쓴 사나이가 그들의 뒤에 섰다.
   "무슨 쓸데 없는 짓들을 하고 있나."
   그러자 그들 중의 둘이 나섰다.
   "뭐야 이자식!"
   "네녀석이 알 일 아니야."
   그러자....

   그 두건 쓴 사나이는 손을 약간 크게 한번 휘둘렀다.  그것 뿐이었
 는데 그의 앞에 서 있던 두 남자중 하나는 목이 날아갔고, 또 하나는
 칼자국이 어깨에서 시작해서 배까지 깊게 베어져 버렸다.  이들은 모
 두 피를 보자 흥분해 버렸다.
   "이자식 기사다!"
   "상관 마 없애 버려!"
   그들은 어느새 총을 빼들고 일제히 그 망토의  사나이에게  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다시한번 그가 손을 흔들자 레이저 총의 에너지는 간
 섭되어 빠지직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없어져 버렸다.  그들은 멍해져
 버렸다.
   "말도 안돼, 3발 모두를 막아 냈어. "
   그들중 하나가 "18"소리를 지르며 크로소에게  총구를  겨누었는데
 그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스패드 하나가 그의 후두부에 정통으로 박혀
 버리고 그 틈을 타서 그 두건 사나이는 나머지 둘의 목과 팔을  한꺼
 번에 날려 보냈다.그리고 소프가 뛰어 들어 왔다.
   두건의 사나이가 크로소의 상태를 보고 있는 소프의 등에 대고  말
 향다.
   "걱정없어. 기절하고 있는 것 뿐이야. 귀공인가, 이 스패드를 던져
 준 사람이."
   그때까지도 머리에 박혀 있는 스패드는 김을 내고 있었다.
   "예. 쓸데 없는 짓을 해 버렸읍니다."
   "아니...살았어, 인사는 해야지."
   그러면서 그는 두건을 벗었다.  그 안에는 너무나 멋있는 미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나이는 대략 170세 가량? 그의 얼굴에는 품위라고 하
 는 것이 서려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소프는 아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어깨에 걸친 옷이 내려가는 것까지 몰랐다. 그 남
 자가 물었다.
   "크로소라고 하나 이 아이는.  성에서라도 도망쳐 온 것 같아서 신
 경 쓰여서 쫓아왔네. 어찌된건가?"
   소프는 크로소를 돌보며 대답했다.
   "이 아이는 요번 선에 나갈 예정인 파티마입니다. 바란셰공의 것입
 니다만 약간 사정이..."
   그러자 다시한번 그 사내는 크로소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 보면서,
   "으음...이 아가씨는 표정이 너무나 풍부하군..."
   그때 크로소가 으응 소리를 냈다.  정신이 들은 것이다.  크로소는
 눈 앞에 있는 얼굴을 보았다.  참으로 선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웃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크로소의 입에서 '마스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 소리를 듣고 소프는 아뿔싸 싶었다.  한번 마스터 소리를
 하면 그것은 취소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바란셰의 부탁이 머리를 스친 것이다.
   크로소는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를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었다.'아니야' 아까 본 사람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소프는 웃는 얼굴로 크로소에게 다친 데는 없는 지  물어  보았다.
 그제서 소프를 알아본 크로소도 반갑게 소프에게 인사했다.
   소프는 그를 크로소에게 소개했다.
   "다친데가 없어서 다행이다. 이분이 살려주셨어."
   크로소는,
   "당신은 누구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나이가 크로소 앞에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했다. 처음
 이런 인사를 받아보는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다. 손을 잡은 채로 그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남쪽 태양계 쥬노의 기사 코러스라고 하옵니다. 어린 파티마여."
   그제서야 그녀도 알아본 것 같았다.
   "코러스 3세 폐하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녀가 소프 쪽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소프님... 크로소는 이분 밑으로 가고 싶어요."
   그는 선선히 허락했다.
   "폐하만 괜찮으시다면"
   그러자 코러스 3세가 물었다.
   "나야 상관 없지만 선은?"
   소프가 선에 나갈 수 없는 사정 설명을 하자,
   "그렇겠군...  조금 전 나를 마스터라고 불렀지만,  내게가 아니고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한 말인것 같아.  그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내
 자식이나 손자..아직 보지 못한 코러스의 혈통에게 그리 불렀다는 생
 각이 드는군. "
   그리고는 소프에게 물었다.
   "소프라, 자네 이름인가?"
   "예. 레디오스 소프라고 합니다. 마이스터로서 여기 와 있읍니다."
   그러자 코러스 왕이 뒤를 돌아 보며 말했다.
   "그럼 레디오스 소프로서 기억해 두자. 그리고 뒤의 기사도 나오지
  그래!"
   아까까지 숨어서 듣던 뷰라드가 그제서야 나오더니 코러스 앞에 무
 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폐하께는 처음으로 인사를 올리옵니다.  보드 뷰라드라 하옵니다.
 렌토 평의회의 명을 받아 이곳의 치안 책임을 지고 와 있읍니다."
   "그럼 뷰라드 공. 이 아이는 어쨌으면 좋겠나."
   잠시 아무말도 못하고 생각을 정리하던 뷰라드는 이윽고,
   "유우버 대공의 성에 돌려 보내셔서 정식의 선을 받게  하는  것이
 원칙이옵니다만, 지금의 얘기라면 크로소는 마스터를 고를 수 없사오
 니 이 경우는 그대로 떠나 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그것을 렌토 평의회의 뜻으로 봐도 좋을까?"
   "그렇사옵니다."
   "성단 법에 어긋나는데도."
   "그렇지요."
   "그런가...그럼 이 아이는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 갈까."
   그러면서 코러스 왕은 자신의 망토 코트 속으로 크로소를 품어  안
 았다.
   소프가 일어섰다.
   "서두르시죠!  유우버의 추적대가 오겠어요.  딴 사람 눈에 띄어도
 위험합니다."
   그 때, 그들 모두가 놀랐다.

   어느새 왔는 지도 모르게 미라쥬 나이트 4명이 소프들이 있는 곳을
 미소띠며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잠시 아무 말도 못한
 채 단지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불안
 감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단지 소프만은 다시 그전의 그 무표정한  얼
 굴이 되어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미라쥬 나이트 4명은 모두 특색
 있는 얼굴이었다. No.3 란도안드 스파콘, 그는 자신이 나서서 스스로
 사이보그 수술을 받은 사람이었다. 아마테라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제일이라고 하면서...그 덕분에 그의 오른쪽 눈은 보통  사람
 의 눈이 아닌 특수 스캐너였고(기계눈임이 한눈에 드러남) 오른쪽 귀
 에서부터 목으로 전선 뭉치들이 내려가고 있었다.  머리는 위로 솟아
 오르게 빗어 넘겼으며, 얼굴은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No.7 리이 엑스. 드문 여기사 중의 하나. 얼굴은 차가운 미의 극치
 를 이루고 있었다. 눈은 위로 치켜 올라가 있다. 머리는 갈색.
   No.13 포에셰 노민. 얼굴 오른 쪽에 일직선으로 수술 자국이 나 있
 었다. 흑단 같이 긴 머리를 곱게 빗어 내려뜨렸다.
   No.17 누소드 그라파이트. 완전히 여우의 얼굴을 그대로 삶에게 옮
 겨 놓은 듯한 얼글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뿔처럼 양쪽으로 빗어 올
 려 놓았다.
   잠시 동안의 정적...그 정적을 깨는 디그 소리가 들렸다. 뵈이트의
 추격대가 이제서야 도착한 것이었다. 뵈이트는 살기 등등해서 디그에
 서 내리려다 미라쥬와 코러스를 보고 잠시 움찔하는 눈치였다.  뷰라
 드는 소프를 걱정해서 몸을 피하라고 했고 소프는 몸을 피했다.
   코러스의 품 안에 안겨 있는 크로소를 보고 뵈이트가 놀라며  말을
 꺼냈다.
   "코러스 3세 폐하께옵서 크로소를 찾아 주셨읍니까!  이런  죄송할
 데가...공연한 수고를 끼쳐드렸군요. 찾고 있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크로소는 더더욱 코러스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고 코
 러스는 얼굴에 약간의 미소만 띨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
 자 스파콘이 끼어 들었다.
   "기:다:리:시:오.  뵈:이:트:경:!" 그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음성 합성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예? 스파콘님, 무슨일인지요"
   그러자 스파콘이 말을 이어나갔다.
   "다:소 트:러:블:이 있:었:던:것 같:소:만,  크:로:소 님:은 지:금
 막 코:러:스 폐:하:의 밑: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소."
   뵈이트는 화들짝 놀랬다.  세상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이
 게 무슨 말인가 말이다. 거기에 리이 엑스가 거들었다.
   "아니...사실이야.  다행히 여기에 렌트의 보드 경이 증인이  되어
 주신것 같아. 우리들 넷은 이 사실 분명히 확인 했어."
   뷰라드는 얼굴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밖에 지을 수 없었다.  저들이
 어느새 자신의 정체를 알아 냈는가? 그럴 시간이 없었을 터인데.
   "...그,그런" 뵈이트는 말을 꺼내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
 다.거기에 누소드 그라파이트가 한술 더 떴다.
   "우리들로서도 사실을 굽힐 생각은 없어.  이같은 경우는 드물지만
 기사급의 3인 이상의 증인이 있으면 일단 약식으로 인정해 줄수 있는
  걸로 되어 있고 말이야."
   그러자 뵈이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냥 물러 설
 수는 없는 노릇.
   "아...알겠사옵니다.  대공님의 앞에서가 아니라서  유감입니다만.
 정식 발표는 뒷날 하는 것으로 하고, 가능하시다면 두 분께서는 선이
  끝날 때 까지 머물러 주시기를"
   그제서야 코러스가 대답했다.
   "그리 하지 않으면 귀공도 곤란할 것이겠지. 알았소.  대공에게 전
 해 주구려."
   뵈이트는 분노와 치욕을 속으로 삼키며 대답했다.
   "예..."
   그리고는 돌아서서 부하들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돌아가자!"
   떠나가는 디그들을 곁눈으로 보던 스파콘이,
   "그:럼 폐:하 저:희:들:은 여:기:서, 실:례:지:만 저:희:들:도 엉:
 뚱:한 상:황:에 마:침 여:기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선 나머지 셋을 이끌고 물러가 버렸다.

   코러스는 소프를 불러 냈다.  소프는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왔고,
 뷰라드는 미라쥬 나이트에 대해 코러스 왕에게 설명을 했다.
   "저들은 연방의 요청을 받고 찾아 온 것입니다.  폐하께는 아무 불
 편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미안하군, 보드경. 하지만...덕분에 귀중한 보물을 갖고 돌아가게
  된 거 같아."
   소프는 크로소에게,
   "잘됐다. 크로소. 행복하게 사는 거야."
   그러자 크로소의 얼굴이 다시 우는 얼굴로 바뀌어 갔다.
   "소프님...라키시스 언니를"
   "크로소"
   "크로소는 소프님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라키시스 언니는 더욱 더
 더욱...  10년이란 시간을 계속 믿고 기다려 왔던 거예요.  라키시스
 언니를 부탁합니다! 언니는 소프님의..."
   "이제 말하지 마라. 크로소"
   그러자 크로소가 소프를 조금은 불안하게 쳐다 보았다.
   "나는 지금 여.기.에.있.다. ....알겠지"
   그러자 크로소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네!"
   사정이 어찌 된건지 잘 모르는 뷰라드 로서는 그저 갸우뚱 거릴 밖
 에 다른 수가 없었다. 뷰라드도 코러스에게 물러 간다는 인사를 하고
 물러 갔다.  그 둘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 코러스도 슬슬 성으로 돌아
 가려 하는데 그순간 자신의 뒤에 어떤 이상한 기가 서는 것을 느꼈다
 .  바로 그 성에서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 것이다.코러스가 약간 뒤
 돌아 보니 그들은 장승처럼 코러스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코러스는
 잠시 긴장하며 혼잣말로 뇌까렸다.
   "대단한 곳이로구만.  여기는...아까의 분들보다 더 무서운 분들도
 계신 것 같아."
   그러자 갑자기 그들이 삭 뒤로 돌아 가기 시작했다. 크로소는 웃으
 며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자 그중 하나의  두건
 속에서 웃는 입이 보였다. 이번에는 코러스가 조금 놀랐다.
   "크로소 너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거냐."
   그 말에 크로소는 그저 배시시 웃기만 했다.
   "음. 이건 분명 멋있는 선이 될 거 같아.  마음이 바뀌었어.  나도
 끝날 때 까지 있는 걸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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