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eat () 날 짜 (Date): 1996년02월29일(목) 08시28분24초 KST 제 목(Title): [퍼온글]Rough 10/10 ▶ ROUGH 10/10 ◀ 슬럼프 ------------------------------------------- 전과 변함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학교 수영장에서 박경석 코치는 풀 앞 에 앉아 기탁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코치는 편하지 않은 걱 정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한참동안 코치는 기탁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쪽 에서 강우가 코치에게 말을 했다. 강우는 방금 샤워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코치님, 전 슬럼프입니다." "무슨 소리냐? 너는 아주 잘하고 있어." 코치는 담배 연기를 훅 뿜어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젠,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기탁이하고 경쟁하는것?" "네..!" "너처럼 경쟁심이 강한 애가 웬일이냐?" 코치는 팔짱을 끼며 강우을 바라보았다. "분하지만 어쩔수 없잖아요." "아.. 어쩔수 없다고.." 코치는 다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기탁을 보았다. 기탁은 아까부터 계속 코스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코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강우에게 말했다. "하긴.. 나도 기탁이에 대해선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구나. 한심한 코치 지.. 솔직히 나에겐 과분해." 코치는 손을 들어 턱을 괴고는 피식하고 힘빠진 웃음을 웃었다. 강우도 뾰로통한 얼굴로 기탁을 보며 말했다. "쩝.. 분하지만.." "어쩌면.. 저녀석 말이다. 한국 수영계의 뻥 뚤린 구멍을 메울지도 몰라. 아.. 강우야 넌 400미터를 해라. 100미터에선 경험부족으로 힘들어. 게다 가 넌 200미터가 넘어야 네 기량이 나오잖니, 이건 위로가 아니야. 넌 슬 럼프 갖기엔 너무 빨라.." "네.. 그렇게 할께요." 강우는 말없이 뒤로 돌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코치는 흐뭇한 미소를 지 으며 강우를 보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껐다. * * * * * 시간은 언제나와 같이 흘러갔다. 소리는 준영의 간호를 하며 그리고 다 른 친구들은 평소와 같은 학교 생활을 하며.... * * * * * 우리과자 본점의 한쪽 구석에 있는 소파에 소리 아버지가 앉아 전화를 하 고 있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럼.." 소리 아버지는 이리 저리 널려진 종이쪽지를 넘겨보며 전화를 끊었다. 소 리 어머니가 소리 아버지의 뒤로 와서 갑자기 물었다. "공장은 결정났어요?" 소리 아버지는 소리 어머니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보고 있던종이를 황급 히 추스렸다. 소리 아버지는 소리를 빽 지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깜짝 놀랬잖아!" "뭘 그렇게 소곤거리세요?" "소곤거리긴 누가 소곤거려! 이건 저쪽집과의 상담이야." "소리와는?" 어머니는 웃으며 뒤로 돌아섰다. 소리 아버지는 소리 어머니의 말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가 다시 주섬주섬 종이들을 챙기며 말했다. "넘겨 짚지 말아, 다 소리의 행복을 위해서 이러는거니까. 그런데, 당신은 준영이가 사위되는게 불만이란 말이오?" 소리 아버지는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소리 어머니에게 물었 다. 소리 어머니는 소리 아버지의 물음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며 대 답했다. "아뇨?" "그러면 일일이 간섭하지 말아요." "그러죠.. 난 당신이 하도 당황하길래 이상해서...." 소리 아버지는 말없이 그냥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고쳐 앉았다. * * * * * 기탁은 수돗가에 서서 머리를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에 대고 있었다. 기탁은 손으로 물기를 빼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탁의 얼굴 이 올빼미 그림이 있는 수건으로 ��~ 덮혔다. "우리과자 50주년을 맞이하여 만든 것입니다! 별거 아니지만~~" 소리의 목소리였다. 소리는 다시 수건을 뺏어 들고 펼쳐보이고는 다시 기 탁의 머리에 휙~ 던졌다. 기탁은 다시 얼굴에 수건을 덮어 쓰고 소리에게 말했다. "아.. 우리 과자의 무한한.. 발전을.." 기탁은 말을 하다말고 얼굴에서 수건을 걷어 치웠다. 소리는 이미 친구 들과 함께 멀리서 걸어가고 있었다. 기탁은 한숨을 내쉬며 소리가 주고간 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 * 캄캄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준영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목발을 짚고 있었기 때문에 준영은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준영은 발을 내딛다가 잘못하여 목발이 발에 걸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준영은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뻗어 기어가기 시작했다. 준영이 기어가고 있는 쪽에 는 희미한 불빛이 보였고 두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준영은 두사람이 소리와 기탁인 것을 보았다. 준영은 더욱더 힘껏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준영은 더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이제 소리와 기탁 은 뒤로 돌아서서 즐거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 * 준영은 눈을 뜨자마자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의 날개를 보았다. 준영은 한참동안 선풍기의 날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기브스를 한 다리를 다리 를 들어내려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의 하얀 꽃잎에 반사된 빛으로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회복 --------------------------------------------- 기탁은 가방을 등에 둘러메고 학교 뒤쪽의 ㉩꽃길을 걷고 있었다. 기탁은 하나둘씩 떨어지는 ㉩꽃잎을 보다가 전에 소리와 함께 걷던 일을 떠올렸다. '어째서 이 길로 가는 거지? 더 가까운 길이 있는데..' '뭐.. 아무려면 어때..' "휴.. 세번째 보는 ㉩꽃 나무들...." 기탁은 고개를 다시 들어올려 하얀 ㉩꽃 잎들을 바라보았다. * * * * * "기탁아! 기탁아! 내말 좀 들어봐!" 소리가 기탁에게 뛰어와 허겁지겁 말했다. "오빠가 있잖아!!" 소리는 무슨 일인지 얼굴에 가득 웃음을 짓고 있었다. 소리는 무슨 말을 꺼내려고 손을 들어 기탁을 가리키며 말을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기탁은 인상을 찌푸리며 복도를 뛰어가는 소리를 불렀다. "야!!!!" "아..아냐 아무것도.. 없었던 걸로 하자." 소연은 손을 살짝 들어 웃어보이며 기탁에게 말을 하고는 교실로 뛰어 들 어갔다. 기탁은 허탈한 표정으로 소리가 뛰어 들어간 교실문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 * * * * "가위바위보~!" 태구, 주현, 강우는 모두 주먹이었고 기탁 혼자 가위를 냈다. 셋은 아까 부터 계속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기탁은 주먹을 손을 들어보이며 큰소리 로 말했다. "너희들 나 몰래 짜고 한거지?!" 기탁이 인상을 쓰며 소리치자 태구가 갑자기 능글능글 웃으며 기탁에게 말했다. "자, 나는 냉면 곱배기." "나는 짜장면." "나는 짬뽕." 강우는 한술더떠서 인상을 칵 찌푸리며 기탁에게 말했다. "오다가 먹으면 안돼. 그랬다간 너 국물도 없을 줄 알아!" "그럼 다녀오셔용~~" 친구들은 기탁의 등을 툭 밀어 보내며 손을 흔들었다. 기탁은 툴툴거리며 기숙사의 담을 넘었다. 기탁이 바닥으로 뛰어 내리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갑자기 달려들어와 급정거를 했다. 기탁은 뛰어 내리자 마자 차를 발견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다행히 차가 미리 급정거를 했 기 때문에 기탁은 다치지 않고 차를 피할 수가 있었다. 기탁은 중심을 잃었다가 몸을 바로 세우고는 차를 보았다. 차문이 열리고 차안에서 누군가가 뛰어나왔다. 황급히 뛰어나와 기탁을 본 사람은 소리 아버지였다. 기탁은 깜짝놀라 멈칫하긴 했지만 곧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넌줄 알았으면 브레이크 밟지 않는건데...." 소리 아버지는 안색이 싹 바뀌어 있었다. "요즘 재미 좋더구나. 손님을 끌기 위해서 악수회나 만들고.." "아, 그건 아빠가...." "흥! 그래 봤자다. 언젠간 창피를 당하고 말걸. 준영인 너와 비교도 안돼는 훌륭한 선수야. 천재라구.. 천재. 요즈음 회복 속도는 의사 선생님도 감탄 할 정도다. 아.. 그리고 한가지 뉴스를 가르쳐주지. 믿고 싶지 않겠지만 준영인 내일 대학풀에서 수영한다. 물론 의사의 양해를 얻고서." 기탁은 놀란 눈으로 차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 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았 다. 소리 아버지는 문을 닫자마자 소리를 지르고는 급출발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기탁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 숙사 옥상에서 깡통하나가 휙 날아와 기탁의 머리를 때렸다. 깡통을 던진 건 강우였다. "얌마! 뭐해? 빨리 갔다와!!" 기탁은 옥상위를 힐끔 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 * * * * 외국에서 초빙된 코치와 몇몇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준영은 코스를 열심히 헤엄치고 있었다. 소리도 긴장된 얼굴로 스톱 워치를 들고 한쪽편에 서 있었다. 준영이 코스를 모두 헤엄치고 터치를 하자 외국인 코치가 준영에게 걸어가 며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Great! Wonderful! Fantastic!" 준영은 코치의 앞을 그냥 지나쳐서 소리에게 걸어갔다. 준영은 소리가 손 에 들고 있던 스톱 워치를 빼앗아 들고 말했다. "몸을 풀었을 뿐이니까 타이머는 필요없어." 준영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탈의실로 걸어 들어갔다. 소리는 준영의 굳 은 얼굴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준영의 뒷모습을 보았다. 뒤에 서 있던 외 국인 코치도 준영의 행동에 놀라 어깨를 들썩들썩 거리며 말했다. "What??" 준영이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 후 한참있다가 탈의실 안에서 "쾅~"하는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더 중요한 이유 ----------------------------------- 소리는 준영의 뒤를 따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준영이 주먹으로 때렸는지 문이 우그러진 캐비넛 앞에 서 있었다. 준영은 뒤로 돌아서서 울고 있었 다. 눈물이 눈에 가득 고인채로 준영은 가방을 집어 들었다. 소리는 걱정스 러운 듯이 준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돌아가자." 준영은 계속 뒤로 돌아선채 소리에게 말했다. 준영과 소리는 나란히 걸어 대학 수영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수영장 정 문 쪽에서 기탁이 서 있다가 준영과 소리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돌아섰다. 준영은 기탁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리도 기탁이 올줄은 몰랐는지 기탁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기탁이 준영을 보고 먼저 아는체를 했다. "아.." "안심했냐?" 준영의 얼굴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는듯이 기 탁에게 물었다. "에?" 기탁은 생각지 못한 준영의 말에 당황해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준영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기탁에게 말했다. "내 형편없는 수영을 보니 안심했냔 말이다." "그게.. 아니라.. 전.. 그냥.." 기탁은 준영이 계속 몰아부치자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준영은 기탁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소리를 보았다. "짝~!" 순간 준영은 팔을 소리의 뺨을 내리쳤다. 소리는 고개를 돌리며 한쪽 손 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랬지!" 준영은 소리에게 말을 하고는 발을 돌려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뺨에 손 을 대고 멍하니 서 있는 소리를 보고 있던 기탁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 지기 시작했다. 준영은 몇발짝 앞으로 걸어가다가 소리에게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가자..!" "잠깐만...." 기탁은 아까의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수영장 쪽으로 보며 준영에게 말했 다. 준영은 기탁의 말소리를 듣고도 그냥 앞으로 걸어갔지만 소리는 고개를 돌려 기탁을 보았다. 기탁이 말했다. "소리한테 들은게 아니에요. 오늘 여기서 수영한다는 말.." 준영은 그때서야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멈췄다. 기탁도 고개를 돌려 준영 을 보았다. "그래?" "소리한테 사과하세요." "네게 지시 받을 이유가 없는데.." "사과하세요!!" 기탁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탁은 준영이 한마디만 더하면 그대로 달려들 기세였다. 기탁의 커다란 까만 눈이 일그러진채 빛났다. "탁아......." 소리는 기탁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 자기도 모르게 기탁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은 수영이든 싸움이든 네가 유리하니까 걱정마라. 소리에게 잘 보일 절호의 기회야." 준영은 기탁의 화를 더욱더 부채질하려는 듯이 조소가 섞인듯한 말을 했 다. 기탁은 고개를 들어 준영을 똑바로 쳐다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소리 는 기탁을 계속 보다가 손을 벌리며 준영의 앞에 막아 섰다. "그러지...마......" 잠깐동안 아주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이 팽팽한 긴장 상태는 뒷쪽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로 깨어졌다. 준영은 경적소리를 듣고 뒤로 돌아 섰다. "가자.." 소리는 준영을 힐끔 봤다가 다시 기탁의 화난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 는 다시 준영을 따라 자동차 쪽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수영장을 빠져 나가는 자동차를 보며기탁은 한참동안 그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여전히 아까의 눈빛을 한채로.. * * * * *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준영은 달리는 차 안에서 팔짱을 낀 채 앞을 보며 소리에게 물었다. "응?" "늘 초조해하고 항상 화만 내고, 너도 내가 싫어졌지?" "무슨 그런......" 소리는 고개를 돌려 준영을 보았다. "솔직히 말해도 되.. 하지만.. 내가 변한게 아냐. 자신감과 여유를 잃은 탓이야. 난 생각보다 한심한 놈이야. 사실은...." "난 오빠에게 수영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 소리의 말을 들은 준영은 아까부터 계속 앞만 보고 있던 눈을 돌려 소리 를 바라보았다. "수영....이....? 아냐, 더 중요한게 있어.. 그것 때문에 난 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 누가 뭐래도.." 소리는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다시 반짝거리는 눈으로 준영을 보았다. "아까.. 때린거 미안해.." * * * * * "와하하~ 기탁아! 빅뉴스야!" 학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기탁은 주현의 커다란 목소리가 탈의 실 문밖에서 들려오는 걸 들었다. 기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로 주현 에게 물었다. "뭔데?" "알고 싶으면 빨리 풀에 와서 봐. 소리가 오랜만에 풀로 되돌아 왔거든!" 주현은 그 말을 전하고는 뭐가 급한지 다시 풀로 뛰어갔다. 기탁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려 탈의실 문쪽을 보았다. * * * * * 소리는 긴장된 얼굴로 다이빙대 위에서 뒤로 뛰어내렸다. 모든 수영부원들 이 풀 가장자리에 서서 소리의 다이빙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윤희 코치 는 소리가 풀 밖으로 나오자 마자 아주 기쁜 얼굴로 소리의 어깨를 두드리 며 뭔가 말해주었다. 기탁은 그런 소리의 모습을 친구들 사이에 섞여 바라 보고 있었다. * * * * * "어㎍어?" 소리가 기탁이 서 있는 출발대 옆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기탁은 물안경을 쓰며 딱딱하게 굳은 말투로 소리에게 말했다. "난 다이빙 점수 매기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잖아. 그보다 갑자기 웬일이 냐?" "오빠도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도 너무 많이 쉬면 선수 복귀가 어려울 것 같아서.." "과연.. 뭘해도 넌 강준영 선수의 허락이 필요하겠지?" 기탁은 출발대 위에 올라섰다. 소리는 슬픈 얼굴로 조용히 기탁에게 말했 다. "그런.. 식으로 말 하지마.. 탁아.." 기탁은 대답대신 풀 안으로 뛰어 들었다. 소리는 물을 튀기며 앞으로 헤 엄쳐 가는 기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경석 코치가 소리의 옆으로 걸어와 소리에게 물었다.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강준영 선수는 이제 괜찮니?" "아... 죄송해요..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그래서요.." 소리는 준영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경석 코치에게 대답했다. * * * * * "너무 초조해 하는 것 같군." 집 근처의 조그만 카페에 앉아 준영 아버지는 소리 아버지와 얘기를 나 누고 있었다. 준영 아버지가 소리 아버지에게 말했다. "내버려 두면 잘 될거야. 준영이가 소리외에 어떤 여자한테도 관심이 없는 건 내가 잘 알지. 아니면 그 쪽에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무슨 급한 문제 라도 있는 건가?" "그런 일은 없어! 단지 걔들은 친남매 같으니까 이대로 두면 질질끌게 아닌 가 염려가 돼서 그러는 것 뿐이지." "그래.." 소리 아버지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주 당황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준영 아버지와 소리 아버지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테이블의 바로 뒤에는 기탁이 아버지가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잘못된 기사 -------------------------------------- 소리는 오래간만에 산책을 하며 집앞의 공원을 걷고 있었다. 비가 온뒤 라서 그런지 공기가 아주 상쾌해 기분이 좋았다. 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나 오던 소리는 과자방 마크가 새겨진 봉고차를 보았다. 차안에 타고 있는 사 람은 기탁이 아버지였다. 기탁이 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물고 소리를 불렀 다. "여어~~" 소리는 약간 놀란듯이 가만히 서서 기탁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 * * * * "영업차로 이러셔도 되나요?" 기탁이 아버지의 옆에 앉아 시내로 가며 소리가 기탁이 아버지에게 물었 다. "오래간만이구나.." "별로 오래 간만인것 같진 않은데요.." "얼랠래...." 기탁이 아버지는 멋적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 * * * * 기탁이 아버지와 소리는 조그맣고 깔끔해 보이는 카페앞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난 사실 처음엔 믿지 못했다. 네가 그의 딸인게 말이다." "저희 아빠 욕은 그만 하시고 주문이나 하세요." "그래.. 그러자. 그렇다 해도 신기한걸 어떻하니.. 네가 그의 딸이라니." "말씀이 좀 지나치신것 같군요. 저희 아빤 아들을 원하셨어요 같이 야구도 하고 태권도도 하고 싶어하셨죠." "꿈도 야무지군!" 기탁이 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저씨도 마찬가지 잖아요. 아저씨도 탁이를 결혼시키면 딸을 하나 얻잖 아요." "딸도 딸 나름이지.." 기탁이 아버지는 피식 웃으며 지나가던 한 안생긴 종업원을 힐끔 보았다. 종업원은 코를 파고 있다가 기탁이 아버지가 쳐다 보자 깜짝 놀라 손을 떼었다. 소리는 숨을 피식 내쉬며 말했다. "꿈도 야무지셔.." * * * * * 소리는 카페 밖으로 나오며 기탁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잘 먹었어요." "기숙사에 갈꺼면 내가 바래다 주마." "전 괜찮으니까 볼일 보세요.." "덕분에 나도 쉬어보는 거지 뭐.." "저를 바래다 줘도 괜찮겠어요?" "하하~ 염려마라. 시아버지가 될지도 모르는 판인데 어때?" 소리는 기탁이 아버지의 말에 얼굴이 딱 굳어지며 기탁이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기탁이 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어째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 아.. 뭐.. 어㎍든 아빠께 말씀드려라. 잡음 을 많이 일으키면 사랑하는 딸의 목소리를 못 듣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 아들로서는 따봉이겠지만.." 소리는 기탁이 아버지의 말에 얼굴이 풀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기탁 이 아버지는 차에 올라타며 소리에게 말했다. "이제야 표정이 풀렸군.. 정말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니?" "네.. 비도 그쳤는 걸요 뭐.. 너무 걱정 마시고 가세요." 기탁이 아버지는 한참동안 소리를 바라보다가 손짓을 해 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 * * * * 도대항 고교 선수권에서 기탁은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가볍게 우승을 했다. 관중석에서 기탁을 보고있던 주현과 강우가 말했다. "쨉이 안되는군.. 승리는 당연해." "휴.. 400m로 전향하길 잘했어." 기탁의 경기를 보고 출구로 나오던 소리는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잠깐만요~! 저 강소리 양이시죠?" "네, 그런데요?" 기자같이 생긴 두 사람이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그들은 카메라를 들어 소리의 얼굴을 찍고 허둥지둥 출구로 뛰어갔다. "실례했습니다~" 소리는 이상한 두 사람들의 출연에 황당했는지 한참 그들이 사라진 쪽으로 보다가 다시 발을 돌려 자기가 가고 있던 출구쪽으로 걸어갔다. "황문수 선수의 복귀 경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니?""응?" 소리는 기탁의 물음에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참..... 아냐, 가르쳐 주지 않아도 돼. 그러다가 또 얻어 맞을라.." "그게 아냐.. 나도 몰라.. 그 후론 내 앞에서 수영안해. 아마도 혼자서 연 습하나봐." 기탁은 소리의 말을 들으며 전에 수영장에서의 준영의 얼궁를 떠올렸다. '나의 형편없는 수영을 보니 안심했냐?' 기탁은 그리고 조소하는 듯한 준영의 목소리도 생각해냈다. "역시 그래서....." "역시 그래서라니?" 기탁이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소리는 기탁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기 탁은 소리의 물음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아냐.. 아무것도.." * * * * * 기탁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태구는 옆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었다. 잡지 를 보던 태구는 소리의 사진이 그려진 한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 잡 지는 '사고 후 10개월.. 강준영 선수 은퇴에서 결혼으로..'라는 문귀와 함 께 '상대인 강소리양'이라는 토가 달린 사진을 싣고 있었다. "탁아........" 태구는 눈이 커다랗게 되어서 떠듬떠듬 기탁을 불렀다. 기탁은 태구가 건네준 잡지 기사를 읽어보고는 깜짝 놀랬다. "은퇴....?" 기탁이 준영이 은퇴한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태구는 황 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탁에게 소리쳤다. "야! 문제는 그 다음 글자야! 결혼말야 결혼!" * * * * * "아.. 여보세요. 여기 우리과자인데.. 준영군 있습니까? 예식장 문제로 할 말이 있어서...." "예? 없다구요?" "3일전에요?" "어디로요?" "모른다고요?" 소리 아버지는 기자들 두명을 소파에 앉혀놓고 준영의 집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약간 이상한 전화 내용에 두 기자는 고개를 돌려 소리 아버지를 바라 보았다. "그럼 돌아오면 전화 좀 해달라고.." "아..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안녕히 게십쇼.." 소리 아버지는 전화를 끊고 다시 소파로 와서 앉았다. 두 기자중 썬글래스 를 낀 한 사람이 소리 아버지에게 말했다. "역시 없대죠?" "저희가 아무리 찾아봐도 도통 알 수가 없더라구요." 소리 아버지는 두 기자의 말에 자신있다는 듯 껄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거참 죄송하군요. 하지만 어차피 준영군의 은퇴와 소리의 졸업은 분명 돌아오니까, 이건 시간 문제입니다." * * * * * 한통 고등학교에서는 잡지 기사 때문에 학교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너도 나도 그 잡지 기사를 펴 들고 쑥덕이고 있었다. 아주 놀라는 학생들도 있었고 또 소리와 준영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학생들 은 당연한 일이었다는 듯이 얘기하기도 했다. 소리는 준영의 집에 전화를 했다가 준영이 없다는 얘기만을 들은 채 전화 를 끊었다. 소리는 전화를 끊다가 누군가 쑥덕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 았다. 소리의 뒤쪽에서 어느 두 여학생이 잡지를 들고서는 뭐라구 둘이서 쑥덕이고 있었다. 소리는 오늘 하루 종일 당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냥 픽 하고 웃어버린채 교실로 들어갔다. 사물함이 있는 현관을 지나 계단쪽으로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기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야.." * * * * * "정말이니?" 기탁은 놀란 목소리로 소리에게 물었다. "이건 분명 아빠의 계획이야! 난 모른다구!!" 소리는 학교 옥상의 난간에 기대서서 화난 얼굴로 연신 주먹을 꽉꽉 쥐어 대며 과장된 행동으로 잡지 기사를 부정했다. 하지만 기탁은 착 가라앉은 눈으로 소리를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강준영 선수 은퇴 얘기 말야...." "아.... 그..그건 억측에 불과해." "확인해봤어? 본인한테?" "행방 불명인데 어떻게.. 그냥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만 왔을 뿐이야." 기탁은 예상치 못했던 준영이 '행방불명'이라는 얘기에 상당히 놀란 표정 이었다. 소리는 기탁의 놀란 채로 한참동안 가만히 있자 손을 흔들며 기탁 의 주의를 돌렸다. "어쨌든 거짓말이야, 은퇴라니 말이 되나!" "네가 맞았을땐......." 소리는 갑작스런 기탁의 말에 입을 다물고 기탁을 보았다. "그가.. 대학 풀에서 다시 처음으로 수영하던 날, 난.. 그때.. 몹시 슬펐 어.. 그건.. 강준영 선수의 수영이 아니었어. 그리고 그 이후로 한번도 네 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잖아." "그건 혼자서 연습하기 때문이야. 준영 오빠는 천재야, 수영의 천재라구!" 소리는 약간은 절망스러운 듯한 기탁의 말을 부정하려는 듯이 급히 말했 다. 하지만 기탁은 여전히 가라앉은 얼굴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그건.. 네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자신의 모습을.. 아직까지 도......" 소리는 기탁의 말에 그 자리에서 딱 굳어 버리고 말았다. 두 손을 옆에 붇힌 채 가만히 그대로 가만히 서서 기탁을 바라았다. 기탁은 천천히 정 리된 말을 했지만 약간 슬픈 빛을 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준영 선수.. 나보다 훨씬 무른 사람인지도 몰라. 이것으로 어쩌 면...." 기탁은 잠시 말을 끊었다. 소리는 아직도 가만히 서서 기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기탁은 급히 뒤로 돌 아서며 마지막 한마디를 더 남긴채 교실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볼잘것 없는 경기는 슬슬 종반전에 다다랐는지도 모르지...." 기탁이 밑으로 내려가고 한참이 지나도록 소리는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지 아까와 같은 자세로 한참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 * * * * 준영과 소리에 대한 기사를 실었던 잡지사의 두 기자는 준영에 대한 기사 를 더 얻기 위해 준영의 집 앞에 서서 잠복 대기하고 있었다. 두사람은 기 다리기가 지쳤는지 아주 짜증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조그만 봉고 차 한대가 천천히 그들 앞으로 다가와 섰다. "여어~ 수고가 많으시군요~" 담배를 문 기탁이 아버지가 운전석에서 두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 * * * 기탁은 서울시 주최로 있었던 한 수영대회에서 50.43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했다. 이 기록은 전에 세웠던 준영의 기록을 바짝 뒤 쫓는 기록이 었다. 기탁은 코치와 함께 많은 기자들의 프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기탁과 같이 수영대회에 참가했던 주현과 강우는 한쪽에서 서서 기탁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주현이 감탄한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대 2위라니.... 후아~~ 이것으로 강준영 선수한테 바짝 다가섰구나.." "바보.. 없는 사람한테 어떻게 바짝 다가서냐." "기록말야, 기록." "호오 그러셔어~~" 강우는 웬지 비꼬는 듯한 말투로 주현에게 말했다. * * * * * 소리는 경기가 끝난지 한참이 지나도록 수영장 입구의 한쪽 기둥에 서서 계속 이쪽 저쪽을 둘러보고 있었다. 기탁은 이런 소리를 발견하고 그쪽으 로 걸어가 소리에게 말했다. "뭐하니?" "응? 응... 오빠가 오지 않나 해서...." 소리는 쓴 미소를 지으며 기탁에게 대답했다. 그런데, 소리와 기탁은 듣질 못했지만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이런 둘의 모습을 찍는 셔터 소리가 들렸다. * * * * * '후보는 장기탁인가?(작년도 한국 챔피언) 강준영 선수와의 소문은?' 이런 기사와 함께 소리와 기탁이 같이 있는 사진이 실린 기사를 본 소리 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소리 아버지는 잡지책을 구기며 자리 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으......." 갑작스런 전화 ------------------------------------ 탁이가 집에 없고 탁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집에서 조용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탁이 어머니는 커다란 과자를 입에 물고 있다가 초인종 소리에 과 자를 입에 문채 인터폰 쪽으로 뛰어갔다. "네~~!" 탁이 어머니가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가 갑자기 문을 확 열어 제치고 현 관 안으로 들어왔다. 잔뜩 화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소리 아 버지였다. 소리 아버지는 탁이 어머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굵은 목소리로 물 었다. "주인 계십니까?!" "아.. 네.." 탁이 어머니는 과자를 입에 물로 웅얼 거리며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마침 소리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탁이 아버지는 방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탁이 아버지는 소리 아버지를 보고는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씨 익 웃으며 말했다. "여어~~ 소리 아버지 오랜만이군!" "잠깐.. 실례.." 소리 아버지는 탁이 어머니를 제치고 뚜벅뚜벅 걸어 탁이 아버지에게 걸어 갔다. 소리 아버지는 잡지 한권을 탁이 아버지 앞에 툭 던지며 말했다. 그 잡지는 탁이와 소리의 사진이 실린 그 잡지였다. "어쩔 작정이지?!" "뭘?" 탁이 아버지는 소리 아버지의 물음에 관심없다는 듯 담배를 피우며 대답했 다. "자네가 신문사에 떠든 유언비어잖아!" "유언 비어? 맞아.. 이 잡지는 갖가지 유언비어로 유명한 잡지지.." "지난번 기사는 진짜라구! 그건 유언비어가 아니야!!" 탁이 아버지는 전에 준영과 소리의 결혼 소식이 실린 잡지를 펼쳐 보이 며 말했다. "이건.. 유언비어고 저건 진짜라? 증거있어?" "무슨 증거?!" 탁이 아버지와 소리 아버지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탁이 어머니가 특유 의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쥬스를 가져와 소리 아버지에게 주었다. "저.. 쥬스좀 드세요." 탁이 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물며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 시점에선 어느게 진짜인지는 모르는게 아닐까? 그건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그러니 너무 열내지 말게." "뭐야?! 열 안내게 생겼어?! 우리 딸이 당신 아들과 사귀는데.. 소리는 준 영일 택할게 분명해! 사고 원인도 소리이고, 실의에 빠져 헤매던 녀석을 격려해준 것도 소리니까!" "친절한 따님이군.. 그러니까 불쌍해서 버리지 못할거라.... 이거지?" "당연하지!!!!" 소리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졌다. 탁이 아버지는 능글능글한 웃음 을 지으며 소리 아버지의 화를 돋구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홀딱 반한거로군.. 여보게.. 우리 너무 소동 피우지 말자구.. 앞일은 모르는 법이니 시간을 좀 주게나. 지금 강준영이하고 기 탁이를 비교하는 건 잔인한 짓이야." "늦었어. 모든건 이미 끝났다구.. 준영이가 돌아와 이 서류에 도장만 찍으 면 돼. 그런 다음 소리에게 보여준다.. 소리는 절대 노!라고 못하지." 소리 아버지는 화난 얼굴을 한채로 미소를 지으며 조그만 서류한장을 꺼내 들었다. 탁이 아버지는 소리 아버지의 얘기를 다 듣고는 천천히 서류를 뺏 어들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소리 아버지는 옆의 소파에 앉으며 쥬스컵을 집어 들었다. "흥~ 찢는다고 겁나나? 얼마든지 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막�렙�!" "어떻게 해서?" "유도로 결정하지!" "뭐야" "내가 유도 3단이라는 걸 잊은 모양이지?" "정식 대결은 좀 그렇고 하니.. 자네는 내가 졌다고 할때까지, 나는 자네 에게 한점 얻을때 까지. 어떤가?" "하하하하~~~ 재밌군!" 소리 아버지는 자신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탁이 아버지를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탁이 아버지도 만만치 않게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을 하고 소리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 * * * * "친척?" 여자 기숙사 구석의 탁이 우리 앞에 서서 기탁과 소리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리의 말에 기탁이 되물었다. "응.. 거기 밖에 짐작가는데가 없어." 기탁은 한쪽 벽에 기대어 소리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고 굳이 거기까지 가볼 필요 있나? 전화로 알아 보면 되잖아." "없다고 시킬지도 모르는 일이야." "분명히 혼자 서 있고 싶은거야. 너무 신경 쓸 필요없어.." "난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 오빠가 이러는 건 처음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소리는 가방을 고쳐 매머 발을 돌렸다. 기탁은 멍하닌 하늘을 바라보았 다. 소리는 기탁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는 정문쪽으로 걸었다. "그럼 갈께.." "............. 아.. 소리야.." 기탁이 소리를 부르자 소리는 고개를 돌리며 기탁을 보았다. 기탁은 고 개를 살짝 들어올리고 멍한 눈으로 하늘을 보며 소리에게 말했다. "난 믿고 있어.. 그가 천재라는 거...." 소리는 한참동안 기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걸음을 재촉했다. * * * * * 소리 아버지는 숨을 헉헉 내쉬며 무릅 밑으로 달려드는 탁이 아버지를 막았다. 탁이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숨을 헐떡 거리며 소리 아버지의 무릅 을 잡고 고개를 숙인채 밀어부쳤다. 소리 아버지는 손에 힘을 주어 가볍게 탁이 아버지를 넘어트렸다. 탁이 아버지는 아주 세게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 며 넘어졌다. 소리 아버지는 이제 탁이 아버지 몸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운 목 소리 눈을 하고 있었다. 탁이 어머니는 창가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유도 경 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소리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탁이 어머니에게 말했 다. "부인!" "아..아직 졌다는 말 안하셨어요.." 탁이 어머니는 과자를 한입 베어 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 와중에도 탁이 아버지가 달려들자 소리 아버지는 탁이 아버지 얼굴을 한손으로 움켜 잡고 소리 쳤다. "죽을지도 모른다구요!" "설마요...." 소리 아버지는 탁이 어머니의 여유만만한 얼굴을 보고는 황당하다는 표정 을 지으며 다시 손에 힘을 주어 탁이 아버지를 다시 집어 던졌다. 탁이 아 버지는 이번엔 완전히 대자를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탁이 어 머니가 말했다. "아직 졌다는 말 안하셨어요...." 소리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탁이 어머니를 황당하다는 듯이 보았다. 온 집 안은 탁이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차 버렸다. * * * * * 어둑해질 무렵 기탁은 기숙사 전화기 앞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없었어?" "아.. 그래.." "유감이구나.." "응!" "알았어. 조심해서 돌아와. 그럼 끊는다...." 기탁은 전화를 끊고는 발을 돌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얼마쯤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또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가가 달려가서 전화를 받고는 기탁 을 불렀다. "기탁아.. 또 네 전화다!" 기탁은 자리에 멈춰서서 고개를 돌리고는 곧 전화기가 있는 쪽으로 다시 뛰어갔다. "여보세요...." "예?" 수화기를 들고 몇마디 얘기를 하던 기탁의 얼굴이 온통 놀라움으로 가득찼 다. '꼭 보러 와라! 내일 모레 대학 선발권이다. 알았지?!' "가... 강준영 선수?!" 부활 --------------------------------------------- "역시 진짜야.. 특별 초대 선수로서 등록되어 있어." "그런데 이러다가 만약 결과가 안좋으면 그땐 입장이 난처할텐데.." "그렇게 되면 은퇴해야겠지." "그걸 각오하고 탁이 네게 연락했을거야.." 기탁은 소리와 함께 전철을 타고 전국 대학 수영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으로 가며 얘기를 했다. 경기장 안은 엄청난 보도 인파와 관중들로 가득차 있었다. 기탁은 서로 경쟁하듯이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보도 경쟁이 치열하군.." "저들은 오늘이 즐겁겠지? 오늘 경기는 신나는 뉴스가 될테니까.." "그래...." 몇몇 경기가 치루어 졌고 방송에서는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를 알리고 있 었다. 기탁은 한참 뭔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려 소리를 보고 물었다. "만나보지 않아도 되겠어?" "방해만 될텐데 뭘.." "그럴라나.. 내가 그 사람이라면 만나고 싶을 텐데.." "너와 오빠는 틀려." "그건 그래...." 다시 또 몇개의 경기가 끝났다. 기탁은 경기 진행을 알려주는 팜플렛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다음이다.." 기탁이 긴장된 표정으로 한 말을 듣자 소리의 얼굴도 긴장하고 있는 빛이 보였다. "남자 100미터 자유형 예선 4조 선수 입장." 방송에서 다음 경기를 안내하자 지금까지 강준영 선수를 기다려 왔던 관 중들은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준영 오빠!!!!!" 준영의 오랜 여학생 팬들이 가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관중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준영이 선수 대기실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왔 다. 준영은 웬일인지 머리를 모두 깎아 버린 채였다. "어머머? 저 머리 좀 봐!" "너무해~ 빡빡 스님같애 몰라 잉~~" 관중들의 준영의 놀라운 모습에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소리도 놀란 눈을 커다랗게 뜬채 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탁은 준영을 바라보며 자기 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세상에...... 휴우......." 준영이 나타나자 해설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방송을 했다. "기적의 복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소문대로 은퇴경기가 될것인가? 작년 8 월 사고로 왼쪽발 인대를 다쳐 선수 생명이 위험했던 강준영 선수. 여러 가지 소문이 난무했으나 돌연 본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 준영은 긴장된 모습으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출발대 위에 올라섰다. "오로지 영광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불굴의 천재 강준영 선수!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지! 주목하여 주십시요." 경기 위원의 스타트를 알리는 총소리에 선수들은 풀 안으로 "힘차게 뛰어 들었다. "출발했습니다!!" 기탁과 소리는 주먹에 힘을 꽉 주며 풀 안을 주목했다. 준영은 예전의 준영이 아니었다. 기탁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 경기장안을 감격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준영은 50.01이라는 놀라는 한국 신기록을 다시 세우며 당당히 우승을 했 다. 해설자는 더욱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신기록!! 한국 신기록!!" 관중들은 준영의 멋진 재기에 놀라움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부활!! 믿기지 않는 완전 부활입니다!!" 기탁은 손을 마구 흔들어 대며 소리치는 관중들 틈에 둘러싸여 놀란 눈으 로 계속 풀 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경기장 밖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준영은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플래쉬 빛을 받고 있었다. 소리의 목소리에 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 개를 돌렸다. "오빠!!!!!" 소리는 눈물을 흘리며 준영에게 뛰어 들었다. 소리는 눈물을 흘리며 준 영의 품에 한참동안 안겨 있었다. * * * * * 경기장 바깥 쪽의 한적에 출구에 서서 기탁은 멍한 얼굴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때 기탁의 뒤로 누군가가 걸어와 기탁에게 말했다. "졌냐?" 기탁에게 말을 건 사람은 소리 아버지였다. 기탁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고 있는 소리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 감동했을뿐이지 졌다고는 볼수 없습니다." "흥~ 그래.... 아빠는 어떻게 되셨냐?" "저번에 계단에서 떨어져서 입원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상처가 심해?" "큰 걱정은 마세요. 옛날부터 엄살이 심하셨으니까요." "누가 걱정한대! 아.. 그리고 너도 졌다는 말을 외워두지 않으면 계단에서 떨어진다. 명심해!" 기탁은 알수없는 소리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꺄웃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 가는 소리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길 것 같은 쪽 ---------------------------------- 해가 진지 오래되어 소리 아버지는 준영의 집에서 차를 마시며 준영과 얘 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놀랬다.. 이번 만큼은 아무리 자네라 해도 불안했거든." "저도 그랬습니다." "머리는 시간을 단축하려고 깎은거야?" 준영의 소리 아버지의 물음에 멋적은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뇨.. 졌을 경우 철저히 비참해져 보려고요.. 그래서.." 준영의 말에 소리 아버지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리 아버지는 곧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자넨 진짜 무서운 사나이야.. 어㎎든 과자방에 한방 먹여서 속이 후련하 다. 고소해 죽겠어." "전 약점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약점.....?" "소리에게 부담을 끼친 채로 선택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소리의 솔직한 심 정을 존중해 주고 싶습니다.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준영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불안과 슬픔이 섞인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 다. 준영은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소리 아버지 는 멋적은 듯 웃어 보이며 준영에게 말했다. "무슨 그런 말을.. 어려서부터 너무 친해서 그것때문에 망설일지는 모르지 만, 합쳐진다면 이 이상 좋은 관계는 없지. 암! 옛 이야기도 나누고 양쪽 부모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게다가 목숨까지 구해줬잖아.. 소리가 바 다에 빠졌을때.." "아.. 그거야 뭐.. 하지만 따져보면 탁이가 더 친한 사이입니다." 소리 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준영의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뭐?" "할아버지 도장 기억하시죠?" "도장? 아.. 그 합기도장!" "거기서 둘은 이미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죠." "언제?!" "세살될때까지의 일입니다." 소리 아버지는 그때서야 소리와 기탁의 여렸을 적 일이 생각이 났는 지 무 릅을 탁 치며 말했다. "아! 아.. 그거? 그건 어렸을떼 일인데 뭐! 벌써 옛날에 잊었을 걸?" "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리고 나중에 그가 나와 같은 세계에 들어온 걸 알았을때 이렇게 될걸 전 예감했습니다." 준영은 말을 하고는 창밖을 보며 말없이 한참 서 있었다. 준영은 뒤쪽에서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준영 아버지가 술에 잔샬 취해 소파 밑에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준영은 아버지 옆에 서서 씨익 웃으며 말했 다. "흉.. 못말린다니까.. 아버지! 여기서 주무시면 어떡해요!" 아무리 깨워도 아버지가 꿈쩍도 않자 준영은 아버지를 한쪽 어깨에 들쳐메 고 방으로 걸어갔다. 몇발짝 걸어가던 준영은 뒤에서 그를 보고 있는 소리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쨋든 이번 여름에 결말을 짓겠습니다....!" 소리 아버지는 준영의 굳은 목소리에 약간은 놀라며 준영을 멍하니 바라보 았다. * * * * * 콜라 캔을 사들고 톡톡 던졌다 받았다 하며 기숙사 방안으로 들어온 태 구는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기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야! 뭐야~~ 돌아왔구나!" 태구는 기탁의 머리를 지나 책상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기탁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태구의 손에 들고 있던 콜라 캔을 뺏어 들었다. 기탁은 콜라 캔을 따기가 무섭게 벌컥벌컥 마셔댔다. 태구는 기탁이 마시는 기세로 봐 서 금방 콜라를 다 마셔버릴꺼 같아 소리를 빽 질렀다. "야!! 스톱! 스톱!" "후아~~~~~~~~~~~" 태구는 기탁이 손에서 콜라 캔을 다시 ㎍어 들었다. 기탁은 벽에 기대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태구가 콜라캔을 입에 대며 기탁에게 말했다. "매일매일.. 피곤한 모양이구나." 기탁은 태구의 얘기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쪽으로 걸어갔다. 기 탁의 방 건너편에 보이는 소리의 방의 창문은 굳게 닫혀진 채로 있었다. "커튼이 내려진 걸 보니 소리는 집에 갔나봐...." "글쎄.. 아... 야 내용을 보니 무슨 승부라도 있었냐?" 태구가 신문 한쪽을 펼쳐들고 사진을 가리키며 기탁에게 물었다. 기탁은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태구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 * 유난히 맑은 여름 하늘아래서 소리는 고수분지의 한쪽 둑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던 소리는 갑자기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뭔가를 결심한듯.. 소리는 지금까지의 생각들을 털어버리려는 듯 한번더 기지개를 폈다. "여어~~ 드라이브나 할까요? 근처에 경치 좋은곳이 있어요!" 새까만 자동차가 소리의 뒤로 다가와 그 안에 타고 있던 서너명의 남자중 한명이 소리에게 소리쳤다. 소리는 고개를 휙 돌려 그들을 보고는 간단히 대답했다. "아뇨!" 그러자 갑자기 자동차 문이 열리고는 남자 세명이 후다닥 달려나와 소리를 둘러 쌌다. 그중 한명이 소리의 팔을 잡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마시고.. 같이 갑시다.. 흐흐흐.." 소리는 놀라서 어쩔줄 모르고 한쪽 팔이 잡힌채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그 런데 갑자기 제일 뒤쪽에 있던 남자 한명이 뒤로 휙 끌려가서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야~ 오랜만이다!" 소리와 기탁의 기억속의 그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모자를 살짝 벗어 보이며 미소와 함께 소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나머지 두 남자가 할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었다. "이 영감탱이!!!" 할아버지는 가볍게 지팡이로 두 명을 해치웠다. 한대씩 얻어 맞은 두 남 자는 아까 날아간 한명을 데리고 차를 타고 잽싸게 도망쳐 갔다. * * * * * 고수분지 둑을 걸어가며 소리와 할아버지는 얘기를 나누었다. "세상이 무척 들썩거리더구나.." "예?" "삼각관계.. 주간지에서 읽었지. 두사람이 수영하는게 일주일 후라지?" "네, 할아버지." "어떠냐? 이긴 쪽을 결정하는게 나을걸. 그래야 원망이 없지." "싫어요. 그런건!" "그럼.. 후보는 진 쪽이냐?" "아뇨...." "이길것 같은 쪽요." "오호... 그래에?" 소리는 고개를 돌려 푸른 한강물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소리의 미소에서는 웬지 모르게 슬픈 빛도 비치고 있었다. 테잎 --------------------------------------------- 준영과의 시합이 있기 몇일전이었다. 오후부터 기탁은 기숙사 방에 앉아 경기날 가져갈 짐을 다 챙기고 가방의 지퍼를 잠갔다. 아까부터 옆에서 얼 쩡거리던 태구가 기탁에게 물었다. "준비 다 됐어?" "응.." "야아.. 소리가 돌아온 모양인데?" 태구가 창가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탁은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쳐다 보았다. 열려진 창문 사이로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흘러 들어왔 다. "좋은 곡인데..... 으음.. 곡 좋고 리듬좋고.. 보컬도 탄탄하고.. 모든게 완벽하군!" "무슨 곡인데?" "글��.." 기탁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지긋이 감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음악 을 음미하고 있는 태구를 툭 쳐서 넘어뜨리고 밖으로 나갔다. * * * * * "소리야!!" 기탁은 소리방 창문 바로 밑으로 뛰어가 소리를 불렀다. 한참 음악을 듣 고 있던 소리는 기탁의 목소리가 들리자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거 레코드판이니?" "응.." "여기에 녹음 좀 시켜줘! 시합 전까지 듣게.. 응?!" "그래!" 기탁은 주머니에서 까만색 공테잎을 꺼네어 소리에게 던졌다. 테잎은 기 탁의 손을 떠나 정확히 소리의 손 안으로 툭 떨어졌다. "오에! 잘받는데~!" "토요일까지면 되니? 그날이 경기니까.." "응! 그럼 부탁해!" 기탁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는 다시 남자 기숙사로 뛰어갔다. 소리는 기탁이 준 테잎을 들고 음악을 들으며 그자리에 그대로 한참동안 서 있었 다. * * * * * 준영과 기탁의 시합이 있기 전날 준영이 기탁의 임시 숙소로 찾아와 기 탁을 찾았다. "기탁아.. 연습은 마쳤니?" "아.. 예.." "그럼 차라도 한잔 마시자.." * * * * * 준영과 기탁은 근처의 조그만 카페로 가서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 다. 준영은 자리에 앉자 마자 걱정스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상한 사진기자는 없는 것 같군.. 요즘엔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고 있어 서.." 기탁과 준영은 둘다 커피를 주문했고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다 주자 준영 은 얘기를 계속했다. "어쨋든 사과할께.." "예?" "1년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다.." 준영의 말을 듣고 기탁은 조용히 준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준영도 기탁과 같이 기탁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준영은 기탁이 대답이 없자 계속 말을 했다. "소리에게 어느 쪽을 응원할거냐고 물었더니 질것같은 쪽이라고 하더라." "모호한 대답이군요." "음.. 안본사이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네?!" "안그래요.. 기록차이는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준영의 묘한 자신감에 찬 물음에 기탁은 눈썹을 찌푸리며 힘빠진다는 표정 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면 막상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래." "전 기록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이번엔 물에 빠진 소리를 건져낼자는 바로 내가 되고 싶다.. 이것 뿐이죠." 준영은 조용히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컵을 내리며 기탁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1년을 기다리게 한 보람이 있군.." 준영은 커피잔을 받침위에 살짝 내려 놓았다. * * * * * 해가 오래진지 한참이 지나 캄캄해졌을 무렵 소리는 방안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소리는 한참 아까 기탁이 준 테잎을 녹음을 하다가 갑자기 스 톱 버튼을 눌렀다. 소리는 덱크에서 테잎을 꺼내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 았다. 한참이 지나 소리는 다시 테잎을 덱크안에 넣고 레코드 버튼을 살짝 눌렀 다. * * * * * 드디어 준영과 기탁이 결승전을 벌이는 날이 왔다. 경기장은 전의 준영 의 부활전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들과 관중들로 들끓고 있었다. 시합이 시작 되기 몇분전 기탁은 화장실에 있었다. 기탁이 화장실 가운데에 서서 일을 보고 있는데 옆에 어떤 남자가 걸어와 기탁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벌써 몇번째지?" "일일이 얘기 할 이유 없소이다.." 웬 남자가 갑자기 반말로 대짜고짜 물어오자 기탁은 관심없다는 듯 퉁명 스럽게 대답했다. "긴장하는건 나쁘지 않지만 예선 탈락만은 참아주길.. 뭣 때문에 여기까지 날아왔는지 잊어버리고 싶진 않으니까.." 기탁은 '날아왔다..'라는 말에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 렸다. 기탁의 옆에는 희민이 서 있었다. "희..희민아?!!!" * * * * * "엄마? 건강하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기적에 가깝대." 희민과 기탁은 화장실을 나와 선수 대기실로 걸어가며 얘기했다. "다행이다...." 희민은 기탁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기탁의 목을 휘어 감고는 말했다. "오늘 또 하나의 기적을 보여줘.." "희민아..!" 희민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태구와 주현, 강우가 웃 으며 희민을 반기고 있었다. * * * * *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코치가 핀잔을 주자 기탁은 한숨을 폭 내쉬며 어깨를 이리저리 돌려 보았 다. 기탁이 그러고 있는데 관중석 쪽에서 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탁아!!" 기탁이 고개를 돌리자 마자 전에 기탁이 소리에게 주었던 까만 테잎이 기 탁의 머리로 날아왔다. 기탁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테잎을 받았다. 소 리는 기탁이 테잎을 받는걸 보고는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고는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기탁은 소리가 준 테잎을 보고는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아..참.. 건전지 사는 걸 잊어버렸네.." "자.. 곧 100미터 예선 시작이다!" 코치가 기탁의 등을 두드리며 풀을 가리켰다. * * * * * 준영과 기탁이 시합을 보기위해 시골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합기도장 할아 버지는 경기장 입구 바로 앞에 서서 지팡이로 등을 톡톡 두드리며 중얼거 렸다. "이길것 같은 쪽이라......." 들립니까? ---------------------------------------- 경기장 안은 온통 준영의 멋진 경기에 환호하는 관중들의 고함소리로 가득 차 버렸다. 거기다가 흥분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그 들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들어보십시오! 이 장내의 환성을! 남자 100미터 자유형 예선 전년도 챔 피언 한통고교 장기탁 선수가 자기 기록을 0.3초나 단축하여 골인한후.. 예선 마지막조에 등장한 강준영 선수가 방금전에 갱신한 한국기록을 또 다시 갱신하여 골인! 놀라운 일입니다! 강준영 선수! 들어보십시요. 이 환 성과 박수를..!" 관중석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희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보앞서고 이보후퇴라.." "아무리봐도 상대가 너무 안좋아!" "은퇴만 했으면 기탁이 천하가 될텐데.." 주현과 태구도 질세라 한마디씩 한탄스러운 말을 했다. "좋아! 우리 이번에 내기할까?!" 강우가 갑자기 어디서 조그만 수첩을 꺼내 들어며 말했다. "난 탁이한테 500원!" "나도!" "이하동문!" 주현과 희민, 태구 모두 한결같이 기탁을 지지하고 있었다. 강우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들 머리 되게 나쁘다.." "너도 비슷할껄??" 희민이 미소를 지으며 강우에게 말했다. 강우도 희민의 말을 듣고 수첩 을 휙 집어 던지며 말했다. "그래.. 그만두자.." 넷은 시합 시작 시간이 한참 남은 걸 보고는 근처에 커피라도 마시러 갈 려고 계단을 따라 앞으로 내려갔다. 제일 앞에 걸어가던 희민은 관중석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소리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소리야! 같이 차 마시러 안갈래?" "먼저 가! 오빠 좀 보고 갈테니까.." 소리는 희민에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급히 뛰어갔다. 태구는 소리의 모 습을 보고 있다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중얼거렸다. "걱정되는군 정말..!" "그러게....." * * * * * "이야아~~ 놀랬다! 우리 죽은 딸과 똑같애! 정말 신기하다." 탁이 아버지는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가 옆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를 손가락 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탁이 아버지의 뒤쪽에서 소리 아버지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에서 떨어져 생긴 상처는 벌써 다 나은 모양이군.." "그럼~~" 탁이 아버지는 무심코 대답을 했다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탁 이 아버지는 소리 아버지가 옆에 앉은 걸 보고는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은 경기가 될 것 같지 않나?" "예선 기록을 못 본 모양이군.. 자네와 나의 유도 시합과 똑같았는데.. 찔 리지 않나?" "찔리긴.. 하하~ 내 아들과 자네 딸이 결혼하면 만사 오케이 인데 뭘.." 탁이 아버지의 말에 소리 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질렀다. "결혼하다니! 누가 누구랑 결혼해!!!! 엉뚱한 수작 부리지마!" "전 그런 적 없는데요...." * * * * * 소리는 경기장 밖으로 나와 아까 희민이 간다던 매점으로 가기 위해 뛰어 갔다. 소리가 한참 뛰어가고 있는데 길옆의 벤치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 렸다. "어디 가는 거니?" "어머! 오셨군요. 할아버지!" 소리는 걸음을 딱 멈추고는 할아버지에게 뛰어갔다. "매점가니?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자.. 목이 말라서.." "이쪽이에요.." * * * * * 소리와 할아버지는 천천히 매점으로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었다. 할아버 지는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치며 소리에게 물었다. "대답이 나왔으면 경기전에 전하는게 낫지 않겠니?" "예?" "승패로 결정하리라곤 생각 안되는구나! 진쪽을 택하면 동정처럼 여겨질테 고 이긴 쪽을 택하면 자신이 상품처럼 여겨져서 싫을테고.." "정말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뭔가 얘기를 하려다 소리의 의미심장한 말에 눈이 동그래지며 소리를 쳐다보았다. "아.. 그래그래.. 전했구나. 벌써.... 아.... 부럽구나.. 젊다는건.. 차도 채여도 여름은 또 돌아오니까. 뜨거운 계절이 말이다...." * * * * * 마지막 경기인 남자 100미터 자유형 결승을 알리는 안내문이 전광판에 씌여 지자 경기장안은 갑자기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기탁은 선수 대기실 벽에 기대어 앉아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 다. 같이 선수 대기실에 있던 준영이 기탁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 뭐하니?" "에잇.. 이게 멈춰 버렸어." 기탁은 소리가 안나오자 답답한지 워크맨을 주먹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 다. "건전지가 닳아버린게 아니니?" "바로 조금전에 산건데요. 지난번 물에 빠졌을때 고장났나 봐요.." "아까 소리가 날 보러 왔었어." 기탁은 준영의 말에 잠깐 어깨를 멈칫했다. 준영은 다리에 힘을 빼고 벽 에 기대어 서서 기탁에게 말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가르쳐 줄까?" "대단한거 아니겠지요 뭐.. 내가 정말로 동요할만한 거라면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쳇~~!" 준영은 기탁의 말에 한숨을 짧게 내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 * * * * "프로그램 62번 남자 100미터 자유형 결승 코스 순서를 말슴드리겠습니 다... 제 1코스.." 이제 경기장 안은 완전히 열광의 도가니가 되어 있었다. 선수들은 출발대 뒤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기탁은 여전히 돌아가지 않는 워크맨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기탁은 끝까지 워크맨이 작동이 안되 자 바닥에 휙 던져버렸다. 준영은 기탁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들리 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탁에게 말했다. "자.. 소리를 구하러 가자." "예.." 기탁은 주먹을 꽉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대로 걸어갔다. 선수들은 곧 출발 자세를 취했고 경기 운영 위원이 출발 준비를 알렸다. "준비!" 기탁과 준영은 곧이어 울릴 총소리를 기다리며 가늘게 호흡을 가다듬었 다. * * * * * 기탁이 출발대에 오르기 전에 앉았던 조그만 의자옆의 바구니에는 기탁의 옷들과 함께 기탁이 던져버린 워크맨이 놓여져 있었다. 아까부터 작동되지 않던 워크맨이 좀전에 기탁이 바닥에 던져 버린 때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그만 헤드폰 사이로 조용한 음악이 흘러 나오다가 갑자기 끼리릭..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헤드폰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소리의 예쁜 목소리 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아.. 여긴 강소리! 들립니까?!" "지금은 8월 25일 금요일 오후 9시 25분 31초.. 32초.. 33초.. 기온 28도 날씨 맑음 약한 바람.. 들립니까??" "아..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기는 강소리..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기탁, 응답바란다 오바.. 아..아.. 당신을 사랑합니다.." * * * * * "탕~~~~~~~~~~~~~~~~~~~~~" 온 경기장 안에 울리는 총소리와 함께 준영과 기탁은 힘껏 풀 안으로 뛰어 들었다. 결과가 정해져 있음을 예감하면서도 먼저 소리를 구하기 위해... - 끝 - ------------------------------------------------------------------------------- ------- 애..다 올라갔군요....올리는데 크게 기어한, I70-> 매번 올리려고 문서를 읽을 때 마다 하드를 매번 스캔했던 훌륭한 프로그램, 과 .5M어치에 맛이 갈 뻔 했던 KIDS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며, 가급적이면 이런 도배는 자제하겠습니다..^^; leat.퍼올렸음. |